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에는 제 전공 분야인 회계학 분야와 제가 경험한 몇 안되는 학교에 국한되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저런 경로로 들은 얘기들은 저로서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먼저 Search committee (또는 recruiting committee)에서 가장 중요시 보는 게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지원자가 장기적으로 우리의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까"입니다. "장기적"인 동료라는 것은 지원자가 우리 학교에서 tenure를 받을 능력이 있는가를 묻는 것이고, "좋은 동료"라는 것은 지원자가 우리 학과의 일원으로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첫번째 사항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두번째 사항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채용 과정 뿐만 아니라 Tenure 심사에서도 피평가자의 Personality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연구실적이 좋아도 동료가 될 다른 교수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채용은 물론이고 tenure도 받기 어렵습니다. 저희 과 교수님 중에 한 분은 이런 질문을 저에게 하시더군요. "그 지원자와 일과 이후에 맘편하게 맥주 한잔 마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좋은 동료가 되기 어려울 겁니다"
한 가지 더 임용심사 과정에서 고려하는 중요한 사항이 과연 이 지원자가 오퍼를 받으면 우리 학교에 올 것인가 입니다. 실제 교수 채용시장에서 지원자들도 경쟁을 하지만, 학교들도 좋은 지원자를 뽑기 위해서 경쟁을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눈에 띄는 지원자는 다른 학교에서도 눈에 띌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지원자가 정말 우리 학교에 올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우리 학교는 그냥 백업으로 지원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럼, 심사자 입장에서 각 단계별로 어떤 사항을 주로 살펴보는 지를 설명하겠습니다.
1. 서류 검토 및 1차 인터뷰 대상 선정
CV는 지원서 중에서 제일 중요한 서류입니다. 심사위원인 교수들도 다들 바쁘기 때문에 대부분 1차 서류 심사에서는 CV만 주로 봅니다. 다른 서류들은 CV로 걸러낸 다음에 선별적으로 검토합니다. 그럼 CV에서는 어떤 사항을 살펴볼까요?
첫째, 박사과정 출신 학교와 지도교수를 봅니다. 박사졸업 예정자의 경우 논문실적이나 강의평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채용시장에서 Information asymmetry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박사과정 출신 학교와 지도교수가 중요한 signal로 작용합니다. 박사과정 학교 자체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해도 학계에서 지도교수의 평판이 좋으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합니다. 출신 학교 수준이 높으면 좋지만, 우리 학교에 올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좋은 학교 출신 지원자는 제외합니다. Top research school에서는 이럴 필요가 없겠지만 second-tier school이나 teaching school에서는 제한된 자원으로 좋은 지원자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림의 떡은 포기합니다. 석사학위는 참고사항 정도이고, 학사학위는 어느 학교에서 받았는 지 거의 고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학부를 마친 한국이나 중국인 지원자의 경우에는 영어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수 있어서 참고합니다.
둘째, 연구 분야와 논문 리스트를 봅니다. 논문의 자세한 내용 보다는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는 지 주로 봅니다. 특정 연구분야가 유명한 학교들은 그 쪽 분야의 연구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부족한 분야를 메꾸기 위해 다른 분야 연구자를 뽑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논문들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 지를 봅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지원자가 Tenure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논문을 얼마나 많이 "Tenure 심사할 때까지" 저널에 게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논문이라도 Tenure 심사 전까지 저널에 나오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교수 본인에게는 다른 학교에 가서 Tenure 받는데 큰 도움이 되지요). 따라서, 논문 중에 학회 발표를 한 실적이 있으면 좋고, 발표가 확정된 경우라면 발표 이전이라도 CV에 언급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일부 지원자의 경우 덜 준비된 논문을 급하게 저널에 넣고 CV에 under review라고 쓰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널에서 1차 심사중인 논문은 일반 working paper와 크게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연구 관련해서는 제일 좋은 것이 괜챦은 저널에서 2차 또는 그 이상의 심사를 받고 있는 겁니다. 