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7일 토요일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 (2025년 추가 3/3)

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2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6년 가량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올해 잡마켓에 나온 다른 대학 박사과정 학생의 CV를 검토하고 해준 조언과 함께 제가 느낀 소감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채용이 다 끝난 상황에서 연락이 와서 제가 조언을 해 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늦은 상황이라서 제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였습니다. 

[이글은 해당 학생의 동의를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인지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 학생이 누구인지 아는 분들은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제 조언은 개인적인 사견에 바탕으로 한 것이며, 더 나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2019년에 올린 글 (위의 링크 참조)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CV는 교수직 지원시에 가장 중요한 서류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원자들이 학교 측에서 심사할 때 CV에서 어떤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지원자들의 CV를 검토하다 보면 꼭 필요한 정보가 빠져 있는 경우도 많고, 쓸데없는 정보를 넣어서 괜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실제로 박사과정 학생의 CV를 검토해 주면서 수정을 요청한 사항을 중심으로 CV 작성시 주의할 사항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가 검토한 CV를 작성한 학생은 서울대 박사과정 졸업예정으로 미국에서 학부 교육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아래에 언급한 여러가지 CV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해당 학생의 지적 능력이나 한국적인 사고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부족과 CV를 읽는 사람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지금 제 글을 읽는 분들도 누구나 비슷한 유형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에서 설명한 수정사항이 반영되기 전과 후의 CV를 직접 보고 싶은 분은 저에게 이메일로 요청하시면 공유하겠습니다. 이 또한 해당 학생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1. 개인정보

해당 학생의 CV 첫 페이지 상단에 본인 이름, 이메일주소, 전화번호가 세 줄로 있었는데, 미국 전화번호를 123-456-7890 과 같은 형식으로 표시했습니다. 이게 무슨 문제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서울대 박사과정생이 Phone number라는 정보없이 위와 같이 번호만 보여주면 이게 전화번호인지, 전화번호라면 한국번호인지 미국번호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 학생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지원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미국 국가번호를 추가해서  +1-123-456-7890 으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00-200명의 CV를 봐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쓸데없이 신경에 거슬리는 CV는 감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하기 때문인지 CV에 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게 보이는데, 가능하면 미국내 cell phone 번호로 포함시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잡오퍼 단계에서 계약서를 이메일로 보내기 전에 구두로 먼저 오퍼를 주는데 전화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CV에 전화번호가 있어도 이메일로 전화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전화를 주지만, CV에 전화번호가 아예 없는 것은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2. Research Interests

해당 학생의 논문 중에서 Generative AI와 textual analysis를 measurement에 사용하는 논문이 있었는데, CV의 어디에도 그런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Research interests에 "ap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machine learning, and accounting data analytics"를 포함시키도록 했습니다. 최근에 많은 학교들이 이 분야의 연구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원하는 학교에서 특정 분야의 지원자를 찾고 있고,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면 관련 키워드를 꼭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3. Research

첫째, Job market paper의 abstract가 CV 첫 페이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Job market paper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CV 첫 페이지의 7줄을 abstract로 할애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CV 맨 마지막에 별도의 페이지로 CV에 나온 모든 논문의 abstract를 정리해서 붙이라고 했습니다. 

둘째, 해당 학생은 이미 탑저널에 논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채용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무슨 정보를 얻고 싶을까요? 

해당 지원자가 그 탑저널 논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까요? 저라면 RA처럼 단순히 데이터 작업만 한 건지, 아니면 아이디어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건지가 궁금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후자라는 것을 표시할 수 있을까요?

해당 학생과 상의하다가 그 논문이 본인의 박사 1년차 논문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Developed from my first-year paper titled ..." 정도만 넣어도 위의 궁금점을 상당부분 해소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습니다. 

