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Transferwise.com(트랜스퍼와이즈)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 법적 문제 확인와 송금 사례

미국에서 은행을 통해 한국으로 송금을 하면 환율을 은행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하는 데다 수수료까지 내야 되기 때문에 송금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소액 송금의 경우에도 일정한 수수료를 내야 되기 때문에 송금액이 적을 수록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Transferwise.com는 이런 은행 이용자들의 불만을 기회로 삼아 설립된 외화 송금 전문 Fintech 기업입니다. Transferwise(트랜스퍼와이즈)의 비지니스 모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송금하는 경우, 미국에서 송금하는 사람으로 부터 달러를 계좌이체 받고 영국에서 송금받는 사람에게는 파운드화로 계좌입금을 해주는 겁니다. 은행을 거치는 것과 다른 점은 달러화에서 파운드화로 은행간에 이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Transferwise를 통해 송금할 경우 달러는 그냥 미국에 남아서 다른 사람이 미국으로 송금할 때 지급되고, 계좌 입금에 사용된 영국의 파운드화 또한 다른 사람이 영국에서 다른 나라로 송금을 의뢰할 때 받은 파운드화라는 점입니다. 이런 송금 방식은 소위 말하는 "환치기"와 같아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나라에서 돈세탁과 탈세 예방을 위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Transferwise는 영국에서 시작해서 각국의 금융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위의 송금방식을 온라인으로 처리해서 송금비용을 대폭 줄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비상장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종종 한국에 송금해야 할 일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았지만 최근까지 Transferwise의 송금 대상에 한국 원화는 없었습니다. 국내 자료를 살펴보니 한국에서는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으로 등록한 업체만이 외화 송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그 이외의 업체나 개인이 처리하는 외화 송금은 모두 불법으로 처벌 대상이 되더군요. Online 전문업체인 Transferwise가 한국에서 외국환업무 취급기관 요건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겠지요. 그런데 며칠 전에 혹시나 싶어서 다시 살펴보니 한국 원화가 송금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수 차례 이메일로 Transferwise에 문의해서 개략적인 상황을 알아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 원화 송금은 며칠 전에 시작했다.
- 원화 송금에 대한 자세한 내역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라.
https://transferwise.com/support/customer/en/portal/articles/2255093-krw-transfers?b_id=8790
- 직접 Transferwise가 한국내에서 지급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Paygate 라는 제휴업체를 통해서 처리한다.
- Paygate는 한국 내에서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업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Paygate는 2015년 7월에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으로 정식 등록한 업체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Paygate에 문의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 Paygate와 Transferwise가 정식으로 제휴 계약을 맺고 송금 업무를 최근에 시작했다.
- 2015년 12월 21일 현재 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을 지원하고, 한국에서 외국으로 송금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 제휴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좀더 진행이 되면 언론을 통해 홍보가 나갈 거다.
- Paygate는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이라서 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할 때 법적인 문제는 없다.

Transfewise와 Paygate의 설명을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되어, 바로 Transferwise로 한국의 부모님께 송금을 해 보았습니다. 크게 4단계를 거치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송금액과 받을 화폐를 결정합니다. 처음에 $1,000을 입력했더니 부모님이 받으실 금액이 116만원정도 나오더군요. 120만원 맞춰 드리려고 조금 더해서 $1,050을 입력했더니 1,216,807원이 입금예정액으로 나왔습니다. Transferwise상의 환율은 달러당 1,176원으로 처리되었는데, 바로 검색해보니 매매기준율 (1176.9원)과 거의 같았습니다. 대신 수수료가 송금액의 1.5%가 부과된다고 나오는데 입금예정액을 계산해 보니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더군요.

둘째, 보내는 사람의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생일, 주소를 요구합니다. 한 번 입력하면 다음 번에는 다시 입력할 필요 없습니다. 너무 자세한 내용을 요구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한편으로 미국에서 은행계좌를 열려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정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셋째, 받는 사람의 이름과 은행 계좌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국제 송금에 사용하는 은행별 Swift code를 준비해야 하나 싶었는데, 국내의 각 은행별로 우리말/영문 이름과 국내에서 계좌이체에 사용하는 은행 코드를 보여주고 선택하게 하더군요. 한국쪽 Paygate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 것 같은데 약간 의외였습니다. 받는 사람 계좌 정보도 저장할 수 있어서 한번만 입력하면 됩니다.

