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31일 토요일

iPhone 4 구입후 하루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점

어제 홍콩에서 iPhone 4가 출시되어 바로 아침에 가서 구입했다. 몇 달간 벼르고 별러 산 건데 현재까지는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구입하고 하루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봅니다. 제품 개봉기 같은 건 이미 많이 나와서 통과하고 실제 소감 중심으로 씁니다. 제 블로그에 원래 사진을 잘 안올리기도 하구요.

1. 구입 이유
아이폰4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팟 터치 몇 달간 쓰면서 아이폰/아이팟 터치 인터페이스에 많이 익숙해졌고 기존의 유료/무료앱을 그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게 좋다. 기존에 쓰던 삼성 핸드폰은 홍콩에서 구입해서인지 영어 또는 한자로만 연락처 저장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어서 많이 불편했다. 안드로이드폰도 많이 나와 있지만, 아직 안정성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아서 아이폰쪽을 선택했다.

2. 구입하면서 느낀 점
이번에 홍콩에서는 3개 이동통신사(3HK, 1010, Smartone-Vodafone)가 동시에 아이폰4를 출시했다. 모두 2년 약정 계약으로 판매하고 있다. 애플과 계약된 공인 reseller들은 아직 판매하지 않고 있다. 애플 온라인 스토어는 어제 오후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배송까지 3주 정도 예상된다니 초도물량은 전부 이동통신사에 배정된 것 같다. 아무래도 이동통신사들과의 관계 때문에 애플에서 내린 결정인 듯 하다.

저는 1010을 선택했는데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두 회사 대리점에서는 미리 예약주문를 안 했으면 판매할 재고가 없다고 해서 그나마 예약주문없이 살 수 있는 통신사를 선택한 것이다. 출시 첫 날인데도 재고가 없다니 홍콩도 아이폰 열기는 대단하구나 하고 느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어제 0시에 각 회사별로 출시 기념 파티와 함께 아이폰 가입을 받았는데 줄선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관련 기사). 어제 저녁에 퇴근 길에 보니 3HK에서 지하철 역 출구 바로 앞 로비에서 신규 주문을 받는 창구를 개설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실물을 구경하고 가입문의를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이 홍콩에서는 이동통신사를 통해서 2년약정을 맺고 휴대폰을 사도 모두 unlock폰이라서 다른 회사 sim카드를 꽂아도 이용가능하다. 우리나라도 SKT와 KT가 서로 심카드 호환할 수 있게 한다니 기대해 볼 만하겠다.

3. 가격 및 계약 조건
1010의 경우 4가지 플랜(비교표)을 제시했는데 월 사용료가 낮을 수록 무료통화시간과 데이타 무료이용량이 줄어든다. 그리고, 가입시에 HK$4,488 (HK$1은 대략 150원 정도)을 일시불로 내도록 하는데 그중 일정 금액을 추후에 계약상의 월 사용료에서 감해주도록 되어 있다. 즉 초기 비용 HK$4,488에 선불로 내는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회사쪽에선 rebate라고 하던데 실제로는 prepayment가 맞는 듯 하다. 그래서, 계약상의 월 사용료가 높으면 초기 비용에서 선불 사용료 비중이 높아서 나중에 실제 지불하는 월 사용료는 4가지 플랜간의 차이가 많이 줄어 들었다. 전형적인 조삼모사입니다.

4가지 플랜 중에서 월 400MB 무료 데이타 플랜을 선택했는데 월 1800분 통화와 1010 Wi-Fi 무료사용이 포함되어 있다. 월 사용료는 기본 플랜상의 HK$237 + 전파이용료 HK$12 + 국제로밍 음성사서함 및 지정번호 통화차단 서비스 HK$38 해서 월 HK$287 이다. 마지막에 언급한 서비스는 선택사항인데 1010직원이 최소 월 HK$36이상의 선택서비스에 가입해야 된다고 해서 그나마 도움이 될 만한 걸로 선택했다. 의무사항이 아닌 것 같은데 두번 물어봐도 꼭 가입해야 한다고 해서 그 친구도 먹고 살아야지 싶어 크게 따지진 않았다.

정리하면 가입시에 HK$4,488 (단말기값 HK$1,688 + 선불 사용료 HK$2,800) 내고, 첫 3개월간은 매월 HK$87 (계약상 월 HK$287에서 선불액중 HK$200 차감), 다음 20개월간은 매월 HK$183 (계약상 월 HK$287에서 선불액중 HK$104 차감), 마지막 1개월은 HK$167 (계약상 월 HK$287에서 선불액중 HK$120 차감)을 내게 된다.

집과 연구실에서 유선전화가 무제한 통화가 가능하므로 무선전화 무료통화시간은 4개 플랜 모두 충분하다. 그래서, 무선 데이타 이용량과 가격을 고려해서 선택했다. 집과 연구실 모두 Wi-Fi를 쓸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적은 월 200MB 플랜도 충분한 듯 했지만, 2년간 총비용면에서 400MB플랜이 조금 더 싸다고 추천해서 400MB플랜을 가입했다. 홍콩은 예금 금리가 1% 정도라서 단순히 2년간 총 비용만 비교해도 충분하다. 직접 계산기 두들겨 가면서 비교해 봤지만, 솔직히 지금도 왜 총 비용면에서 400MB플랜이 200MB 플랜보다 더 싸게 구성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4. 개봉
사실 박스 개봉기를 쓰기가 어색한게 현장에서 박스 열어서 테스트하고 가져왔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직원이 박스를 열기 전에 미리 일단 박스를 열면 바로 외관상 불량이 있는 지 확인하라고 했다. 일단 가져가면 불량이 있어도 통신사 대리점이 아니라 AS센터로 가져가야 한다고 경고를 해 주었다. 애플의 AS정책 때문이라는데 워낙 소문이 나 있어서 일단 자세히 살펴 봤다. 특히 오줌 액정이 없나 주의깊게 봤는데 다행히 액정이나 외관상의 문제는 없어 보였다.

