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 2, 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6년 가량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올해 잡마켓에 나온 두 박사과정 학생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하던 중에 알게된 다소 안타까운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채용이 다 끝난 상황에서 연락이 와서 제가 조언을 해 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늦은 상황이라서 제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였습니다.
[이글은 해당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들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인지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 학생들이 누구인지 아는 분들은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제 조언은 개인적인 사견에 바탕으로 한 것이며, 더 나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첫번째 학생 A는 한국의 대학에서 회계학 박사과정 졸업예정이었는데, 졸업전에 이미 탑저널에 논문이 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학생이었습니다. 박사과정 중에 괜챦은 미국 대학에서 여름학기동안 한 과목을 instructor로 강의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12월말에 뒤늦게 학생 A에게서 연락이 와서 사정을 듣다 보니, 그때까지 지원한 학교가 10여개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밖에 지원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니, 여름 학기에 한 과목 강의한 미국 대학에서 이야기가 잘되서 다른 학교들은 지원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그 학교가 다른 지원자를 채용하자, 뒤늦게 다른 학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제일 답답했겠지만, 저는 이걸 듣다가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 했습니다. 아무리 그 학교에서 이야기가 잘 되었다고 해도, 인사 문제라는 게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한 학교만 믿고 있있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내정자를 미리 정해 놓고 공고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한국 대학에서조차 최종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뽑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미국 대학에서 교수 몇 명이 좋게 이야기 하는 걸 믿고 다른 대학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Search Committee, Department Chair, Dean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아서 최종 잡오퍼가 Committee의 추천과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학생 B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회계학 박사과정 졸업 예정이었는데, Publication은 없지만 과거라면 평균 정도 수준의 Research pipeline (job market paper 포함)을 들고 잡마켓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잡마켓에서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12월말까지 줌인터뷰 조차도 하나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학생 B에게서 연락이 와서 사정을 듣다 보니, 그 학생도 12월말까지 지원한 학교가 10여개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 B는 본인이 회계학 학사 졸업한 모교인 미국대학을 지원하면서 거기서는 뽑아주지 않을까 했다고 합니다. 그 학교는 state school로 teaching school이었는데, 결국 줌인터뷰 조차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state school 교수들은 해당 학교 졸업생이 아닌한, 재직 중인 학교에 loyalty 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도 state school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희 학교 학부 졸업자가 박사학위를 받고 온다고 해서 특별히 눈여겨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학생을 가르친 기억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중에서 아주 작은 하나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저는 위의 두 학생의 사정을 듣고, 이렇게 naive하게 잡마켓 지원준비를 하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150-200개의 지원자 중에서 고작 1-2명을 뽑는데, 특정 대학 교수들이 몇 번 립서비스 한거나 해당 대학 졸업생이라서 다른 많은 학교에 지원하지 않았다니 직접 듣지 않았다면 믿기 힘들었을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두 사람 모두 훌륭한 회계학 교수 자원들이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박사과정 이전에 직장 생활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그 두 사람이 naive해서 그렇다고 결론내리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교수 잡마켓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면, 이런 문제가 다른 박사과정 학생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지도교수님들이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논문 지도 잘하고 추천서 잘 써주면 자신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생각도 일리는 있는게, 실제로 그 분들은 자신들이 잡마켓에 나왔을 때 지도교수로부터 비슷한 도움만 받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잡마켓에서 경쟁이 심한 경우에는 혼자서 지원전략을 세우고 지원서류를 작성하는 박사과정 학생과 지도교수의 체계적인 조언과 검토를 받아서 지원하는 학생간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알아서 잘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두 학생처럼 회계학 교수 채용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아쉬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교수 지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CV를 작성할 때 주의사항 (링크)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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