게재 확정된 논문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Revise and Resubmit 중인 논문도 가점이 됩니다. Second-tier schools들은 top journal이 아닌 저널 (예를 들어 JAAF, JAPP) 의 논문도 가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학교에서 tenure 심사에 고려하지 않는 저널의 논문은 오히려 감점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Top 3 journal 만 tenure 심사에 포함시키는 top research school 들에서는 그 이외 저널에 나온 논문은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을 줄수 있습니다. "이 지원자는 왜 더 좋은 저널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 이정도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실력 밖에 안되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또한, 게재 확정된 공저논문이 top journal 에 있어도 본인의 job market paper가 상대적으로 약하면 크게 평가절하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본인의 연구 역량이 탄탄해야 Tenure 요건을 충족시킬만한 연구실적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강의능력에 대한 정보를 살펴봅니다. CV에서 강의와 관련해서는 어떤 과목을 가르쳤고, 어떤 강의평가를 받았는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회계학 내에서도 특정 분야를 국한시켜서 채용공고가 났다면, 지원자의 연구 분야와 함께 해당 분야의 강의 경력이 있는 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세무회계나 회계감사로 채용공고가 났으면 강의 경력이나 직장경력에 해당 분야의 경험이 있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세무회계 쪽은 상당수의 미국 대학들이 lecturer에 의존하고 있어서 세무회계 연구/강의 또는 직장 경력이 있는 지원자는 상대적으로 좋은 학교에서 잡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명의 스타가 괜챦은 잡오퍼를 다 쓸어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강의 평가는 높을 수록 좋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별로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특히 학부 기초 회계 과목을 가르친 경우에는). 오히려 인터뷰 때 얼마나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지를 자세히 봅니다. 다만 첫번째 강의에서 평가가 안 좋으면 한번 더 강의를 해서 강의평가 성적을 높이는 게 좋습니다. Native speaker가 아닌 지원자에게는 강의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교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밖에 참고하는 사항으로는 지원자가 CPA인지, 회계법인 경력이 있는 지를 확인합니다. 이 점은 Top research school들은 거의 신경을 안쓰지만, teaching을 강조하는 학교일수록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도하고 올해 졸업하는 학생의 경우 박사과정 중에 (교수들은 말리는 분위기였는데) 본인이 원해서 CPA 시험을 보고 통과했는데, teaching school이지만 10여개 학교에서 캠퍼스 인터뷰를 받았고 세 학교에서 잡오퍼를 받아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 실력으로 볼 때 그 정도로 많은 학교들이 관심을 보일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회계학 잡마켓에 나갈 박사과정 학생이 CPA 시험을 보겠다고 하면 오히려 권장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차 인터뷰 대상자는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정합니다. 일단 연구나 강의면에서 부족한 지원자나 우리 학교에 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지원자를 제외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남은 지원자 들을 나누어 맡아서 추가자료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합니다. 이때 학회에서 지원자를 만난 경험을 공유하고, 각자 인맥을 통해 지원자의 정보를 추가로 수집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도 지원자의 정보를 문의하는 전화를 다른 학교 교수로부터 받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2. 1차 인터뷰
Top reseach school이나 재정상황이 좋은 private school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들은 캠퍼스 인터뷰 (campus visit)를 초청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입니다. 저희 학교와 같은 경우 1명 모집에 최대 3-4명 정도 인터뷰를 부를 수 있는 예산이 배정됩니다. 따라서, 캠퍼스 인터뷰 이전에 전화나 Skype로 1차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전화나 Skype 인터뷰를 interviewer를 바꿔가면서 2회에 걸쳐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울러 AAA annual meeting의 career center나 Miami rookie camp를 1차 인터뷰의 기회로 삼는 학교들도 많이 있습니다.인터뷰어 (interviewer)는 인터뷰 전에 지원자에 대한 사항을 좀더 자세히 검토하고, 인터뷰시에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점검합니다. 인터뷰시에는 CV에 있는 정보에 대한 확인 및 업데이트를 하고, CV와 추천서를 보면서 궁금했던 사항을 질문합니다. 지원자가 자신의 연구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보면서 연구 능력 뿐만 아니라 강의 능력이나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봅니다. 지원자가 우리 학교에 지원한 이유를 물어보면서 우리 학교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또한 짧은 인터뷰 시간동안 지원자의 Personality에 대한 인상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가지 지원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는지에 대한 답변입니다. 적지 않은 지원자들이 대도시 쪽 학교를 지원할 때는 자신 또는 가족이 생활하기에 대도시가 편하다고 말하고, 한적한 시골의 학교를 지원할 때는 대도시 보다 조용한 환경이 더 좋다고 말합니다. 틀린 답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답변도 아닙니다. 미국에는 대도시 부근 학교들도 많고, 한적한 시골의 학교도 많습니다. 좋은 답변은 해당 학교가 가진 특성을 바탕으로 그 학교에 지원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 학교는 이런 저런 면에서 다른 학교와 차이가 나는데 나는 그 점이 좋아서 (또는 나와 맞아서) 지원한다고 얘기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홍콩에서 미국으로 옮길 때 홍콩의 학교와 우리 학교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 답변은 "홍콩 학교는 research에 너무 초점을 맞추어 teaching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교육이 학교 본연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research와 teaching의 가치를 균형있게 인정하는 이 학교를 지원했다." 