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PS 네비게이터는 필수다.
보스턴에서 운전하려면 네비게이터는 필수품입니다.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인데 도로 구조가 매우 복잡해서 미국 운전자 사이에서도 운전하기 힘든 도시로 유명합니다. 일방통행이 많은데다 신호등 대신 로터리가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로가 직선으로 쭉쭉 뻗은 게 아니라 구불구불해서 한번 길을 잘못 들면 원래 길을 찾아 가기가 힘듭니다. 보스턴에 오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운전을 해보니 정말 헷갈리는 곳이 많더군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신 분은 뉴욕과 보스턴을 비교한 사진을 확인하세요.
몇달 전에는 길이 묘하게 얽힌 곳에서 차 한대가 중앙분리대가 없는 곳으로 잘못 넘어와서 제 정면으로 역주행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 운전자는 금방 자신이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겠지만 중앙분리대가 있는 구간으로 들어와 버려서 다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더군요. 저는 다행히 그 차를 피해 갔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2. 네비게이터도 틀릴 수 있다.
막상 네비게이터를 쓴다고 해도 너무 믿으면 안됩니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네비게이터가 저장해야 하는 정보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류가 있어도 금방 수정되지 않고 한국 네비게이터처럼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중의 하나인 Tomtom 것을 쓰는데 엉뚱한 주소지를 가르쳐 준 적이 3-4번 있었습니다. 보스턴에 도착한 며칠 후 집에서 제일 가까운 쇼핑몰을 찾아가는데 주소를 정확히 입력했는데도 약 1킬로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더군요. 지도 정보에 오류가 있는 경우였습니다. 그로 부터 며칠 후 학교로 처음 운전해 갈 때 주소를 입력해서 갔더니 대학 앞에 있는 고등학교로 안내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 대학 전체에 주소가 하나만 부여되어 있어서 대학 안으로 가지 않고 캠퍼스 부근의 적당한 곳으로 안내한 경우였습니다. 그럴 때는 스마트폰의 구글 맵으로 확인하는 게 낫더군요. 그래서 처음 가는 곳에는 출발 전에 미리 대략의 위치와 경로를 구글 맵으로 확인해 보고 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네비게이터가 제공하는 정보도 한국에 비해서 제한적입니다. 교차로가 있으면 차선 변경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도 거의 없고, 좌회전이나 우회전 전용차로 표시도 거의 안 나타납니다. 그래서 교차로 바로 앞에서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답답한 것은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오래된 도로가 많다 보니 교차로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짧은데 네비게이터의 반응속도가 느려서 아차 하면 좌회전이나 우회전해야 하는 교차로를 놓치기 쉽습니다. 더구나 고가도로 밑으로 가면 20-30초 정도 GPS 신호를 놓쳐서 네비게이터가 제멋대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곳을 처음 갈때는 상당히 긴장 해야 했습니다.
3. 출발전에 주차장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다운타운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보스턴 외곽 타운들도 주차장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길가에 잘못 주차했다가 견인당하면 벌금에 견인료까지 손해가 막심합니다. 그래서, 출발 전에 도착지 주변의 주차장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로가에 주차할 때는 주차 시간이나 장소 제한에 대한 표지판을 꼭 확인하고, 주택가에 주차할 때는 도로에서 개인 주택으로 차량이 진입하는 입구에서 5피트 거리를 두고 주차해야 합니다. 공영 주차장 중에는 2시간내로는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무료인 대신 자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유료 주차장은 주차비가 요일마다 시간대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주차비를 미리 확인하고 저렴한 곳에 주차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다운타운의 경우 하루 주차비가 평일 기준 30-40달러 하는 곳이 많으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주차비를 꼭 확인하기 바랍니다.
4. 차를 험하게 모는 사람들이 많다.
보스턴은 도로들이 상대적으로 좁고 차는 많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의 주요 도로는 서울의 출퇴근 시간처럼 막힙니다. 저는 출퇴근 할 때 다행히 출퇴근 운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방향이 아니지만, 반대편은 항상 정체가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차를 은근히 험하게 모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호등에서 조금만 늦게 출발하면 뒤에서 바로 빵빵 거리고, 차선 2-3개를 한번에 바꾸는 것은 예사일입니다.
한번은 편도 2차선, 왕복 4차선 도로에서 도로 옆에 주차해 있던 차량이 도로를 완전히 90도 각도로 가로질러서 반대편 차선으로 유턴해 가는 경우도 봤습니다. 제 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바로 앞에서 벌어진 경우라서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또 황당한 것은 편도 2차선(왕복 4차선) 도로에서 주행차로 (2차선) 길 한가운데에 차가 서 있는 경우를 거의 매일 봅니다. 비상등을 켜고 잠시 서있는 것은 양반이고, 아예 차 세워두고 운전자가 자리를 비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알아서 비켜가지만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있는 것이 차선을 바꾸는 경우에는 다들 잘 양보해 줍니다. 교차로 바로 앞에서 좌회전 전용차로나 우회전 전용차로로 끼어 드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신들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인지 차선 변경할 때는 깜빡이만 켜면 잘 양보해 줍니다. 그래서 와이프는 한국보다 운전하기 쉽다고 합니다.
5. 경찰차나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나면 무조건 옆으로 피해서 세워라.
경찰차나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면 무조건 옆으로 피해서 세우거나 서행을 해야 합니다. 보스턴 와서 운전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라면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이것을 아주 잘 지킨다는 것입니다. 사이렌을 울리면서 주행하면 빨간 불을 만나더라도 파란 불의 차들이 웬만하면 양보를 하기 때문에 약간만 서행을 하면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습니다. 저도 요즘은 사이렌이 들리면 속도를 늦추고 어디서 경찰차나 앰뷸런스가 오는지 부터 살펴서 피해 주지만, 이렇게 된 데는 보스턴 도착해서 몇 주 후에 겪은 일의 영향이 컸습니다.
예전에 일리노이에 있을 때는 거의 듣지 못했는데 보스턴은 대도시라서인지 거의 매주 몇 번씩 도로에서 사이렌 소리를 듣습니다. 하루는 퇴근길에 편도 2차선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신호등에 걸려 서있는데 제 뒤에서 사이렌이 울리더군요. 룸미러로 보니 제 차 뒤에 10대 정도의 차량이 두 줄로 나란히 서있고 (대략 한 차선에 5대 정도) 앰뷸런스가 그 뒤에 붙더군요. "저 앰뷸런스는 어쩔 수 없이 신호가 바뀌길 기다려야 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모세의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차들이 편도 2차선 도로의 좌우로 조금씩 붙여서 중간에 앰뷸런스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시작하는게 아닙니까? 저도 그걸보고 따라했지만 하면서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 앰뷸런스는 좌우로 쫙 갈라진 차량들 가운데로 사이렌을 울리면서 달려갔습니다. 미국이 왜 선진국인지 실감할 수 있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은 제가 보스턴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겪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보스턴에 오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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