셋째, 해당 CV는 각 논문별로 Presentation 장소와 연도를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본인의 발표와 공저자의 발표를 구분하기 위해서 위첨자 (Superscript)로 * 와 C를 각각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C의 위첨자는 가독성이 떨어져서 C의 위첨자는 전부 지우고 대신 아래의 문구를 삽입하도록 했습니다. 
(*: presented by myself; all others presented by coauthors)

넷째, conference activities를 설명할 때 AAA 나 KAA와 같은 약자를 추가 설명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KAA (Korean Accounting Association) 같은 약자는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 제대로 이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AAA에서 주관하는 conference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명확히 설명되어 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처음 약자를 쓸때는 반드시 full expression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다섯째, 모든 working paper 들에 "Status: Planning to Submit in the Spring" 이란 문구를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job market paper를 제외하고 6개의 working paper가 있었는데 동일한 문구가 있다보니, 솔직히 6개를 모두 내년 봄에 저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논문 2개 정도는 "Preparing for Submission in Spring 2025"로 바꾸고, 나머지 2-3개는 "Preparing for Submission in Summer 2025"로 바꾸고, 아직 많이 develop이 안된 논문 1-2개는 아예 빼라고 했습니다. 설령 2개를 뺀다고 해도 job market paper까지 합치면 working paper가 5개나 있으니 PhD candidate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working paper가 있으면 논문의 질보다 양을 염두에 두는 지원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Teaching

첫째, instructor로서 가르친 과목이 managerial accounting이었는데, 제일 중요한 teaching evaluation score가 없어서 당장 추가하라고 했습니다. CV에서 teaching section을 볼때는 어느 과목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강의평가 점수는 어느 정도 나왔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왜  CV에 강의 평가 점수가 없냐고 했더니 teaching statement에는 evaluation score를 넣어 놨다더군요. 이미 제가 2019년에 올린 세 개의 글에서도 설명했다시피, 1st screening은 CV만 보고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Voluntary disclosure theory에서도 나오는 것 처럼 "no disclosure"는 일단 bad news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 저희 학교도 그렇지만 많은 학교들이 요즘 data analytics 교육을 강화시키고 있어서, 관련 내용을 managerial accounting에서 가르친 적이 있으면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수정한 버전을 보니, "Planning and Controlling Operations with Excel"을 추가했더군요. 

셋째, 1차 수정후에 보니 guest lecturer로서 하루 가르친 과목이 있었는데 teaching evaluation score를 추가했더군요. 그래서, 해당 강의 평가가 본인의 하루 강의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전체 과목에 대한 것이라면 빼라고 했습니다.  

넷째, 여러 교수님들과 여러 과목에 대해 Teaching assistant로 일했다고 나와 있었는데, 교수님 이름까지 다 집어 넣다보니, 좀 산만해서 해당 과목 이름만 남기고 교수님들 이름을 빼라고 했습니다. 

5. Conference activities

Conference activities를 conference reviewer와 conference participation으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후자에 discussion한 것이 포함되어 있고, discussion한 conference에 대해서는 추가로 "(discussion)"을 덧붙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Conference activities를 세 부분으로 나누고 "Conference Discussion", "Conference Reviewer", "Conference Participation"으로 명확히 구분하도록 했습니다. Conference에서 Discussion한 것과 단순 참가한 것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6. Work Experience

학계로 들어오기 전에 직장 생활 했던 것에 대해 회사명, 기간, 직책과 함께 각 직장별로 3줄씩 중요 활동을 요약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resume에서는 이런 방식이 흔하지만, academic CV에서는 큰 도움이 안됩니다. 특히 심지어 CPA로 Big 4 firm에서 일한 경력도 회사명, 기간, 직책, 업무분야 (Auditing, Tax, or Advisory) 정도만 쓰는 것이 academic job market에서는 흔합니다. 그래서, 직장별로 요약한 활동내역을 전부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7. Volunteer/Extracurricular activities

해당 학생은 학부 때부터 최근까지 참여한 다양한 Volunteer/Extracurricular activities을 CV에 기재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job application에서는 이것도 중요한 항목이 되겠지만, academic job application에서는 중요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단히 요약하도록 했습니다. 

7. Formatting issues

첫째, 줄간격이 거의 없이 빡빡한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CV에 적을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Indentation을 적절히 사용하면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둘째, CV 이곳 저곳에 논문이나 Conference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왜 여기는 링크가 있고 저기는 없는지 일관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출판된 논문과 SSRN에 올라온 논문을 제외하면 전부 링크를 없애라고 조언했습니다. 

셋째, 연도나 기간을 표시할 때, "Present"라고만 되어 있고 언제부터 시작인지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몇 군데 있었서 시작 연도를 첨부하도록 했습니다. 

이밖에도 자잘한 formatting issue들이 있었는데 생략하겠습니다. 

