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7일 금요일

영국 타임지의 세계 대학 순위를 보고



영국 타임지의 세계 대학 순위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런 류의 대학랭킹은 각 기관마다 산정방식이 다르고 매년 랭킹의 일관성도 떨어져서 개인적으로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조사기관이 자국 또는 자기 대륙의 대학에 비교적 호의적인 편입니다. 평판과 같은 비계량적 지표들에서 이런 성향이 심합니다. 영국 타임지에서 발표한 순위 답게 유럽권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점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대학들 특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아시아의 다른 대학에서 비해 많이 실망스러운 순위입니다. 이 랭킹이 연구 관련 가중치가 60% (연구의 양과 평판 30%, 논문 인용 실적 30%)나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 환경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아시아권 대학 순위에서 홍콩, 싱가포르, 우리나라 대학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University of Hong Kong: 34위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40위
포스텍(포항공대): 53위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62위
카이스트: 94위
서울대: 124위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 151위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169위
City University of Hong Kong: 193위
고려대: 226-250위
연세대: 226-250위
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 251-275위
Hong Kong Baptist University: 276-300위
성균관대: 301-350위
경희대: 351-400위


200위 이하의 대학은 정확한 순위가 안 나오네요. 제가 근무중인 Hong Kong Baptist University가 전공마다 다르지만 홍콩의 7개 종합대학중에 5-6위권인데 성균관대보다도 순위가 높다는 건 의외입니다. 성균관대나 여타의 국내대학들이 저평가를 받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연구환경이 안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연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겁니다.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외국의 명문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강의까지 하던 교수들을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지만, 막상 그 분들이 한국에 들어가면 연구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공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논문실적에 따라 평가를 해서 승진과 연봉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다른 아시아권 대학에 비해서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할 시간이나 환경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에 비해 이곳 홍콩의 대학들은 연구에 거의 목을 매고 있습니다. 홍콩의 7개 종합대학들이 모두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립대학인데 정부 지원 예산의 70%가 학생수, 27%가 연구실적, 3%가 기타 항목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연구실적이 높은 대학이 그만큼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는 거지요. 이를 위해 각 전공별로 학술지 등급을 매겨두고 매년 학교별 연구실적을 평가합니다. 그 결과 대학내에서도 매년 있는 교수성과평가에 논문 실적이 제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승진이나 연봉 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논문이 안나오면 나이가 많이 들어도 조교수에 머무르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학교로 떠나거나 강의전담교수로 전환해서 2배 이상의 강의시간과 행정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진이나 학생 수준은 결코 다른 아시아권 학교에 뒤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하느냐일 것입니다.




킨들 전자책의 가격정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10월 24일 출시 예정이다. 그의 사망후에 아마존에서 예약판매분이 이미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도 궁금해서 예약을 했는데 16.99달러였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우연히 아마존을 들어가 보니 11.99달러가 아닌가? 아차, 그새에 가격이 내려간 건가 싶었다. 그래서 예약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주문을 하려고 보니 11.99달러는 미국내 가격이고 이곳 홍콩에서는 16.99달러란다. 그리고, 친절하게 출판사에서 정한 가격이란다. 이런...

경제학에 law of one price 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거다. 같은 제품이고 배송비도 안드는 전자책인데 지역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건 순전히 가격차별화라는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서적이라서 가격을 낮추는 게 판매양을 늘려서 전체 매출에 유리하지만, 홍콩에서 관심있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만 원문으로 볼 테니 가격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재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통하는 거다.

나를 포함해 소비자라면 누구나 이런 정책에 불만일 것이다. 왜 같은 책을 보는 데 배송비도 없는데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이래저래 미국은 소비자의 천국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소비자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애플의 미래


스티브 잡스 사망후 애플의 미래를 예측하는 글을 여럿 보았다.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사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아이폰5 (4S가 아니라)나 아이패드 3는 지금보다 한 단계 더 향상될 것이 거의 확실하고, iOS5도 스티브 잡스가 그의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이 보여준 것처럼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없이 애플이 i로 시작하는 전혀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 신제품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만큼 감동을 줄 수 있을지는 더욱 회의적이다.

내가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조만간 팔겠다. 그리고, 애플의 다음 신제품 (업그레이드 모델이 아니라)이 나올때까지 기다리겠다. 그 때 가서 애플의 주식을 다시 사도 늦지 않을거다.

애플 제품에 대한 애증


지금도 집과 연구실의 컴퓨터는 윈도우가 설치된 PC이다. 애플 제품이 여러 모로 좋다는 건 20년전에 처음 286 AT PC를 살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애플 제품을 사려고 생각하면 두 가지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하나는 가격. 지금도 부담스럽지만, 과거 학생 신분일때 매킨토시는 나와는 거리가 먼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몇 백만원 짜리 명품 가방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둘째는 소프트웨어 호환성. 가장 많이 사용하는 MS 오피스 프로그램이 맥에는 없었다. 요즘이야 맥용 MS 오피스도 있지만, 지금도 100% 호환은 장담하지 못한다. 실제로 맥용 파워포인트에서 작성한 파일이 PC에서 프리젠테이션할 때 원래 모습대로 표시가 되지 않아서 애먹는 걸 본적이 있다. 게다가 연구에 필수적인 통계프로그램 SAS나 STATA는 맥버전이 없거나 있어도 업그레이드가 몇 년씩 차이가 난다. 


그러던 중 큰 맘 먹고 애플 제품을 처음 산게 2년 전이다. 처음 구입한 애플 제품은 아이팟터치 그것도 출시된지 한참이 지난 뒤에 산 1세대 모델이다. 그 이후 애플의 아이폰 4, 아이패드 2를 연이어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모두 애플 제품을 즐겨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팟, 아이팟터치,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i시리즈의 직관적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앱을 칭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i시리즈의 최대 강점은 오히려 기존의 애플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기존의 애플 제품들도 숫자는 적었지만 쓸만한 애플리케이션은 웬만큼 있었고, 인터페이스는 윈도우 프로그램을 압도할 정도로 우수했다. 나같은 이에게 항상 문제는 재벌 2세들이나 사용할 법한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다. 


이에 반해 i시리즈가 여전히 다른 경쟁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적어도 나같은 서민도 이용할 정도의 가격대로 내려왔다. 솔직히 아이팟터치 1세대 모델을 처음 산 것도 부담없는 가격 때문이었다. 특히 아이패드 2는 경쟁사 태블릿보다 가격면에서 비슷하고, 절대적인 가격 수준도 구입후에 와이프 눈치를 크게 안봐도 될 정도다. 


애플 i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다른 제품은 왜 i시리즈 처럼 가격을 낮추지 않는 걸까? i시리즈의 예가 보여 주듯이 애플도 가격을 낮추려고 하면 얼마든지 경쟁력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낼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 쪽으로 가는 것이 전통적인 애플의 전략인 줄은 알지만, 맥북이나 아이맥을 볼 때마다 가격쪽이 항상 아쉽다. 가격을 낮추지 못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낮추지 않는 것을 알기에 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