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7일 금요일

애플 제품에 대한 애증


지금도 집과 연구실의 컴퓨터는 윈도우가 설치된 PC이다. 애플 제품이 여러 모로 좋다는 건 20년전에 처음 286 AT PC를 살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애플 제품을 사려고 생각하면 두 가지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하나는 가격. 지금도 부담스럽지만, 과거 학생 신분일때 매킨토시는 나와는 거리가 먼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몇 백만원 짜리 명품 가방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둘째는 소프트웨어 호환성. 가장 많이 사용하는 MS 오피스 프로그램이 맥에는 없었다. 요즘이야 맥용 MS 오피스도 있지만, 지금도 100% 호환은 장담하지 못한다. 실제로 맥용 파워포인트에서 작성한 파일이 PC에서 프리젠테이션할 때 원래 모습대로 표시가 되지 않아서 애먹는 걸 본적이 있다. 게다가 연구에 필수적인 통계프로그램 SAS나 STATA는 맥버전이 없거나 있어도 업그레이드가 몇 년씩 차이가 난다. 


그러던 중 큰 맘 먹고 애플 제품을 처음 산게 2년 전이다. 처음 구입한 애플 제품은 아이팟터치 그것도 출시된지 한참이 지난 뒤에 산 1세대 모델이다. 그 이후 애플의 아이폰 4, 아이패드 2를 연이어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모두 애플 제품을 즐겨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팟, 아이팟터치,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i시리즈의 직관적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앱을 칭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i시리즈의 최대 강점은 오히려 기존의 애플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기존의 애플 제품들도 숫자는 적었지만 쓸만한 애플리케이션은 웬만큼 있었고, 인터페이스는 윈도우 프로그램을 압도할 정도로 우수했다. 나같은 이에게 항상 문제는 재벌 2세들이나 사용할 법한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다. 


이에 반해 i시리즈가 여전히 다른 경쟁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적어도 나같은 서민도 이용할 정도의 가격대로 내려왔다. 솔직히 아이팟터치 1세대 모델을 처음 산 것도 부담없는 가격 때문이었다. 특히 아이패드 2는 경쟁사 태블릿보다 가격면에서 비슷하고, 절대적인 가격 수준도 구입후에 와이프 눈치를 크게 안봐도 될 정도다. 


애플 i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다른 제품은 왜 i시리즈 처럼 가격을 낮추지 않는 걸까? i시리즈의 예가 보여 주듯이 애플도 가격을 낮추려고 하면 얼마든지 경쟁력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낼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 쪽으로 가는 것이 전통적인 애플의 전략인 줄은 알지만, 맥북이나 아이맥을 볼 때마다 가격쪽이 항상 아쉽다. 가격을 낮추지 못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낮추지 않는 것을 알기에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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