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7일 일요일

2년간 살면서 느낀 홍콩의 식당 문화와 이용시 주의사항

홍콩의 식당을 이용할 때 몇 가지 주의사항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와 다른 식당 문화라고 할까요? 2년 넘게 살면서 별 5개짜리 호텔부터 동네 분식점까지 경험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들 올리신 내용들도 있으니 중복된다고 구박은 마세요. 그리고, 제가 광동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일부 광동어라고 쓴 것이 실제 발음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1. 그릇 치우기
홍콩에 처음 오신 분을 제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식사중에 빈 그릇을 바로 바로 치워버리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에게 빨리 나가란 부정적인 의미를 줄 수 있지만, 홍콩에서는 그런 뜻이 없으며 빈 그릇을 빨리 치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별 5개짜리 호텔을 가도 중국 음식점에선 빈 그릇이 보이면 웨이터나 웨이터리스가 정중히 치워도 되는 지 물어봅니다. 저렴한 식당에선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치우지요. 오히려 테이블은 좁은데 딤섬 그릇이 빈 채로 잔뜩 쌓여 있으면 손님이 짜증냅니다. 혹시 이런 방식이 심기에 거슬리시면 접시마다 음식을 조금씩 (대략 10% 정도) 남겨 놓으세요. 그러면 대개는 안 치웁니다. 그래도 치우려고 하면 그냥 정중히 No라고 하세요.

2. 이빠진 그릇
우리나라에선 이빠진 그릇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홍콩에선 전통의 상징으로 본다네요. 그래서, 관광객들이 가는 고급 식당 (호텔내 식당 포함)이 아닌 경우엔 꽤 좋은 식당인데도 이빠진 그릇을 종종 봅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긍정적으로 보세요.

3. 그릇 씻기
웬 만한 대중음식점에서는 각 손님별로 제공되는 작은 그릇 (우리나라 앞 접시와 동일한 역할), 컵, 젓가락을 각자가 씻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될 겁니다. 중국 식당에서 기본적으로 차주전자와 리필할 뜨거운 물주전자가 나오는데 뜨거운 물로 각자 한번 더 씻은 뒤 함께 제공되는 큰 그릇에 물은 비우면 종업원이 치워줍니다. 물버리는 큰 그릇에 음식을 덜어 먹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예전에 사스(SARS)가 번질 때부터 보편화된 것이라는데 실제 소독효과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더러운 그릇은 씻을 필요없이 바로 바꿔달라고 하세요. 호텔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고급식당, 한국식당에선 따로 씻을 필요가 없습니다.

4. 공용 젓가락
중 국 음식은 중앙에 요리나 딤섬을 두고 각자 필요한 만큼 자신의 그릇에 덜어 먹는 식으로 먹습니다. 따라서 덜어먹는데 쓰는 공용 젓가락 (광동어로 "콩파이") 및 숫가락이 별도로 제공됩니다. 대개 개인용 젓가락과 공용 젓가락이 색이 다른데 혼동해서 쓰지 마세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끼리는 그나마 용인이 되겠지만, 홍콩 사람들과 식사할 때는 꼭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끼리도 요즘은 신종플루 문제도 있으니 위생을 고려해서 공용 젓가락을 따로 쓰세요.

5. 코스요리
관광오시는 분들은 겪을 가능성이 별로 없겠지만, 혹시 중국 식당에서 코스요리를 드시게 될 경우에는 미리 나오는 요리의 순서와 갯수를 대충 머리속에 그리면서 식사하는 게 좋습니다. 중국에선 주인이 손님에게 넉넉하게 요리를 대접해서 남기도록 하는게 예의랍니다. 그래서, 코스요리의 양이 웬만한 부페에서 배터지게 먹는 양보다 많습니다. 요리가 나오면 각자 덜어 먹거나 좋은 음식점의 경우 웨이터가 사람마다 조금씩 덜어줍니다. 제 경우에 처음 코스요리(11가지 요리코스)를 먹었을 때 주는 대로 먹다가 나중에 배불러서 밤새 소화불량에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양을 염두에 두면서 입에 안 맞는 음식은 건너 뛰거나 맛만 보고 남겨도 무방합니다.
일부 고급 중식당을 가면 개별 요리 대신 코스요리를 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요리를 특별히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코스요리 보다는 개별 요리를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스요리는 중국사람들 입맛에 맞게 선택된 요리들이 대부분이라서 한국 사람 입맛 (특히 처음 홍콩오는 분들)에는 안맞는 요리도 많습니다. 코스요리가 하나씩 주문하는 것보다 싸다고 권하는데, 입맛에 안맞는 요리를 코스에서 제외하고 나면 개별 요리를 시키는게 더 싸고 맛있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스요리는 그래서 저는 제 돈 내고 홍콩내 중식당에 코스요리 먹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모두 회식같은데서 얻어먹었죠.

6. 늦게 나오는 음식
대 중적인 딤섬집이나 요리집에 가면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주문한 음식 중에서 한참이 지나도 안나오는 것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외국이라고 가만히 있으면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으니 적당히 기다려보고 웨이터 불러서 재촉해야 합니다. 종종 주문이 주방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7. 주문과 다른 음식
대중 음식점의 경우 주문과 실제 나오는 음식이 안맞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들이 여러 테이블을 정신없이 서빙하기 때문에 주문이 주방으로 잘못 전달되기도 하고 다른 테이블로 가야할 음식이 서빙되기도 합니다. 음식 관광객의 경우 자신이 잘못 주문해서 그런가 싶어서 그냥 참고 넘기는데, 이상하면 꼭 웨이터 불러서 메뉴판의 어느 것인지 확인해 보세요. 원래 주문과 틀리면 정정하시면 됩니다. 이 경우 거의 100% 식당측의 과실이기 때문에 대개 군말없이 주문의 정정해 줍니다. 만약 새로 음식을 조리해서 먹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해당 요리를 취소하세요.