하지만, 많은 학교들이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아서 특정 학교만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게 힘들다는 게 문제지요. 물론 Rookie들은 비슷한 수준의 여러 학교들에 동시에 지원서를 넣는다는 것을 서로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답변을 해도 큰 문제는 안되지만, 수십명의 지원자 중에서 자신을 차별화시키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럴 경우 해당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mission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학교에서 강조하는 catchphrase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답하면, 오랜기간 그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 학과장이나 학장 같은 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인터뷰어 (interviewer)는 오로지 직무관련 질문만 할 수 있습니다. 나이, 성별, 가족사항, 국적/영주권, 인종, 종교 등의 개인적인 질문은 일절 하면 안됩니다. 물론 지원자가 스스로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인터뷰하는 사람은 지원자의 신상 관련 질문을 절대 해선 안됩니다. 혹시 개인적인 질문을 인터뷰 과정에서 받는다면, 지원자는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첫째, Tenure 기준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어디에도 명시된 게 아니라서 누구도 명확히 얘기하기를 꺼립니다. 더구나 기준이 불분명할 수록 평가하는 교수들의 재량권이 커지는데 이를 선호하는 교수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Tenure 기준에 대한 질문를 받으면, 인터뷰어는 (1) 이 정도 실적이면 Tenure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2) 최소한의 요구사항은 이정도다 또는 (3) 최근에 이정도 실적으로 Tenure를 받았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가지 답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첫 번째 답은 Tenure 기준을 직접 언급하는 반면, 두번째와 세번째 답은 Tenure 기준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두번째 답은 최소한의 요구사항만 얘기하고, 어느 정도가 안정권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보통 다다익선이라는 식으로 말하지요). 세번째 답은 설령 지원자가 같은 수준의 실적을 5년 후에 달성해도 Tenure 기준 자체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즉 인터뷰 때 얘기한 건 5-6년 전 tenure 케이스라서 너의 경우와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하는 거지요. 게다가 최근의 tenure 받은 사람이 예외적으로 연구 실적이 좋거나, 최근 몇 년간 tenure 받은 케이스가 없는 경우에는 이런 답변 조차 별 도움이 안됩니다. 그러면, 최소 이정도의 실적은 필요한 것 같은데, 논문은 좋은 저널에 많을 수록 좋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립니다.
또한, tenure 심사에서 연구 (research), 강의 (teaching), 서비스 (service)의 세 영역의 상대적인 비중도 중요하니, campus visit 할때는 질문하는 게 좋습니다. 아울러 campus visit 할때는 해당 학과에서 tenure 심사에 사용하는 저널 리스트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특히 tenure 심사할때 사용하는 top journal 리스트가 학교마다 제각각이라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top-tier school을 제외하면 high-quality 저널에 나온 논문 갯수 뿐만 아니라 전체 논문 갯수도 감안합니다. 따라서, tenure 심사에서 논문 편수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지도 물어 봐야 합니다. 특히 여러 분야의 교수들을 평가하는 provost level로 올라가면 top journal에 나온 논문 3개만 있는 사람보다 top journal 논문 2개 + B레벨 저널에 3개가 있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Teaching load 관련 질문으로는 (1) 1년에 몇 section을 강의하는 지 (예를 들어 3-0, 2-2, 3-3, 4-4), (2) 한 학기에 몇 개의 prep을 가르쳐 하는지, (3) Tenure 받을 때까지 보통 몇 개의 prep을 가르치는지, (4) 신임 조교수에게 어떤 과목을 배정하는지가 있습니다.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교수들에게는 강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강의 시간 뿐만 아니라 과목 배정에서도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학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처음 가르치는 과목 (특히 MBA 과목)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웬만한 논문 하나를 새로 쓰는 것만큼의 시간이 듭니다. 따라서, 강의평가에 가중치가 높은 second-tier 또는 teaching school 일수록 prep 갯수를 줄이는 게 연구시간 확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재직한 두 학교에서는 모두 기본으로 2-2를 강의했는데 prep 수에서는 차이가 많았습니다. 홍콩에서 6년간 근무할 때는 introductory level의 2개 prep을 번갈아서 5년간 가르쳤고 마지막 6년차에 석사과목 하나를 추가한 반면, 지금 있는 학교에서는 첫 5년간 5개의 prep (학부, 석사, 박사 과목 포함)을 가르쳤습니다. 학과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 College와 Provost Office 차원에서 tenure 신청시에 4-5개의 prep이 teaching portfolio에 포함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따른 경우입니다.
