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미국발 신용위기의 근본 원인

미국발 신용위기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접하면서 일부 학자들이 제기하는 정보불균형으로 인한 대리인 문제가 근본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표면적인 측면에서야 주택경기 과열에 속에서 sub-prime morgage를 비롯한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위험에 대한 충분한 관리를 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자로하여금 그러한 단기적인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치중하게 만든 보상정책과 기업문화를 근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Sub-prime morgage를 비롯한 관련 파생상품들은 대형투자은행에서도 극소수의 인력만이 제대로 이해하고 운영할 정도로 어려운 분야이다.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은 대부분 경제상황이나 기초자산가격이 비교적 예측가능한 범위내에서는 고수익을 보장하지만, 예상과 많이 벗어날 경우 투자자가 큰 손실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정반대로 극단적인 경제상황에서 고수익을 벌어들이는 상품도 얼마든지 만들수 있지만 이런 상품에 투자할 사람은 적고, 투자한다고 해도 극단적인 투기목적이 아니면 헤징목적으로 하는 사람일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 관리자들은 복잡한 금융상품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이익에 치중하여 고수익에 따른 위험을 간과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의 파산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 이러한 예는 Barings Bank를 날려먹은 Nick Leeson이나 Socie'te' Ge'ne'rale을 말아먹은 Jerome Kerviel와 같이 결코 적지 않다.

그렇다면 왜 경영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고위험 파생상품에 열을 올린 것인가? 기본적으로 경영자 보상체계가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의 경우 경영자의 보상에서 성과급 (보너스, 스톡옵션, 행사제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문제는 해당 기업의 고수익으로 인한 성과급은 있어도 큰 손실로 인한 책임 추궁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소속 은행또는 기업의 부실로 해임을 당한다 해도 두둑한 퇴직보너스를 타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경영자가 보수적으로 위험관리에 나서겠는가? 금융기관 내에서도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채권이나 보수적인 주식형 펀드 부서들은 찬밥신세이고, 고수익을 내는 파생상품이나 공격적인 펀드 들이 각광을 받도록 보상체계가 되어 있다. 따라서, 왜곡된 보상체계가 단기적인 수익률 중심의 공격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경시하게 만들어 지금의 신용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한마디로 다양한 형태의 정보의 불균형 때문이라 볼수 있다. 경영자와 담당자간의 정보불균형으로 경영자는 고위험 고수익 부서의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기업(은행포함)내의 부서간 정보불균형은 견제와 균형을 어렵게 하였다. 설령 경영자가 고위험 고수익 부서의 잠재적인 위험을 파악하였다고 해도 고수익에 초점을 맞춘 성과체계 때문에 그들 역시 공격적인 투자가 자신들에게 이로웠다.

그럼, 주주들은 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일까? 주주들은 단순히 경영자들에게 속아서 이런 시스템을 받아들인 것일까? 문제는 주주들 역시 고위험 고수익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일반적인 주주중심의 경영은 주주와 기업외부의 각종 이해관계자 (채권자, 종업원, 소비자 및 정부)간의 정보불균형으로 인한 대리인 문제에 그다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주주들은 유한책임이기 때문에 고수익으로 인한 주가상승을 그대로 투자수익으로 이어지지만, 대규모 손실로 인한 주가 폭락(심지어 파산)은 최악의 경우 투자원금만 손해보면 그만인 것이다. 심지어는 정부의 구제금융 덕을 보기도 한다. 문제는 수많은 기업 밖의 이해관계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우 채권자나 종업원 뿐만 아니라 은행대출을 받은 채무자들이나 예금보험과 구제금융 등을 부담하는 일반 납세자에 이르기까지 그 여파가 너무나 방대하다. 그때문에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가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지만 이번 신용위기와 같이 투자은행의 경우에는 고위험 파생상품에 따른 높은 자본비율 유지와 같이 충분한 규제가 이루어 지지 못했었다.

한마디로 세상엔 공짜가 없다. 고수익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경제주체들도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신용위기의 경우 무리한 투자를 유도한 기존 주주들이 그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도록 해서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유도 또는 방관하는 시스템을 혁파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경영자들이 위험관리를 경시하고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밝혀질 경우 업무상 배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같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 (물론 현행 법규상 이부분은 입증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는 금융기관의 규제에 있어서 각종 파생상품으로 인한 위험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판단하여 은행들에게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어느 경제학자가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 중에 하나로 incentive를 거론한 게 기억난다 (솔직히 나머지 하나는 잊어버렸다). 경제주체들은 어차피 각종 경제적 사회적 동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건전한 시장경제의 유지와 운용에 있어서 올바른 보상시스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소이다.

2008년 10월 8일 수요일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서

올해 일본에서 노벨상 물리학상 3명 (1명은 일본계 미국인), 화학상 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아내가 부러워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학 수준을 간단히 비교해 줬다.

우선 일본은 현대 과학의 출발이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 단적으로 일본은 이미 2차세계대전 당시에 세계 최고수준에 근접한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 전쟁은 총력전이라서 신무기 개발에 과학기술이 총동원된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과학의 기초도 전혀 없던 시절에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전투기를 개발할 정도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후에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살아남아서 학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물론 인체실험과 같은 천인공로할 만행을 저지른 작자들이 일본의 의학과 생화학의 발전에 기여한 것을 역사의 아이러니지만.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6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제대로된 걸음마를 시작하였으니 비교 자체가 어찌보면 무리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과학기술 투자를 비교해보자. 오늘 9시뉴스에서도 정부의 투자만 3배, 민간투자를 포함한 총 투자는 10배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GDP 기준으로 일본은 우리보다 약 4.5배 더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CIA World Factbook). 무역수지나 세계 경제의 영향력 면에서는 그 격차가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지금 이만큼이나마 추격한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제약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자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도 앞으로 10-20년 후에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신용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을 보면서

오늘 환율이 1달러당 1395원으로 마감했다. 거의 10년전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있었던 당시 수준이다. 미국의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전세계적인 실물경제의 악화로 전세계가 몸살을 않고 있다. 그래도 구매력지수나 수출입 동향을 볼 때 지금의 환율추세는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단 며칠 뒤 미래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달러를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태이다. 지금이야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도 당장 며칠 후에 다시 달러가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누가 달러를 내 놓으려 하겠나?

정부의 환율정책이 실패한 것은 재경부 공무원들도 알 정도 인데 대통령과 재경부 장관만 뭘 믿고 버티는 지 모르겠다. 달러 사재기하는 투기세력과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는 대기업들을 탓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누굴 탓하겠는가?

외국에서 외화로 월급을 받는 입장이라서 당장의 부담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하락하면 홍콩 정부에서 임금삭감한다고 나올까 걱정도 된다. 어쨌든 적당한 시기를 봐서 한국에 송금해 두는 것도 좋을 것같다. 당장 가진 현금이 별로 없어서 많이는 못 보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