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를 보면 교수 Tenure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미국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에게 Tenure는 너무너무 중요한 이슈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Tenure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정년보장 정도로 번역하는데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저는 Tenure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를 구분할 때 공식적으로는 assistant professor (조교수), associate professor (부교수), (full) professor (교수)로 구분하지만, 대학 내부적으로는 tenured professor와 tenure-track (pre-tenure) professor로 구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tenure를 받았느냐 받기 전이냐로 구분하는 거지요. 그리고, tenure를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senior professor와 junior professor로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구분들은 non-tenure-track인 lecturer나 adjust professor 들은 제외한 것입니다.
그럼, tenure를 받으면 교수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제일 중요한 혜택은 "종신고용"이 보장됩니다. 미국에는 교수 정년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말그대로 자신이 스스로 은퇴하겠다고 하거나 객관적으로 교수 직무를 수행할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 이상 80세가 넘어서도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묻는게 실례라서 대충 추정만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70세가 넘은 교수가 수두룩하고 80세가 넘은 교수도 종종 있습니다. 속된 말로 벽에 X칠할 때 까지 교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아는 교수님 몇 분은 한국이나 홍콩에서 근무하다가 정년이 다가오면서 다시 미국이나 캐나다 학교로 돌아오기도 하셨습니다. 예외적으로 학교에서 tenure받은 교수를 쫓아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학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과가 통폐합되는 경우, 교수가 중범죄를 저질러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교수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등이 있습니다.
또 다른 tenure의 혜택으로 폭넓은 학문적 자유를 들 수 있습니다. "Publish or Perish"라는 말이 있듯이 tenure 받기 전에는 논문 실적을 쌓기 위해서 톱저널에 실릴 만한 주제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tenure를 받으면 톱저널의 취향에 관계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논문을 쓸 수 있고, 아예 연구보다는 강의나 행정일에 더 큰 관심을 두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tenure를 받기 위한 기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 기준을 통과하여 tenure를 받는 분들은 계속 좋은 연구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tenure를 받지 못하면 pre-tenure 기간이 끝난후 보통 1년의 grace period를 주고 계약을 종료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학교에 새로운 자리를 찾아서 이직을 해야 합니다. 이때문에 pre-tenure professor는 일정 기간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되면 이직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미국 research university의 교수 중에서 첫 번째 대학에서 tenure를 받는 확률이 50%가 안된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top research school로 갈 수록 그 비율은 더 떨어집니다. 따라서, assistant professor들이 받는 tenure에 대한 압박감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때문에 많은 조교수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tenure를 받더라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이혼을 겪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tenure 제도이기 때문에 학교 쪽에서는 매우 엄격한 심사를 거쳐 tenure를 줄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Tenure 심사에 대해서는 다음 글 (링크)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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