그리고, 학생 구성에 대해 물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학생 구성이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재직중인 학교는 Public school이고 오랜 기간 Commuter school이었기 때문에 non-traditional students 과 first-generation students 비중이 보스턴 내의 다른 학교 (전부 사립학교)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그 결과 제 수업시간에 백인학생 비중이 대략 절반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런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과 80-90%가 백인학생으로 구성된 private school에서 강의하는 것은 크게 다릅니다. 특히 teaching을 강조하는 학교일수록 학생 구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조건이 동일하면 public school보다 private school에 계신 교수님들이 teaching 에 대한 pressure를 더 많이 받습니다. Private school에서 강의하시는 교수님들 얘기로는 심지어 학부형이 직접 Dean에게 전화해서 강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셋째, 연구지원 관련 질문으로는 (1) Summer support (2) Conference support (3) 각종 데이터 베이스 구독 여부 (4) 컴퓨터 지원 여부 등이 있습니다. 여름 계절 수업 강의 대신 연구 지원 목적으로 지급하는 Summer support 는 학교마다 금액이나 비율이 다르고 지원 기간도 다르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금전적인 문제라서 전화나 skype보다는 캠퍼스 방문시에 질문하는 게 좋습니다. Conference support 는 구체적인 금액보다는 1년에 몇 개의 학회를 갈 수 있는지 물어보면 됩니다. 매년 금액이 정해진 학교라면 금액을 말해줄 겁니다. 다만 본인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에만 지원해 주는 학교도 많기 때문에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Whaton 데이터베이스는 아예 없는 학교도 있고 (대부분 teaching schools), 있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만 사용 가능한 학교도 많습니다. 물론 박사과정 때 시작한 논문은 상관이 없겠지만, 새로운 학교에서 시작하는 논문의 경우에는 데이터베이스가 없을 경우 박사과정을 졸업한 학교나 전혀 다른 학교의 교수들과 공저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공저자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합니다.
넷째, 추후 심사 일정에 대해서는 대략 언제쯤 캠퍼스 인터뷰 초청자를 결정해서 통보하는 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각 단계별로 심사에 통과한 사람들만 연락하지, 통과하지 못한 지원자들에게는 통보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상 시기를 한참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떨어졌다는 것을 알수 있기 위해서라도 다음 단계의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인터뷰 도중에 지원자가 하면 안되는 (해도 소용없는) 질문이 연봉이 얼마인지 입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인터뷰 도중에 연봉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정확한 답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정보도 없습니다. 연봉은 나중에 채용이 결정되고 계약서 쓰기 전에 학과장이나 학장과 얘기할 사항이지, 인터뷰하는 일반 교수들에게 질문할 사항이 아닙니다. 같은 학과 내에서도 조교수들 연봉이 채용연도마다 다르고, 같은 연도에 채용된 조교수들 중에서도 과거 경력이나 연구실적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연봉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에 채용된 조교수가 얼마 받았는지는 대략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인터뷰어 입장에서는 "모르니까 Department Chair나 Dean에게 물어봐라"라고 답해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Job offer가 나갈 때까지 연봉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간혹 캠퍼스 인터뷰 도중에 학과장/학장이 예상 연봉을 미리 공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더구나, 인터뷰 때 연봉에 대한 질문은 "이 지원자는 돈 많이 주는 학교 있으면 언제든 다른 학교 가겠구나"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위험이 있습니다.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학교 수준을 보면 대략적인 연봉 추정이 가능하고, 주립대학은 교수 연봉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잘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사과정 지도교수에게 물어보면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주의할 사항이 일부 주립대의 경우 실제 연봉과 공시된 연봉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학교의 경우 공시된 연봉은 학과별로 차이를 두기 어려워서 경영대 교수들도 다른 전공 교수들과 비슷하게 낮은 연봉으로 표시되고 대신 경영대 차원에서 추가 수당을 지급하여 다른 학교들의 연봉과 맞추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대신 추가 수당으로 연봉을 맞춰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능력있는 교수 채용에 애로를 겪는다고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Thanks email입니다. 전화든 캠퍼스 인터뷰든 상관없이 인터뷰를 마치면 각각의 인터뷰어에게 1-2일 내로 간략하게 Thank-you email을 보내는 게 예의입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하냐 하면, Thank-you email을 보낸다고 가점을 받지는 못하지만, 안 보내면 심한 감점을 주는 교수가 많습니다. 저도 지원자가 Thank-you email 안보내서 다음 단계를 넘어가지 못한 사례를 여러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진짜 탈락 이유는 따로 있고 Thanks email 안 보낸 것은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굳이 핑계거리를 줄 필요는 없겠지요.
