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 2, 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올해 (2024-25 Academic Year) 저희 학교에서 오랫만에 회계학 신임 조교수를 채용했고, 그 심사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을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글은 제가 재직중인 학교 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통해 들은 여러 다른 학교의 채용상황을 종합해서 쓰는 것이니, 특정 학교와 직접 연결해서 해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저런 경로로 들은 얘기들은 저로서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1. 2024-25년 회계학 교수 채용 시장의 변화
첫째, 5-6년 전에 비해 올해 2024-25년 회계학 잡마켓의 가장 큰 변화는 지원자와 채용하는 학교 모두 경쟁이 매우 심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수년간 잡마켓 사정이 안 좋다가, 올해 회계학 신임 교수를 채용하는 학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잡마켓이 매우 안 좋아서 올해 재수를 하는 박사과정 지원자도 있었고, Seasoned Faculty 중에서도 지원자가 늘어나서 지원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게다가 학교들 입장에서도 수년간 회계학 학부/석사 학생수가 줄어서 신임 교수 채용을 못하다가 오랫만에 채용에 나선 경우가 많아서, 채용에 실패할 경우에 부담이 큰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화된 경쟁의 단적인 예로, 저희 학교의 경우 2024년 9월 학교 HR 웹사이트에 채용 공고가 올라온지 2주만에 100개가 넘는 지원서가 들어왔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저희 학교 HR의 느린 일처리 때문에 그때까지 AAA 와 SSRN에 공고가 올라오지도 않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 HR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가 바로 다음 날, 잡마켓에 나온 지원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Google Sheet에 업데이트되면서 그걸 보고 지원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HR 공고가 올라온지 1달 정도 후부터 Zoom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 총 150개 정도의 지원서가 들어왔으니 Google Sheet를 통한 정보 공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올해 지원자들 중에 탑저널에 forthcoming이나 R&R이 있는 박사 졸업 예정자들이 5-6년 전에 비해 많이 늘어 났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job market paper를 포함한 working paper 갯수가 2-3개 있는 박사 졸업 예정자들이 흔했는데, 올해는 4-5개 있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예전 같았으면 괜챦은 지원자였을텐데, 올해는 Zoom 인터뷰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좋은 지원자들이 많아서 Zoom 인터뷰로 보는 지원자 수를 늘였는데도 그렇습니다. 10여년 전부터 탑스쿨을 중심으로 박사과정 졸업전에 탑저널 R&R을 가지고 잡마켓에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수년간 잡마켓 사정이 안좋으면서 탑스쿨이 아닌 학교들도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반적인 경쟁심화가 지원자 뿐만 아니라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로 하여금 전략을 바꾸도록 유도한 것 같습니다.
셋째,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지원자는 지원자 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눈치 작전이 상당히 심했졌습니다. 특히 작년에 잡마켓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올해 재수하는 경우를 본 지원자들이 어디든 잡오퍼를 받으면 웬만하면 사인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특히 Google sheet를 통해 여러 학교들의 인터뷰 진행 상황과 잡오퍼 상황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웬만한 잡오퍼를 받으면 다른 학교의 오퍼를 기다리는 위험을 부담하기 보다는 받은 오퍼를 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학교들도 Google sheet를 통해서 다른 경쟁 학교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지원자들이 어느 학교에서 인터뷰를 보는 지를 물어보면서, 우리가 오퍼를 주면 과연 이 지원자가 수락할 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1차 Zoom 인터뷰와 2차 캠퍼스 인터뷰 (campus visit) 단계에서 다른 학교에 잡오퍼를 수락해서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학교 쪽에서도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잡 오퍼를 주더라도 수락여부를 결정하는 기간을 최대한 짧게 줘서 다른 학교에 해당 지원자를 뺏기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 채용과정에 참여한 소감
