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013년 여름까지)과 보스턴에서 대학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으며 제가 소속된 대학의 의견과는 무관합니다. 아울러 소모적인 논쟁이나 비속어가 담긴 댓글은 바로 삭제합니다.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미국의 시대는 가고 중국의 시대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시대는 가고 중국의 시대가 왔다 (또는 조만간 올 것이다)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고, 현재 세계 2위권인 중국의 GDP(1인당 아닌 총액)가 수십년 이내에 미국을 앞지르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규모를 넘어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앞지르는 것은 적어도 우리 세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전세계 지식생산을 주도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쉽게 바뀌기 힘든 구조가 오랜 시간 구축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는 지식과 정보를 가진 자가 세상을 주도할 것이다. 미국은 지식 창출에서 두 가지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영어를 쓴다는 점이다. 세계의 중요한 학술지는 거의 모두 영어로 발간된다. 새로운 책도 영어로 나오는 것이 월등히 많다. 인터넷에서도 영어로 나오는 컨텐츠가 압도적이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지식의 폭과 깊이는 차원을 달리한다.
둘째, 세계 최고 대학들 상당수가 미국에 밀집해 있다. 대학 랭킹을 매기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대학들이 교육의 질은 미국 대학을 많이 따라가고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의 질에서는 아직 많은 차이를 보인다. 최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물량위주의 투자와 논문편수 위주의 평가방식으로 단기간에 급격한 연구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연구의 질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도 미국의 대학들은 전세계의 학자들이 가서 일하고 싶어하는 동경의 대상이라는 점이 단적인 증거다.
위의 두 가지 사항은 오랜 시간동안 형성된 구조적인 경쟁우위라서 단기간 내에 변화시키기 어렵다. 어차피 언어는 주어진 것이라 쳐도 대학의 연구의 질 또한 쉽게 향상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 대학들은 높은 수준의 연구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비교적 잘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미국이란 나라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맞물려 전세계의 지적 생산을 선도하고 있다.
홍콩에서 살다 보니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실감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국이 되기에는 아직 여러가지 한계가 많다는 느낌을 함께 받는다. 경제적 영향력이 지적 영향력 나아가 문화적 영향력과 함께 가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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