3. 2차 캠퍼스 인터뷰 대상 선정
다음 단계는 2차 캠퍼스 인터뷰 (campus visit) 대상자 선정입니다. 이 단계에는 1차 인터뷰를 한 교수들이 평가한 자료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합니다. 대개 이 단계에서는 1차 인터뷰 결과와 추천서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각 지원자에 대해 1차 인터뷰를 한 교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됩니다. 추천서는 1차 인터뷰 이전에 도착할 수도 있고, 이후에 도착할 수 있지만, 늦어도 캠퍼스 인터뷰 대상을 선정시에는 추천서를 심사에 반영하게 됩니다 (저희 학교는 추천서를 캠퍼스 인터뷰 대상자 선정에 반영했는데, 제가 지도한 박사과정 학생이 지원한 학교들을 보니 추천서 받기 이전에 캠퍼스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Top research school을 제외하면 3-4배수의 지원자를 캠퍼스 인터뷰에 초청하는 학교들이 많기 때문에 Search committee 입장에서는 campus visit 대상자 선정이 매우 중요한 결정이고, 여기에 포함되는 것 만으로도 지원자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캠퍼스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면 해당 학과나 단과대학 차원에서 HR과 협력해서 항공편, 숙박 등을 지원자와 조율하게 됩니다. 캠퍼스 인터뷰 일정을 짜거나 항공편 예약을 할 경우에는 해당 학교의 요구사항에 대개 맞추어서 하는 게 예의입니다. 항공편과 숙박은 물론 공항에서 호텔과 학교로 이동하는 교통편까지 모든 경비는 학교쪽에서 부담하는 게 원칙이지만, 일반적인 경비 범위를 넘어서는 선택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4. 캠퍼스 인터뷰 (Campus visit)
캠퍼스 인터뷰는 심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가 직접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는 해당 학교 교수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다른 지원자보다 낫다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1명 뽑는 학교에서 최종 심사에서 2위로 평가받는 것은 별 소용이 없습니다 (다만, 1위가 잡오퍼를 거절하면 2위에게 기회가 갈 수도 있지만, 2순위자에게 오퍼를 줄지는 순전히 학교 맘입니다). 캠퍼스 인터뷰의 중요성은 캠퍼스 인터뷰가 다음 주에 예정된 박사과정 지도학생 학생에게 제가 했던 아래의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The next week will be the most important week in your academic career."
캠퍼스 인터뷰는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 까지 하루 종일 해당 지원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지원자에게 우리 학교에 오면 이런 저런 좋은 점이 있다는 식으로 선보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인터뷰 당일 아침/점심 식사는 물론이고, 그 전날 점심/저녁 식사까지 지원자가 해당 학교 교수와 같이 하도록 일정을 짭니다.
도착 당일부터 교수들과 식사 등으로 만나는 경우에는 그 때부터 인터뷰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식사 할 때 어떤 종류의 식당으로 갈지 물어 보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특별히 싫어하거나 알러지가 있는 게 아니면 뭐든 좋다는 식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비지니스로 만나는 것이라서 긴장해서 많이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먹는데 신경쓰느라 교수들과의 대화를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메뉴는 소화 잘 되고, 나이프와 포크로 먹기 쉬운 것이 좋습니다. 새우, 게, 랍스터 같이 껍질까는 것은 당연히 피하는 게 좋고, 파스타도 포크와 스푼으로 먹는데 능한 분이 아니면 좋은 메뉴가 아닙니다. 기본적인 테이블 예절도 사전에 확인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본격적인 캠퍼스 인터뷰 일정을 보면 보통 30분 정도씩 개별 교수와 연이어 면담을 하고, 그 중간에 Job market paper 로 세미나 발표를 하게 됩니다. 보통 개별 면담에 학과장과 학장 면담이 들어가고, Provost까지 개별 면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Private schools 중에는 학생 대표가 search committee에 들어가서 teaching 능력을 평가하고, 직접 지원자와 만나는 시간도 가집니다. 하루 종일 인터뷰하려면 피곤할텐데 그런 때 나오는 그 사람의 본성을 눈여겨 보는 사람이 꼭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인터뷰 할때는 자신감있지만 겸손한 (Confident but humble)게 좋습니다. 설령 그 학교에 임용이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학계에서 어떻게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니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게 바람직합니다.