또 한 가지 직원이 미리 경고한 것이 있는데, 페이스타임(애플이 개발한 아이폰4의 화상전화 기능)을 처음 사용하거나, 설정에서 off했다 다시 사용하기 위해 on으로 바꾸면 매번 애플사로 국제문자메시지 하나 보내져 요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폰4 구입 계약서에 이 사항을 별도 문단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요금이 얼마냐 물어보니까 한 메시지에 HK$3 (약450원)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테스트를 위해서 전원을 켜니 페이스타임을 위해서 국제문자메시지를 보낼까요 하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당장은 쓸 일이 없으니 물론 no라고 했지만, 솔직히 왜 그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지 이해가 안된다. 현재 페이스타임은 wi-fi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3G망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된다. 특히 최초 설정 때는 모르겠지만, off했다가 on했을 때도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불합리하다. 미국에서야 국내 문자로 처리되겠지만, 해외 이용자는 어떡하라는 얘기인지? 직원도 일단 사용하기 시작하면 off로 되돌리지 마라고 충고했다. 장기적으로 페이스타임을 애플의 아이패드나 아이팟 터치에 도입한다는데 wi-fi전용 제품에선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5. 번호이동
기존에 사용중이던 번호가 4개월 정도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서 번호 이동이 어렵웠다. 그래서, 일단은 새 번호를 받고 Call forwarding 서비스를 이용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 계약이 끝나면 번호이동을 해서 직접 원래 번호를 쓰기로 했다. 다행히 기존 번호의 통신사 Call forwarding 서비스와 번호이동은 모두 무료로 처리된다고 해서 이로 인한 추가 부담은 없다. 물론 기존 계약으로 인한 사용료는 계속 내야된다는 부담이 있지만 원래 저렴한 플랜에 들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은 적었다. 다만, Call forwarding으로 받으면 발신자 번호가 내 예전 번호로 찍혀 나오는 문제를 발견했다.

6. 사용 소감
우선 개봉했을 때부터 느낀 건데 액정이 정말 깨끗하다. 아몰레드가 장착된 제품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폰 3GS나 아이팟 터치보다는 눈에 띄게 선명하다. 데스그립은 적어도 홍콩에선 별 문제 없는 듯 하다. 실제로 연구실과 집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케이스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잡아봤는데, 문제의 부분을 양손으로 꼭 잡는 최악의 자세에서 연구실에서는 신호표시가 5개에서 3개로 2단계 줄어들었고, 집에서는 3개에서 1개로 줄었다. 문제의 부분을 대충 잡으면 1단계 줄어드는 정도였다. 우리 집이 산 중턱에 있어서 신호가 상대적으로 약한데도 통화가 끊기는 경우는 아직 없었다.

iOS4는 적어도 Wi-Fi에 관한한 확실히 iPod Touch나 iPhone 3GS보다는 iPhone4에 최적화 된 것 같다. iPod Touch는 iOS4로 업그레이드한 뒤에 연구실에서 Wi-Fi신호가 수시로 끊기는 경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업그레이드 이전에는 전혀 없었던 현상인데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iPhone4는 그런 현상이 전혀 없었다. 애플 제품은 OS의 하위 기종 호환성이 좋다는 평은 점점 옛날 얘기가 되가는 듯 하다.

7. 보호필름과 케이스
데스그립 때문에 제공되는 무료 케이스는 아이폰 앱으로 신청하면 9월쯤에 보내준다고 해서 일단 보호필름을 붙이고 싼 케이스를 하나 샀다. 보호필름은 애플 공인 reseller에 가서 샀는데, 무반사 처리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중에서 무반사 처리된게 좀더 비싸지만 눈에 좋다고 해서 선택했지만 솔직히 별로다. 보호필름 붙이기 전의 선명한 액정은 온데간데 없고 색번진 것 처럼 이상하게 보였다. 직원이 밝기를 높이라고 해서 최대로 높였더니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원래의 액정보다 못하다. 좀 써보고 영 불편하면 다시 무반사 처리 안될 거로 붙여야 겠다.

케이스는 애플 공인 reseller에서 너무 비싸서 휴대폰 악세사리 샵에서 1/3 가격의 싼 제품으로 일단 장착했다. 그리고, 아이폰 앱으로 케이스 신청까지 오늘 마쳤다. 처음엔 Bumper 케이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꽤 여러 제품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투명한게 좋아서 Incase Snap의 투명케이스로 주문했다. Belkin도 투명이라 좋아 보이는데 Belkin마크가 뒷면에 찍혀 있어서 탈락. 배송에는 3-5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8. 총평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고 구입했지만, 현재까지는 아주 만족스럽다. 특정 부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기 보다는 각 부분이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서 전체적인 성능이 좋아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궁합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홍콩은 아이폰이 출시된지 꽤 오래되서 교체수요가 상당했겠지만, 나처럼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아이폰4를 산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도 아이폰4 나오면 3GS모델때 못지 않게 반응이 상당할 거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