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2일 화요일

2년간 홍콩살면서 경험한 계절별 홍콩날씨

홍콩에서 거주한지가 벌써 2년이 넘어 3년째에 접어드는 홍콩가요입니다. 처음에 홍콩으로 올 준비할 때 만든 닉네임인데 이제는 좀 어색하군요. 지난 2년간 겪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대략의 계절별 날씨를 정리해 봅니다. 정확한 월별 평균 온도나 이번 주 일기예보 같은 건 홍콩기상대 (http://www.hko.gov.hk)의 자료를 참조하세요. 몇 달 뒤의 여행계획을 짜는 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써 봅니다.


1-2 월: 홍콩의 본격적인 겨울 시즌입니다. 낮에도 기온이 꽤 싸늘해서 실내에 있으면 춥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는 거의 오지 않고 습도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그래도 한국보다는 훨씬 높죠) 낮동안에 야외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문제는 밤에 실내에 있을 때, 특히 잘 때입니다. 1월정도 까지는 그나마 견딜만 하지요. 2월에는 구정 전후가 1년중에 가장 춥고, 최저기온이 영상 10도 정도로 내려갑니다. 영상 10도에 푸하하 하시는 분은 왔다가 홍콩 독감 걸리기 딱 좋습니다. 한국에서 오시는 분 중에 홍콩 날씨가 따뜻하다고 (온도만 보면 그렇죠) 한국에서 올 때 혹시라도 외투를 공항에서 맡겨 놓는 서비스를 이용하실 생각이라면 절대 안됩니다.

거의 모든 건물에 난방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주 드물게 호텔에 난방있는 경우 있음) 호텔방에서 자다 보면 한기에 오돌오돌 떨게 됩니다. 더구나 건물 내벽이 1년중에 머금었던 습기를 습도가 낮은 겨울에 내뿜어서 말그대로 한기에 뼛속까지 시릴 수 있습니다. 한술 더 떠서 일부 호텔에선 환풍목적으로 에어콘을 겨울에도 돌립니다. 제가 4년전인가 처음 홍콩 방문한게 1월이었는데 추워서 외투입고 호텔방에서 잤습니다. 호텔방에 에어콘 스위치를 아예 꺼도 기본적인 환풍기능이 돌아가는 데 추워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3-4월: 봄이 시작되면서 날씨가 어느 날 갑자기 더워집니다. 날씨가 따뜻해 지는 건 좋은 데 대신 비도 자주 오기 시작합니다. 11-12월 다음으로 그나마 여행오기 나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빠르면 4월 중에 우기가 시작됩니다. 우기 얘기는 5월달 얘기에서.


5-6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됩니다. 5월 날씨가 우리나라 초여름 날씨이고 본격적인 우기가 옵니다. 홍콩의 우기를 우리나라 장마철이라 생각하시면 큰 오산이지요. 우리나라는 장마철에도 며칠 비오면 하루 이틀 햇볕을 볼 수 있지만, 홍콩은 주구장창 1-2주일씩 비오고 잔뜩 흐린 날씨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작년 6월 장마철에 한국 갔다가 "아이 상쾌해" 했다는 거 아닙니까? 여기는 비가 와도 기본 온도가 27-28도에 30도는 선택이며 습도가 매일 99%입니다. 집에서 15리터짜리 제습기(가습기 반대 아시죠?) 세 대를 돌려면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가득찬 물을 비워야 합니다.

6월이면 벌써 완전 한여름 날씨입니다. 낮에는 30도를 넘고 최저기온도 25도 이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열대야 기준이 최저기온 25도란 거 아시죠? 더 큰 적은 습도. 습도 90%이하인 날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에어콘이 생활 필수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홍콩에서 가본 모든 건물에는 기본적으로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대신 난방시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요). 아무리 낡은 건물에도 에어콘은 있었습니다. 한 가지 문제라면 밖과 기온차이가 너무 심해서 감기걸리기 딱 좋다는 거죠. 대중교통인 지하철과 버스 (일부 버스와 트램은 제외)에서도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서 밖에서 돌아다니다 들어서면 갑작스런 찬 공기에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긴 팔 옷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7-8월: 이때는 아예 밖으로 많이 안 돌아 나가는 게 건강에 좋습니다. 온도는 기본이 32-33도, 습도는 95-99%. 고온 다습의 열대 기후가 어떤지 몸소 체험해 보고 싶으면 뙤약볕 밑에서 5분만 걸어보세요. 어느덧 땀으로 샤워중인 자신을 발견합니다. 공기중에 수분만 있고 산소가 부족해서 숨이 막힙니다. 가끔은 내가 물속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집니다. 이쯤되면 에어콘은 신의 선물입니다. 에어콘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싫습니다. 저도 우리나라에 있을 땐 에어콘 안 좋아했습니다. 2년만에 요즘은 밤에도 에어콘 약하게 켜놓고 대신 얇은 이불 덮고 잡니다. 에어콘 끄면 30분 내로 열대야의 진수를 맛볼수 있습니다. 호흡곤란, 미열, 무기력증...

7월부터 9월까지는 종종 태풍이 홍콩에 영향을 주니 일기예보를 확인하세요. 지난 주에 태풍 경보 8호가 떠서 한국에서 관광 오신 분들도 좀 고생하신 것 같더군요. 8호가 뜨면 모든 학생과 직장인들이 동시에 귀가하기 때문에 택시도 잡기 힘들고 버스나 지하철도 미어 터집니다. 우리나라 태풍에 비해 비는 특별히 많이 온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바람은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 집이 산 중턱에 있어서인지 태풍 오면 온 집에서 귀신소리가 납니다. 윙~ 윙~


9-10월: 9월까지는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와 똑같습니다. 지금이 9월 22일인데 오늘 낮 최고기온 30도. 지난 주는 주구장창 32-33도. 그래도 10월에 접어들면 가을 기분이 조금씩 납니다. 더위가 한풀 꺾여 최고기온이 30도 이하로 내려가고 습도도 90% 이하로 떨어지지요. 이 때부터 살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11월-12월: 가장 살기 좋은 시즌입니다. 여행오시는 분에게 가장 추천하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습도가 약간 높지만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가장 유사합니다. 비도 거의 안오고 날씨도 적당히 시원해서 관광이나 야외활동하기에 최적입니다.


요약해서 만약 날씨만 따져서 관광에 좋은 시기를 고른다면 11월이 제일 좋고 10월과 12월이 그 다음이고 3월과 4월이 그 다음입니다.

요 즘은 기상이변 때문인지 위에서 말한 것이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2월은 최근 수십년간 가장 추웠다가, 올해 2월의 경우 수십년간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올해 8월은 33도 이상이 되는 날이 또 지난 수십년간 가장 많았던 더운 여름이었다네요. 여행 계획할 때 그저 참고삼아 읽어보세요.

써 놓고 보니 홍콩날씨가 굉장히 안 좋은 것처럼 써 놨군요. 못 살 정도까진 아니구요. 홍콩이 날씨면에서 그냥 살만한 곳이라면 우리나라는 아주 살기 좋은 곳이라 할 수 있겠죠.

댓글 2개:

  1. 저도 이제 홍콩서 유학한지 2년되어가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글입니다 ㅎ 홍콩침례대교수님이신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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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내일 넘어가는데 옷때문에 걱정했는데 유용한정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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