이번 학기 기말고사 채점과 성적처리를 마무리하면서 회계학 대학 교재에 대해 생각난 것이 있어서 간단히 정리한 글입니다.
회계학은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급격히 변화하는데 대학 학부 수준 교재는 베스트셀러인 원서들조차 지난 20년동안 크게 바뀐 게 없다. 회계기준이 바뀐 것을 업데이트하고 사례를 최근 것으로 바꾼 게 전부이고, 이론적인 발전은 거의 없다. 학부 수준 교재가 최근 연구를 거의 따라가지 않다 보니, 내가 학부에서 강의하는 내용도 거의 15년전 학부 수업때 들었던 내용과 별반 다른 게 없다. 강의를 하면서 최근 이론 얘기를 조금씩 추가하지만, 학부 수업은 교재가 기본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
누가 혁신적인 교재를 좀 써주면 좋으련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회계학의 경우 교수의 연구실적평가에서 교재 저술은 학술지 논문에 비해 우선순위가 많이 쳐진다. 그때문에 tenure에 목매는 젊은 교수는 물론이고 tenure를 이미 받은 교수들도 연구실적이 좋은 분일수록 교재 저술은 뒷전이다. 내 경우에도 승진심사에서 교재는 거의 도움이 안되고, 무엇보다 교재를 저술할 내공이 안되서 엄두도 못내고 있다.
사실 이론과 실무에 모두 능통한 교수님들이 적은 것도 문제다. 실무경험이 있는 분은 이론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고, 이론적으로 대가인 분들은 실무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교재들도 회계처리 중심의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과 이론적인 내용만 다루는 것으로 거의 양분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대학원 수준의 교재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막상 살펴보면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아우르는 교재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앨빈 토플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과연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 10-20년 뒤에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