결과론이지만, 해당 학생은 본인이 가진 논문이나 능력에 비해 다소 아쉬운 학교에서 조교수 자리를 얻어서 교수 생활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제 조언에 따라 CV를 수정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학교에 지원을 마친 상황이었고, 지원전략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던 케이스였습니다. 만약 좀더 일찍 경험많은 분과 함께 지원서류를 점검하고 제대로된 전략에 따라 지원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공지사항]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회계학 교수직에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게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CV 검토/수정에서부터 Mock Interview까지 도와줄 계획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research/teaching portfolio 및 potential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물론, CV 를 채워넣을 research/teaching portfolio를 만드는 것은 본인의 몫입니다. 

한국 학생이라면 출신학교에 상관없이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당연히 무료로 도와줄 예정이고, 지원과정에서의 비밀은 철저히 지킬 예정입니다. 대신, 학생쪽에서도 저에게 정보를 숨기는 게 없어야 합니다. 혹시 여러 학생이 연락이 오면, 제 나름의 우선순위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다만, 저희 학교에서 신임교수를 채용하는 연도에는, 특히 제가 Recruiting Committee (or Search Committee)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으니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회계학 이외의 분야는 제 분야가 아니라서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 글이나 직간접적으로 드리는 조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나중에 교수가 된 이후에 다른 한국 학생이나 후배 교수들에게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학생이나 후배 교수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할 수도 있고, 저널이나 컨퍼런스에서 Reviewer나 Discussant를 할 때 한국분들이 부탁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시고, 한국 학생이나 조교수들의 논문은 좀더 시간을 써서 양질의 커멘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 (2025년 추가 2/3)

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2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6년 가량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올해 잡마켓에 나온 두 박사과정 학생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하던 중에 알게된 다소 안타까운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채용이 다 끝난 상황에서 연락이 와서 제가 조언을 해 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늦은 상황이라서 제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였습니다. 

[이글은 해당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들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인지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 학생들이 누구인지 아는 분들은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제 조언은 개인적인 사견에 바탕으로 한 것이며, 더 나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첫번째 학생 A는 한국의 대학에서 회계학 박사과정 졸업예정이었는데, 졸업전에 이미 탑저널에 논문이 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학생이었습니다. 박사과정 중에 괜챦은 미국 대학에서 여름학기동안 한 과목을 instructor로 강의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12월말에 뒤늦게 학생 A에게서 연락이 와서 사정을 듣다 보니, 그때까지 지원한 학교가 10여개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밖에 지원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니, 여름 학기에 한 과목 강의한 미국 대학에서 이야기가 잘되서 다른 학교들은 지원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그 학교가 다른 지원자를 채용하자, 뒤늦게 다른 학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제일 답답했겠지만, 저는 이걸 듣다가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 했습니다. 아무리 그 학교에서 이야기가 잘 되었다고 해도, 인사 문제라는 게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한 학교만 믿고 있있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내정자를 미리 정해 놓고 공고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한국 대학에서조차 최종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뽑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미국 대학에서 교수 몇 명이 좋게 이야기 하는 걸 믿고 다른 대학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Search Committee, Department Chair, Dean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아서 최종 잡오퍼가 Committee의 추천과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학생 B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회계학 박사과정 졸업 예정이었는데, Publication은 없지만 과거라면 평균 정도 수준의 Research pipeline (job market paper 포함)을 들고 잡마켓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잡마켓에서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12월말까지 줌인터뷰 조차도 하나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학생 B에게서 연락이 와서 사정을 듣다 보니, 그 학생도 12월말까지 지원한 학교가 10여개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 B는 본인이 회계학 학사 졸업한 모교인 미국대학을 지원하면서 거기서는 뽑아주지 않을까 했다고 합니다. 그 학교는 state school로 teaching school이었는데,  결국 줌인터뷰 조차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state school 교수들은 해당 학교 졸업생이 아닌한, 재직 중인 학교에 loyalty 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도 state school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희 학교 학부 졸업자가 박사학위를 받고 온다고 해서 특별히 눈여겨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학생을 가르친 기억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중에서 아주 작은 하나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저는 위의 두 학생의 사정을 듣고, 이렇게 naive하게 잡마켓 지원준비를 하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150-200개의 지원자 중에서 고작 1-2명을 뽑는데, 특정 대학 교수들이 몇 번 립서비스 한거나 해당 대학 졸업생이라서 다른 많은 학교에 지원하지 않았다니 직접 듣지 않았다면 믿기 힘들었을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두 사람 모두 훌륭한 회계학 교수 자원들이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박사과정 이전에 직장 생활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그 두 사람이 naive해서 그렇다고 결론내리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교수 잡마켓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면, 이런 문제가 다른 박사과정 학생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지도교수님들이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논문 지도 잘하고 추천서 잘 써주면 자신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생각도 일리는 있는게, 실제로 그 분들은 자신들이 잡마켓에 나왔을 때 지도교수로부터 비슷한 도움만 받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잡마켓에서 경쟁이 심한 경우에는 혼자서 지원전략을 세우고 지원서류를 작성하는 박사과정 학생과 지도교수의 체계적인 조언과 검토를 받아서 지원하는 학생간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알아서 잘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두 학생처럼 회계학 교수 채용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아쉬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교수 지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CV를 작성할 때 주의사항 (링크)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 (2025년 추가 1/3)