캠퍼스 인터뷰에서 주고 받는 질문과 답변은 1차 인터뷰에서 설명한 내용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개별 교수와의 면담에서는 각 교수 별로 적당한 질문을 3-4 가지씩 준비한 게 좋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질문은 같은 것을 여러 교수에게 물어봐도 됩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다른 답변을 듣는 경우도 간혹 있거든요. 특히 Tenure 관련 질문에 대해 학과장의 답변과 조교수 또는 최근 Tenure 받은 부교수의 답변이 다른 경우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 결정을 언제쯤 알수 있을지를 학과장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으로 지원자가 같은 질문을 여러 교수로부터 받았을 때 어느 정도 일관된 답변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교수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다가 서로 다른 답변을 들은 것을 알면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미나에서 논문 발표는 캠퍼스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다른 인터뷰를 잘해도 자신의 논문을 제대로 전달하고 청중을 설득하지 못하면 임용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논문 발표는 논문의 내용과 전달 능력이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미나에 오는 교수들이 대부분 논문을 읽고 올 거란 기대는 안하는 게 좋습니다. 다시 말해서 논문에 뻔히 있는 내용도 질문받을 가능성이 있고, 그에 대해 Professional하게 답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청중들이 읽지 않은 논문을 얼마나 잘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지를 평가하는 교수들도 있습니다. 그런 능력은 강의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논문의 내용 전달 못지 않게, 발표자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발표하지만, 한편으로 겸손하게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comment에는 발표 중간에도 "Thank you for your comment"할 수 있고, 틈틈히 comment의 keyword를 간단히 메모하는 것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의도적으로 답변이 어려운 질문 (정답이 없거나 여러 견해가 공존하는 질문)을 해서 발표자의 대응을 보는 교수들도 있으니 사전에 다양한 상황에 대해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문 발표시에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verbal language 뿐만 아니라 body language를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감 있지만 겸손한 태도가 좋습니다. 발표자가 너무 aggressive해서 건방지다는 인상을 줘서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native speaker가 아닌 발표자가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한 joke가 분위기를 더 안좋게 만들 수 있고, 발표자 본인은 모르지만 청중 입장에서는 발표 도중에 계속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습니다. 따라서, 캠퍼스 인터뷰 이전에 미리 발표 연습을 하는 게 필수적이고, 발표 연습을 비디오로 녹화한 다음 분석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발표 연습은 학과 세미나 형태 일수도 있고, 박사과정 학생끼리의 연습일 수도 있습니다.
Teaching school의 경우에는 논문 발표와 별도로 Teaching demonstration을 시킵니다. 사전에 통보한 주제나 지원자 본인이 선택한 주제로 1시간 정도 강의를 하는 겁니다. 학교쪽에서 지정한 주제가 없다면, 본인이 과거에 가르쳤던 과목의 일부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청중은 실제 학생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교수들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평가자는 지원자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함께 학생들의 engagement 정도를 주로 살펴봅니다. Teaching school의 경우 논문 발표보다 강의 시연을 더 중요시 하는 학교도 있으니 미리 충분히 연습을 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적인 면담이나 식사 자리에서 개인적인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직무 이외의 질문은 하면 안되지만, 적당히 돌려서 질문하는 인터뷰어도 있고 지원자 본인이 무심코 얘기한 내용에 덧붙여서 질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가족 사항에 대해서 지원자가 얘기를 먼저 꺼내면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해당 학교쪽으로 이주하는 데 문제가 없는 지 확인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배우자가 현재 직장이 있는 경우 이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잡오퍼를 줘도 오지 않거나 오더라도 몇 년 후에 학교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할 겁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질문을 잘 준비해서 가족 전체가 이주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캠퍼스 인터뷰는 여러 교수들을 만나기 때문에 각각의 인터뷰어에게 1-2일 내로 간략하게 Thank-you email을 보내는 게 예의입니다. 특히 동일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보다는 각 인터뷰어와의 대화에 맞게 1-2 문장이라도 수정해서 보내는 게 좋습니다.