8. 계산서 확인
식사를 마치면 광동어로 "마이딴"이라고 하면 계산서를 가져다 줍니다. 이때 반드시 자신이 먹은 음식과 비교해야 합니다. 요리 이름을 한자로 읽기 힘들면 원래 주문할 때 메뉴판에서 봤던 가격을 떠올리면서 먹은 요리 갯수와 비교하세요. 대중음식점에서는 가끔 오류가 있는 계산서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험상 계산서가 더 많이 나오는 경우와 더 적게 나오는 경우가 비슷한 것을 보면 바가지를 씌우기 위한 고의는 아니고 말 그대로 착오인 듯 합니다. 또 착오를 지적하면 군말없이 수정도 잘 해줍니다.
차는 아무 말이 없어도 별도로 요금을 청구하니 계산서 받고 놀라지 마세요. 이건 여기 상관습이니 자신은 죽어도 차를 마시기 싫다는 분은 처음부터 차를 거부하세요 (거부가 안 통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손님이 차종류를 지정안하면 관광객들에게는 대개 말없이 자스민차 (광동어로 "향핀")을 줍니다. 혹시 저처럼 자스민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면 철관음(광동어로 "티꽌인")을 주문해 보세요. 초보자들도 비교적 부담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마 지막으로 서비스 차지(미국의 팁과 동일하다고 보면 됨) 10%가 패스트푸드점이나 저렴한 분식점을 제외하면 거의 예외없이 계산서에 추가되어 나옵니다. 메뉴판을 보면 메뉴판의 가격에 10% 서비스차지가 추가된다고 작게 써 놓습니다. 또, 현금으로 결재하면 잔돈 중에 동전을 잔뜩 가져와서 일부를 추가 팁으로 남겨주길 은근히 원합니다. 물론 저는 이런 꼴보기 싫어서 신용카드로 1센트까지 딱 맞춰서 결재하지요.

9. 몇 가지 아쉬운 점.
홍콩의 식당 문화이니 불만을 가져봐야 어쩔 수 없지만 항상 아쉽거나 불편하게 여기는 점을 몇 가지 적습니다.
첫 째, 시끄러운 소음. 홍콩 대중식당에 가면 우리나라 식당에 비해 정말 시끄럽습니다. 심지어는 보통어 쓰는 중국사람이 광동어가 더 시끄럽다고 불평할 정도지요. 혹시 중요한 식사라면 따로 칸막이로 분리된 방으로 예약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제 경우엔 보통 때는 구석진 자리를 선호합니다. 적어도 사방에서 소음이 들리진 않으니까요.
둘째, 분식점 같은데는 당연히 합석을 권유합니다. 이건 좌석이 제한되어 있으니 뭐 참아야지요.
셋 째, 종이 냅킨이 테이블마다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법 고급 식당인데도 작은 종이 냅킨 1장 주고는 땡입니다. 물티슈 한장 주면서 종이냅킨은 아예 없다고 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종이 냅킨 많이 쓰는 사람은 아예 휴대용 티슈를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넷째, 빈 그릇이나 요리를 서빙할 때 거의 던지다시피 탁탁 내려놓는 식당도 종종 있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에는 상당히 기분나쁘지요.
다섯째, 설거지 통을 카트에 끌고 다니면서 빈 그릇을 치우는 대중 식당이 종종 있는데 식사중에 더러운 설거지 통이 옆으로 왔다 갔다하면 비위가 상하지요.

10. 몇 가지 좋은 점
첫 째, 전세계의 주요 음식을 거의 모두 본토 주방장의 솜씨로 맛볼수 있습니다. 중국음식은 북경, 상해, 사천, 광동의 4대 요리는 해당 지역 출신의 주방장이 하는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외에도 유럽(프랑스와 이태리는 기본)과 아시아(인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등) 각국의 요리를 서울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둘째, 홍콩에는 디저트 요리 전문점이 많습니다. 포홍에서도 잘 알려진 허니문 디저트나 허유산이 대표적이지요. 제가 남자치곤 단 음식을 좋아해서인지 디저트 전문점이 꽤 마음에 듭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업종이지요.
셋 째, 패스트 푸드점나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안 치워도 됩니다. 홍콩에서 셀프 서비스라고 하면 준비된 음식을가져가는 게 셀프서비스이고, 먹고난 뒤에 치우는 건 직원들이 알아서 치웁니다. 치우는 것도 요구하는 식당이 있는데 안 치우고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11. 정리하는 글
중국사람 중에 미식에서 인생의 낙을 찾는 사람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홍콩은 중국 각지는 물론이고 및 전세계의 음식이 제공되는 식당이 있어서 미식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큽니다. 더구나 더운 날씨와 기혼여성의 적극적인 사회활동 때문에 외식문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습니다. 심지어 하루 세끼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집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인기 있는 식당에선 예외없이 식사시간 때마다 엄청나게 많은 손님들이 줄을 서거나 번호표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주말 저녁 같은때는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하고 1시간 기다리는 것도 보통입니다. 따라서좋은 식당에서 평생에 몇 번 안되는 멋진 식사를 계획중인 분들은 예약이 필수입니다.

홍콩에 오실 분들이 다들 즐거운 식사와 여행을 하는데 위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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