 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 2, 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올해 (2024-25 Academic Year) 저희 학교에서 오랫만에 회계학 신임 조교수를 채용했고, 그 심사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을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글은 제가 재직중인 학교 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통해 들은 여러 다른 학교의 채용상황을 종합해서 쓰는 것이니, 특정 학교와 직접 연결해서 해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저런 경로로 들은 얘기들은 저로서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1. 2024-25년 회계학 교수 채용 시장의 변화

첫째, 5-6년 전에 비해 올해 2024-25년 회계학 잡마켓의 가장 큰 변화는 지원자와 채용하는 학교 모두 경쟁이 매우 심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수년간 잡마켓 사정이 안 좋다가, 올해 회계학 신임 교수를 채용하는 학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잡마켓이 매우 안 좋아서 올해 재수를 하는 박사과정 지원자도 있었고, Seasoned Faculty 중에서도 지원자가 늘어나서 지원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게다가 학교들 입장에서도 수년간 회계학 학부/석사 학생수가 줄어서 신임 교수 채용을 못하다가 오랫만에 채용에 나선 경우가 많아서, 채용에 실패할 경우에 부담이 큰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화된 경쟁의 단적인 예로, 저희 학교의 경우 2024년 9월 학교 HR 웹사이트에 채용 공고가 올라온지 2주만에 100개가 넘는 지원서가 들어왔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저희 학교 HR의 느린 일처리 때문에 그때까지 AAA 와 SSRN에 공고가 올라오지도 않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 HR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가 바로 다음 날, 잡마켓에 나온 지원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Google Sheet에 업데이트되면서 그걸 보고 지원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HR 공고가 올라온지 1달 정도 후부터 Zoom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 총 150개 정도의 지원서가 들어왔으니 Google Sheet를 통한 정보 공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올해 지원자들 중에 탑저널에 forthcoming이나 R&R이 있는 박사 졸업 예정자들이 5-6년 전에 비해 많이 늘어 났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job market paper를 포함한 working paper 갯수가 2-3개 있는 박사 졸업 예정자들이 흔했는데, 올해는 4-5개 있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예전 같았으면 괜챦은 지원자였을텐데, 올해는 Zoom 인터뷰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좋은 지원자들이 많아서 Zoom 인터뷰로 보는 지원자 수를 늘였는데도 그렇습니다. 10여년 전부터 탑스쿨을 중심으로 박사과정 졸업전에 탑저널 R&R을 가지고 잡마켓에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수년간 잡마켓 사정이 안좋으면서 탑스쿨이 아닌 학교들도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반적인 경쟁심화가 지원자 뿐만 아니라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로 하여금 전략을 바꾸도록 유도한 것 같습니다.

셋째,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지원자는 지원자 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눈치 작전이 상당히 심했졌습니다. 특히 작년에 잡마켓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올해 재수하는 경우를 본 지원자들이 어디든 잡오퍼를 받으면 웬만하면 사인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특히 Google sheet를 통해 여러 학교들의 인터뷰 진행 상황과 잡오퍼 상황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웬만한 잡오퍼를 받으면 다른 학교의 오퍼를 기다리는 위험을 부담하기 보다는 받은 오퍼를 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학교들도 Google sheet를 통해서 다른 경쟁 학교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지원자들이 어느 학교에서 인터뷰를 보는 지를 물어보면서, 우리가 오퍼를 주면 과연 이 지원자가 수락할 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1차 Zoom 인터뷰와 2차 캠퍼스 인터뷰 (campus visit) 단계에서 다른 학교에 잡오퍼를 수락해서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학교 쪽에서도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잡 오퍼를 주더라도 수락여부를 결정하는 기간을 최대한 짧게 줘서 다른 학교에 해당 지원자를 뺏기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 채용과정에 참여한 소감

