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8일 월요일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절차 (1/3)

홍콩 대학 교수 지원에 대해서는 예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에 대해서는 글을 올린 적이 없어서 (1) 지원과정, (2) 심사 및 채용과정, (3) 채용계약 이후로 나누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일반적인 구분은 아니지만, 제 편의상 학교들은 Top-tier, second-tier, third-tier schools란 용어로 구분하겠습니다. Top-tier schools는 3-0 나 2-0 강의를 주는 top research school을 지칭하고, second-tier schools는 2-2 강의를 주는 학교들로 강의와 연구를 균형있게 고려하여 tenure를 주는 학교로서 teaching-research balanced university라고도 부르며, third-tier schools는 3-3 또는 4-4의 강의를 주는 teaching school들로 tenure 심사에서 강의평가를 주로 보고, 연구는 질보다 양을 확인하는 학교들입니다. Carnegie R1 and R2 Research Classifications에 따르면 Top-tier는 R1, secont-tier는 R2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R1/R2의 분류는 학교 전체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회계학에 국한하면 R1/R2 분류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글에는 제 전공 분야인 회계학 분야와 제가 경험한 몇 안되는 학교에 국한되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저런 경로로 들은 얘기들은 저로서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회계학 교수 채용시장은 크게 가을과 봄 학기 두 차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보통 두 시즌 중에 한 시즌에 집중을 해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데, 두 시즌은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봄학기에 신임교수를 뽑는 학교가 가을학기에 뽑는 학교보다 훨씬 많고, 특히 top-tier school 들은 봄학기에 뽑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으로 가을 학기에는 다른 학교와의 경쟁을 피하려는 학교나 직전 연도에 교수 임용에 실패해서 빨리 빈 자리를 채우려는 second-tier school 또는 teaching school이 많습니다. 아울러 박사과정 졸업예정생 (소위 말하는 rookie) 보다는 경력이 있는 교수(seasoned faculty)를 선호하는 학교들이 가을학기에 주로 뽑습니다. 하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을 학기가 경쟁이 덜 심한 경우가 많아서 second-tier research schools 중에 자신과 맞는 학교가 있으면 지원하는 것도 좋습니다.

채용공고는 AAA website, SSRN website, HigherEdJobs.com, Chronicles of Higher Education 등에 올라옵니다. 앞의 두 웹사이트에는 research school과 teaching school의 공고가 모두 올라 오지만, 뒤의 두 웹사이트는 주로 teaching school공고가 올라옵니다. 캐나다 학교들을 함께 지원한다면 CAUT의 웹사이트 중에 하나인 academicwork.ca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방법은 채용공고에 나와 있는 대로 각 학교별 HR website나 email address로 지원 서류를 제출하면 됩니다. 지원서류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CV, teaching and research statement, job market paper, teaching evaluation, recommendation letters 를 포함합니다. Recommendation letters는 추천인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지원서 (보통 CV)에 포함시키면 해당 학교에서 직접 추천서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추천인에게 보내고, 추천인이 해당 학교로 직접 추천서를 제출합니다. 지원시 제출할 서류목록에 추천서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지원자가 추천서를 받아서 함께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추천서를 접수받는 이메일 주소로 추천인이 직접 보내는 게 올바른 방법입니다.

지원서 작성시에 주의할 사항을 몇 가지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CV는 지원서 중에서 제일 중요한 서류입니다. 심사위원인 교수들도 다들 바쁘기 때문에 대부분 1차 서류 심사에서는 CV만 주로 봅니다. Job market paper가 연구 능력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어느 정도 소수의 지원자로 추려내기 전에는 논문 abstract 조차도 안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학교만 그런가 싶어서 다른 학교에 있는 교수들에게 물어봤는데 대동소이 하더군요. 따라서, CV에 채워 넣을 내용을 적어도 1-2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CV의 어떤 사항에 심사위원들이 관심을 두는 지는 "심사 및 채용절차"에 대한 다음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둘째, 지원학교에 대한 정보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학교의 현재 교수진 Profile을 살펴보면 Tenure 기준이나 그 학교에서 어떤 교수를 원하는 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tenure를 받은 교수의 연구 실적을 참고하면 tenure 기준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고, 교수진의 연구 분야를 살펴보면 본인의 연구를 이해하고 좋아할 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교수진의 인종적, 성별 구성도 어쩔 수 없이 감안해야 할 사항입니다. 또한 가족이 있을 경우 배우자와 자녀들이 살기 좋은 지역인지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무조건 많은 학교를 지원하고나서 인터뷰 오퍼가 오면 해당 학교에 대해 좀더 살펴 볼 수도 있지만,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학교나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학교의 지원은 삼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추천서를 써 주시는 교수님의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셋째, 지원 과정에서 각 단계별로 지도 교수의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박사과정 학생이 작성한 지원서라도 교수들이 보기에는 어설픈 점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학교 선정, 지원서 작성 및 제출, 인터뷰 준비, 최종 오퍼 선택, 채용 계약 등에서 지도 교수의 검토와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지도교수의 코칭 없이 진행하다가 엉뚱한데서 안타까운 실수를 하는 사례를 종종 보고 듣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나 중국학생들이 종종 범하는 실수인데,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학교 이메일 대신 Gmail 같은 이메일 주소를 CV나 지원서 제출 웹사이트 ID 로 쓰는 경우를 봅니다. 이 경우 심사자 입장에서는 지원자 정보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CV와 극히 제한된 정보로 평가하는데 Gmail을 지원서에 쓴다면 해당 지원자가 그 학교 소속인지 여부부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지원서에 의지해서 1차 서류 심사를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의문이 드는 지원서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힘듭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 잡마켓에서는 그나름의 룰을 충실히 따라야 합니다.

넷째, 거짓 정보를 CV나 다른 지원서류에 포함시키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지원서류 검토 과정에서 거짓이 의심되면 해당 지원자를 바로 제외시킬테고, 설령 채용이 되었다 하더라도 나중에 발각될 경우에 학교 측이 해당 교수를 파면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채용심사 중에 있었던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지원자가 소속 학교에서 제공한 양식이 아니라 본인이 Word 파일에 Copy and paste 한 것으로 Teaching evaluation을 제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지원자는 Native speaker에 미국 회계법인 경력까지 있어서 강의 평가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썼고 오히려 캠퍼스 인터뷰에 초청할 명단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중의 한 교수님이 ratemyprofessors.com에서 해당 지원자의 강의평가를 찾아서 문제 제기를 하셨습니다. 그 지원자가 CV는 물론 Teaching evaluation에 포함하지 않은 과목에 대한 평가가 ratemyprofessors.com에 있었고, 그 지원자가 가르친 모든 과목에 대해서 학생들의 평가가 매우 나빴습니다. 그래서, 해당 지원자에게 가르친 모든 과목에 대해 공식 teaching evaluation을 보내달라는 이메일을 보내고, 그 지원자는 인터뷰 초청명단에서 일단 제외시켰습니다. 나중에 그 지원자는 다른 학교로 가게 되어 저희 학교 지원을 철회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왔지만, 설령 지원을 철회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뽑을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다음 글 (링크)에서는 지원서 제출후 진행되는 심사 및 채용과정을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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