5. 최종 채용 대상 선정
캠퍼스 인터뷰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이 다시 모여서 최종 결정을 합니다. 보통 캠퍼스 인터뷰한 지원자 중에서 우선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를 학과장에게 보고하면 학과장이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이 과정에서 학과장이 우선 순위 결정 단계부터 직간접 영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학과장은 만약 1순위 지원자가 잡오퍼 (job offer)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몇 순위까지 순차적으로 잡오퍼를 낼지를 함께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3명을 대상으로 캠퍼스 인터뷰를 실시했을때, 2순위까지만 순차적으로 잡오퍼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합시다. 이 때 1순위자가 잡오퍼를 거절하면 2순위자에게 오퍼를 내지만, 2순위자까지 오퍼를 거절하면 더이상 3순위에게는 오퍼를 내지 않고, 캠퍼스 인터뷰를 추가로 하거나 다음 시즌에 새로 지원서를 받아서 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방식입니다.
6. 채용 제안 및 수락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받은 잡오퍼는 크게 두 단계를 거쳤습니다. 첫째, 학과장이 이메일로 전화 약속을 잡은 뒤, 구두로 잡오퍼를 주었습니다. 이때 연봉과 간단한 계약조건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이 단계에서 어느 정도 연봉 협상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때 제 잡마켓 진행 상황과 저희 학교에 올지 여부도 함께 물어보았습니다. 이때 주의할 것이 전화상으로 오퍼를 수락할 지 여부는 말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냥 오퍼에 대해 감사하다고 하고, 공식적인 서면오퍼를 기다리겠다 또는 지도교수와 상의해 보겠다고 하면 됩니다.
그로부터 1-2주 정도 후에 학장 명의로 서면 오퍼를 받았습니다. 서면 오퍼에는 연봉과 계약기간 등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 서면오퍼에 사인해서 보내면 고용계약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구두 오퍼와 서명 오퍼 사이에 몇 주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연봉과 계약조건에 대해 법적 검토와 대학 내의 최종 승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구두 오퍼와 서면 오퍼 사이의 기간동안 구두오퍼의 법적인 효력입니다. 구두 오퍼를 받았지만 서면 오퍼를 받지 않았다면, 아직 고용계약이 성립되었는여부가 불확실합니다. 실제로 학과장이 구두로 잡오퍼를 냈는데 학장이 서면으로 오퍼를 내기 전에 학교 사정으로 최종 잡오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혹시 구두 오퍼만 받은 상태라면 다른 학교에서 오는 오퍼를 포기하지 말고 있다가, 원하는 학교에서 서면 오퍼를 받은 이후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오퍼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물론 오퍼를 준 학교 측에서도 무한정 시간을 줄 수 없어서 대개 오퍼가 언제까지 유효하다는 식으로 명시하고 있으니 감안하고 선택하기 바랍니다.
계약 단계에서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약 기간: Tenure까지 6년의 시간 (5년 끝나고 tenure packet을 제출)을 주는 경우 크게 3년+3년 계약을 하는 학교와 2년+2년+2년 계약을 하는 학교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6년 대신 7년, 8년이나 9년 (3년+3년+3년)을 주는 학교도 있습니다.
보통 계약 기간 마지막 해에 중간 평가를 하기 때문에 언제 중간 평가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실적이 필요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Tenure 심사에서 Teaching 비중을 높이 보는 학교일수록 중간평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2+2+2년 계약을 하는 학교에서 첫해 마치고하는 중간평가에서 탈락해서 2년만에 학교를 옮기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2) 계약 시작일: 학교마다 가을학기 시작이 제각각이고, 계약 시작일은 더 제각각입니다. 계약 시작일부터 급여가 계산되는데 학교에 따라서는 계약시작일이 가을학기 시작 1달 전인 경우도 있고, 학기 시작 1주일 후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 계약시작일이 9월 1일인데 강의시작일은 8월 25일인 경우).