첫째, 채용 공고에 기재된 채용 분야가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올해 저희 학교에서 채용공고 상에 기재한 분야는 회계감사, 세무회계, 회계 데이터 분석 (accounting data analytics)의 세 분야 였습니다. 실제로 세무회계 강의할 교수가 가장 필요했고, 다음으로 회계감사, 그 다음으로 data analytics를 강의할 교수가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재무회계 분야의 지원자들은 AI, machine learning, textual analysis 쪽으로 깊이 있는 논문을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제외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회계감사와 세무회계의 특성상 CPA license와 해당 분야 실무 경험이 중요하게 인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지원하는 분들은 가능하면 AI, machine learning 같은 것을 research interests로 CV에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관련 논문나 강의 경험이 전혀 없으면, 오히려 over-statement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부 젊은 교수들을 제외하면 이 분야에서 실제 데이터를 돌려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임 교수 채용시에 고려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탑 리서치 스쿨이 아닌한 CPA license나 관련 실무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티칭 스쿨이 아니라도 티칭을 강조하는 학교들은 CPA인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둘째, 여러 교수님들이 출신 대학의 지역을 고려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잡마켓에서는 채용하는 학교 입장에서 과연 특정 지원자가 오퍼를 받았을 때, 우리 학교로 올 것인지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 동료 교수님은 저희 학교 회계학 교수중에 west coa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희 과 대부분의 회계학 교수들이 east coa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고, 간혹 mid-west에서 오신 분이 있더군요. 지인들을 통해서 알아보니 다른 학교들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인 지원자의 경우 학부가 어딘지를 통해 원래 어느 지역에서 자랐는지, 뉴잉글랜드 지역에 익숙한 사람인지도 확인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유학을 온 학생들은 지역적인 선호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채용하는 학교들이 어느 지역의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지원자 입장에서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셋째, 저희 학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별,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과 차원에서 선정한 지원자에 대해 인터뷰를 하거나 최종 잡오퍼를 내기 전에 Dean 과 Provost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분들이 회계학 조교수 지원자의 연구 능력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보니, (1) 해당 지원자가 채용 공고에 올린 채용 분야와 맞는 지 여부와 (2) 성별과 인종적으로 편중된 선택이 있었는지를 주로 검토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한국인 지원자는 전체 다른 지원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지원자들과 더 직접적으로 비교되고, 넓게는 다른 아시아계 지원자 (중국, 인도, 베트남 등)들과 직접 비교됩니다. 이런 상대적인 비교는 Zoom 인터뷰 보다 소수의 지원자를 보는 캠퍼스 인터뷰 대상을 선정할 때 더 두드러집니다. 

넷째, 지원자를 심사하는 학교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학과의 경우에는 Recruiting Committee와 학과장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서 각 단계별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단과대와 대학본부 차원에서 승인이 매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 결과 저희 학과에서 계획된 것 보다 단계별로 2-3 주씩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학과장과 다른 Committee 멤버분들까지 신임 교수 채용에 여러 번 관여해 봤지만, 이번 경우는 예상밖으로 지연이 많이 되어 당혹스러웠습니다. 신임 교수 채용 승인이 늦게 나서 9월 하순에야 채용공고가 났고, 게다가 다른 경쟁 학교 상황이 Google sheet로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다 보니 저희 학과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지연되는 과정에서 한 지원자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줌 인터뷰 당시에 지원자 들에게 캠퍼스 인터뷰는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는데, 예상보다 캠퍼스 Visit 대상자에 대한 승인이 늦어지면서 원래 계획보다 2주 정도 늦게 캠퍼스 Visit 대상자들에게 스케줄을 잡기 위한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이미 다른 학교에서 잡오퍼를 받아서 사인을 했다면서 인터뷰에 올 수 없다더군요. 그 지원자는 우리 학교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저희 학교를 방문한 뒤에 결정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한번 연락을 주지 그랬냐고 물어 보니, 줌 인터뷰 때 알려준 일정이 지나서 자신은 캠퍼스 visit에 포함되지 못한 걸로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혹시 이런 상황을 겪는 분들은 원래 예정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으니, 학교쪽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교수 지원 과정에서 몇 가지 주의할 사항 (링크)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