첫째, 채용 공고에 기재된 채용 분야가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올해 저희 학교에서 채용공고 상에 기재한 분야는 회계감사, 세무회계, 회계 데이터 분석 (accounting data analytics)의 세 분야 였습니다. 실제로 세무회계 강의할 교수가 가장 필요했고, 다음으로 회계감사, 그 다음으로 data analytics를 강의할 교수가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재무회계 분야의 지원자들은 AI, machine learning, textual analysis 쪽으로 깊이 있는 논문을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제외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회계감사와 세무회계의 특성상 CPA license와 해당 분야 실무 경험이 중요하게 인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지원하는 분들은 가능하면 AI, machine learning 같은 것을 research interests로 CV에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관련 논문나 강의 경험이 전혀 없으면, 오히려 over-statement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부 젊은 교수들을 제외하면 이 분야에서 실제 데이터를 돌려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임 교수 채용시에 고려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탑 리서치 스쿨이 아닌한 CPA license나 관련 실무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티칭 스쿨이 아니라도 티칭을 강조하는 학교들은 CPA인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둘째, 여러 교수님들이 출신 대학의 지역을 고려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잡마켓에서는 채용하는 학교 입장에서 과연 특정 지원자가 오퍼를 받았을 때, 우리 학교로 올 것인지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 동료 교수님은 저희 학교 회계학 교수중에 west coa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희 과 대부분의 회계학 교수들이 east coa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고, 간혹 mid-west에서 오신 분이 있더군요. 지인들을 통해서 알아보니 다른 학교들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인 지원자의 경우 학부가 어딘지를 통해 원래 어느 지역에서 자랐는지, 뉴잉글랜드 지역에 익숙한 사람인지도 확인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유학을 온 학생들은 지역적인 선호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채용하는 학교들이 어느 지역의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지원자 입장에서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셋째, 저희 학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별,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과 차원에서 선정한 지원자에 대해 인터뷰를 하거나 최종 잡오퍼를 내기 전에 Dean 과 Provost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분들이 회계학 조교수 지원자의 연구 능력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보니, (1) 해당 지원자가 채용 공고에 올린 채용 분야와 맞는 지 여부와 (2) 성별과 인종적으로 편중된 선택이 있었는지를 주로 검토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한국인 지원자는 전체 다른 지원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지원자들과 더 직접적으로 비교되고, 넓게는 다른 아시아계 지원자 (중국, 인도, 베트남 등)들과 직접 비교됩니다. 이런 상대적인 비교는 Zoom 인터뷰 보다 소수의 지원자를 보는 캠퍼스 인터뷰 대상을 선정할 때 더 두드러집니다.
넷째, 지원자를 심사하는 학교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학과의 경우에는 Recruiting Committee와 학과장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서 각 단계별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단과대와 대학본부 차원에서 승인이 매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 결과 저희 학과에서 계획된 것 보다 단계별로 2-3 주씩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학과장과 다른 Committee 멤버분들까지 신임 교수 채용에 여러 번 관여해 봤지만, 이번 경우는 예상밖으로 지연이 많이 되어 당혹스러웠습니다. 신임 교수 채용 승인이 늦게 나서 9월 하순에야 채용공고가 났고, 게다가 다른 경쟁 학교 상황이 Google sheet로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다 보니 저희 학과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지연되는 과정에서 한 지원자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줌 인터뷰 당시에 지원자 들에게 캠퍼스 인터뷰는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는데, 예상보다 캠퍼스 Visit 대상자에 대한 승인이 늦어지면서 원래 계획보다 2주 정도 늦게 캠퍼스 Visit 대상자들에게 스케줄을 잡기 위한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이미 다른 학교에서 잡오퍼를 받아서 사인을 했다면서 인터뷰에 올 수 없다더군요. 그 지원자는 우리 학교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저희 학교를 방문한 뒤에 결정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한번 연락을 주지 그랬냐고 물어 보니, 줌 인터뷰 때 알려준 일정이 지나서 자신은 캠퍼스 visit에 포함되지 못한 걸로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혹시 이런 상황을 겪는 분들은 원래 예정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으니, 학교쪽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교수 지원 과정에서 몇 가지 주의할 사항 (링크)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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