넷째, 송금할 미국 달러화를 본인의 미국 은행 계좌에서 이체해야 합니다. 여러 은행을 보여주는데 저는 Bank of America에 계좌가 있어서 클릭했더니 BOA 웹사이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묻더군요. 차례로 입력했더니 Checking과 Savings 중에서 어느 계좌에서 이체할 거냐 물어서 하나를 선택했더니 바로 송금 절차가 끝났습니다. 영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는 Debit card와 credit card로도 송금액 결제가 가능하다는데 미국은 아직 은행 계좌 이체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국시간 12월 21일 오후 9시 (한국시간 22일 오전 11시)에 Transferwise 송금 절차를 마치고 보니, 한국에서는 12월 25일까지 입금 될거라고 Transferwise에서 나오더군요. 송금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클릭했더니, 추가 정보를 제공해야 송금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네요. 뭔가 싶어서 보니 Social Security Number (SSN)와 Photo ID 두 가지를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추가 설명을 클릭해 보니 미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본인확인이 꼭 필요하다네요. 은행에서 계좌 열 때도 SSN와 photo ID가 필요하니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차례로 입력했습니다. Photo ID는 여권, Photo ID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에게 발급하는 신분증), 운전면허증 중에 선택하고 앞 뒤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 했더니 10분쯤 뒤에 신분증 확인이 끝났다고 확인 이메일이 왔습니다. 문제는 SSN를 입력하고 다음으로 클릭해도 처리가 되지 않는 겁니다. 웹브라우저를 껐다가 다시 해도 안되고, 크롬 웹브라우저 대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써도 안되는 겁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앱 링크가 아래에 보여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아이폰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SSN을 입력해 보니 금방 처리되더군요. 요즘 많은 기업들이 PC보다는 모바일 앱에 더 치중한다더니 PC 웹사이트에 버그가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은행을 통한 외화 송금에 비해 "제가 느낀" Transferwise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수료가 송금액의 1.5%로 적지 않지만 환율이 매매 기준율에 기반하고 있어서 소액 송금에 유리합니다.
- 송금을 결정할 때 한국 쪽에서 받을 원화 금액을 알 수 있습니다. 은행을 통한 송금은 한국 원화로 얼마에 입금될 지 몰라서 곤란한 점이 많았는데, 상당히 편리한 기능인 것 같습니다.
- 단점은 역시 수수료가 송금액의 1.5%라서 고액 송금일수록 불리합니다.

부모님께서 크리스마스 이후에 입금을 확인하시면 정확한 입금액과 입금 날짜를 확인해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Transferwise를 통해서 송금하실 분이 있으면 Invite Link를 통해서 가입한 후에 송금하는 게 유리합니다. $3,000 이하의 첫번째 송금에 대해 수수료가 무료라고 합니다. Invite Link는 이미 가입한 사람이면 누구나 나눠줄 수 있는데 Invite Link를 통해 세 명이 가입하면 제공한 사람도 $75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 Invite Link가 필요하시면 https://transferwise.com/u/04d55 를 사용하셔도 됩니다. :)

[업데이트]
한국 시간 12월 23일자로 부모님 계좌에 Transferwise에서 제시했던 입금예정액 1,216,807원 정확히 입금되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제가 Transferwise에 입력했던 영문 이름이 표시되었고, 기업은행에서 송금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통장에 기록된 입금일자는 23일 낮에 통장정리할때는 입금 표시가 되지 않았다가 24일 통장정리에 표시된 것을 보니, 23일 늦은 오후나 일과시간 이후에 입금처리 된 것 같습니다. Transferwise에 송금 의뢰한 것이 한국 시간 22일 오전 11시였으니 대략 36시간 이내에 입금처리된 것 같습니다.

송금할 때 표시된 원화표시 입금예정액이 정확히 입금된 것과 36시간 정도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모든 입금 처리가 완료된 것은 상당히 만족스럽네요.

댓글 6개:

  1.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어제 공유했는데 생각보다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네요. ^^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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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외환법이 개정되었으니, 곧 외환송금시장도 핀테크의 격전지가 되겠죠. 공인인증 없는 결제서비스로 주목 받은 국내업체와 해외 유명 핀테크의 제휴가 인상적입니다. 정보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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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와...기사보면서 원화는 아직안되나 했더니 벌써 해보신분이 계셨네요. 값진후기공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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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매매기준율로 송금되고 1.5% 수수료면 삼백만원정도까지 Transwise.com으로 보내면 이익일것 같네요. 단, 미국내 한국은행계열로 보내는거나 환율우대 없을시 비교하면요. 저같은 경우는 우리아메리카은행으로 가끔 보냈었는데 만오천불까지 15불 수수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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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감사합니다~ 지금은(2018) 원화가 없어졌나봐요ㅠ 찾아보니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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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홈페이지에는 원화환율이 안나오는데 회원으로 로그인하면 미국계좌에서 한국계좌로 송금할 때 환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달에도 송금한 적이 있거든요. 수수료는 1월에 조금 낮아졌습니다.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s://transferwise.com/us/blog/fees-changing-usd-jan-18-k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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