또 한 가지 확인할 사항이 만약 계약 기간이 시작하는 시점까지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입니다. 많은 학교들이 ABD상태로 계약기간이 시작하면 약간 낮은 연봉에 Lecturer로 계약을 시작하고, 학위를 받는 시점에 Assistant Professor로 변경되다고 계약서에 명시합니다. 이 경우 계약 시작후 몇 년 이내에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계약 시작 이전에 반드시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고 계약서에 요구하는 학교도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ABD 상태로 계약이 시작할 경우 Tenure clock이 언제 시작하는 지 확인하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2019년 9월 1일부터 계약이 시작되는데 박사학위는 2019년 12월에 받았다고 합시다. 학교에 따라서는 Tenure clock을 2020년 9월부터 산정하는 학교가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지도교수에 따라서는 학생이 교수로 임용이 되었지만 졸업을 1-2년 늦추는 경우에 논문 완성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와 함께 학생에게 Tenure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이유를 드는 것을 가끔 봅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Pre-tenure period를 1년 더 버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유학생의 경우 ABD상태로 임용이 되면 졸업 요건이 미비되어 OPT 승인이 안나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쓸 수 없는 옵션입니다. 따라서 혹시 지도교수가 Tenure clock얘기를 하면서 졸업을 연기하려고 하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OPT 때문에 무조건 졸업해야 한다고 하십시요.
(3) Decision Deadline: 보통 잡오퍼를 주면서 1-2주일 정도의 시간을 줍니다. 그 이후에는 자동적으로 오퍼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해당 오퍼를 수락하려면 그 기간내에 계약서에 사인을 해서 보내야 합니다. 문제는 더 좋은 학교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인데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결과를 기다리는 학교에 "다른 학교에서 오퍼를 받았지만 그쪽 학교에 관심이 많아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언제쯤 결과를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문의하면 대개 언제까지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하거나, 심사는 마쳤지만 네가 1순위로 선택되지 못했다는 식으로 알려줍니다. 문의를 해도 아예 답장이 없으면 심사과정에서 탈락된 경우로 봐야 할 것입니다.
(4) 연봉과 각종 부대 혜택: 금전적인 사항은 잡오퍼를 받으면 아래의 사항을 다시 한번 상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빠져 있는 사항도 있을 수 있으니 중요한 사항은 넣어달라고 하거나, Dean이나 Department Chair에게서 서면으로 (이메일 포함) 답을 받아놓는게 좋습니다. 연봉 협상이 가능한 학교도 적지 않게 있으니, 지도교수와 상의해서 협상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 연봉이 9개월 기준인지, 12개월 기준인지?
- Summer support 는 얼마이고, 몇 년간 보장되는지? 보장기간 이후에도 연구성과가 좋으면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 Teaching load는 얼마이고, 몇 개의 prep을 가르쳐야 하는지? 첫 학기에 어떤 prep을 가르칠지?
- 연구 실적이 좋으면 혹시 Teaching load를 줄여줄 수 있는지?
- Start-up fund는 얼마이고, 어떤 비용을 포함하는지?
- Computer 지원은 어떻게 되는지? 대부분의 학교들이 신임교수에게 Computer 를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하니 teaching school을 지원할 때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Conference support (특히 start-up fund 사용 이후)는 얼마이고, 반드시 presentation을 해야 지원되는지?
- Pension에서 학교 matching 비율은 몇 퍼센트인지? (Pension에 대해서는 계약후 할 일에 대한 다음 글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 이사 비용은 어느 정도 지원되는지?
-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혹시 campus housing이나 housing subsidy가 있는지?
- H1-B 비자 스폰서는 해주는 지? 그리고 언제 H1-B 비자 신청을 시작할 것인지?
법적으로는 고용주가 H1-B 비자 스폰서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만 스폰서를 하고, 서류 처리가 늦다거나 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붙여줘서 OPT 기간 종료 이전에 H1-B비자가 안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피해는 비자 신청한 사람이 고스란히 지게 됩니다. 따라서, 비자 스폰서에 대한 사항을 미리 확실히 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최대한 빨리 비자 신청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게 좋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 계약 단계에서 접하는 행복한 고민이라면 (1) 다른 더 좋은 학교의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와 (2) 복수의 학교에서 잡오퍼를 받은 경우입니다. 첫번째 경우에는 이미 오퍼를 받은 학교에 얼마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지 물어보고,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학교에 최대한 그때까지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경우에는 학교 선택 전에 지도교수님과 같이 경험이 많은 교수님들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본인의 커리어 뿐만 아니라 가족이 있을 경우에는 생활 환경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5-6년후에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것에 별 부담이 없는 분이 아니라면, Tenure 받을 가능성이 높거나 불확실성이 적은 학교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수들 간의 알력때문에 연구 실적이 좋은 교수들도 tenure를 못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이신 황이석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하면 "교수에게 제일 좋은 대학은 Tenure 주는 대학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채용 계약 이후 첫 학기 시작 때까지 고려할 사항 (링크)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