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월요일

한국 경제에 대한 재벌의 영향력에 관한 통계의 오류

어제 임정욱님(@estima7)이 쓴 트위터 글을 보고 멘션로 글을 남겼는데 내가 쓴 트위터 글 중에서 가장 많은 리트윗 및 관심글로 표시된 것 같다. 그런데 멘션으로 반론에 가까운 질문을 받아서 답을 하려고 보니 트위터의 글자수에 맞출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블로그에 답을 쓰고 링크를 트위터에 올린다. 아래의 트위터 글은 실제로 올라온 순서대로이다.

우선 임정욱님이 올린 트위터 글이다.
"장관이 총수 만나자고 하면 “급이 안맞아서…”(한겨레) 5대재벌의 GDP대비 매출액비중이 50%가 넘는다니... 너무 집중도가 심하다."

한겨레 신문의 기사에 나온 자료를 보면 재벌의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 GDP대비 매출액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한겨레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재벌의 영향력 지표로 GDP대비 매출액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표는 근본적으로 부적절하다. 그 이유는 내가 올린 아래의 멘션에 나와 있다.
" 우리 경제에서 재벌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GDP 대비 매출액을 자주 쓰는데 이는 부적절합니다. GDP는 부가가치 개념이고 매출액은 총판매액 개념이므로 단순 비교가 안됩니다. 올바른 자료를 바탕으로한 제대로된 비판이 아쉽습니다."

즉 GDP와 매출액은 단순 비교가 불가능한 수치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측정치를 이용하여 비율을 만들어 봐야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eracian 님이 올린 트위트 글을 얼마후 임정욱님이 리트윗하신다.
"잘못된 비교. RT : 한겨레의 정보왜곡기사. 아무리 주장이 옳다고 해도, 비교 불가능한 통계(GDP vs Sales)를 억지로 비교하여 사람의 심리를 왜곡하는 건 언론이 해서는 안되는 일"

그런데 얼마후 멘션으로 두 개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1
"@jlee61 @estima7 Gdp는최종 생산물의 가치의 합 or 부가가치의 총액의 합으로 구해지는데 왜 오류인지? 대기업의 매출도 최종생산물의 가치로 표현되어있는 것이고 또한 전단계 생산자들의 부가가치가 모두 합산된 개념 인데 동일한것 아닌가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GDP는 최종 생산물의 가치의 합 또는 부가가치의 총액의 합과 같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보니 한겨레 기자 분도 마찬가지 생각으로 기사를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GDP는 최종 생산물의 가치의 합 또는 부가가치의 총액의 합과 같다는 것은 우리 경제 전체의 측면이고, 특정 기업의 매출액과는 비교 불가능하다. 다음의 예를 보자. 한 나라에 A, B, C의 세 개의 회사만 존재하고 아래의 순서대로 B는 A의 제품을 부품으로 이용하고, C는 B의 제품을 부품으로 이용한다고 보자. A, B, C가 각각 20, 30, 50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면, A, B, C의 매출액은 20, 50, 100이 된다.

부가가치: A (20) => B (30) => C (50)
매출액: A (20) => B (50) => C (100)

GDP는 최종 생산물의 가치의 합 또는 부가가치의 총액의 합과 같다는 것은 위의 국가의 GDP 100과 C의 매출액 100이 일치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사실로 GDP와 매출액을 비교할 수는 없다. A의 매출액이 20, B의 매출액이 50이라는 것을 보면 GDP와 매출액은 단순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만약 매출액과 GDP의 비율을 구한다면 A는 20/100, B는 50/100, C는 100/100이 되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비율이 된다.

따라서, 특정 기업이 국가 경제에 영향력을 GDP로 비교하려면 해당 기업의 부가가치와 GDP를 비교해야 한다. 위의 예에서 A는 20%, B는 30%, C는 50%가 맞다.

질문 2
"글쎄? 추세설명을 위한 비교로는 충분히 적절함. 국가gdp도 결국 매출액 개념임. RT  재벌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GDP 대비 매출액을 자주 쓰는데 이는 부적절합니다. GDP는 부가가치 개념, 매출액은 총판매액 개념"


우선 한겨레 신문 기사를 보면 추세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치 5대 재벌이 우리나라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잘못된 기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추세를 설명하는 목적으로 GDP대비 매출액을 사용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전년도의 GDP대비 매출액이 45%였는데 올해는 50%로 늘어 났다고 할 수 있지 않는가? 이것이 질문하신 분의 의도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질문1의 답변에서 보듯 잘못된 비율을 이용해서 추세를 분석하는 자체가 넌센스다. 예를 들어 위의 세 회사의 부가가치 비율이 그 다음 해에 아래과 같이 변화했다고 보자.

부가가치: A (30) => B (50) => C (20)
매출액: A (30) => B (80) => C (100)

만약 GDP대비 C회사의 매출액을 비교하면 두 연도의 비율은 100%로 동일하다. 하지만 부가가치 비율로 보면 50%에서 20%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아웃소싱과 같이 생산 체계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실제 생산단계별 기업들의 부가가치 비율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추세 비교도 역시 GDP대비 해당 기업의 부가가치 비율로 해야 맞다.

앞선 트위터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올바른 자료를 바탕으로한 제대로된 비판이 아쉽습니다.

댓글 2개:

  1. 두번째 질문 올린 사람입니다. ^^ 부가가치 계산시 발생하는 왜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 감사드리구요. 다만 20-30-50인 경우나 50-30-20인 경우나 세 회사의 부가가치를 다 더하면 매출액과 동일한 100인 것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좀 생각을 해봤습니다.
    http://indizio.blog.me/30131163774

    좋은 하루 되세요~

    답글삭제
    답글
    1.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세 회사의 부가가치를 합하면 C의 매출액과 동일합니다. 두 년도의 총 부가가치(GDP)를 100으로 같게 만든 것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총 부가가치(GDP)가 전년도에 비해 증가 또는 감소하더라도 세 회사의 부가가치의 상대적 비율이 바뀌면 GDP 대비 매출액 비율의 추세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GDP와 비교하기 위한 수치로 부가가치를 사용했지만, GDP대비 부가가치도 완벽한 자료는 아닙니다. 생산요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나 생산물 시장의 영향력이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고용점유율이나 자본시장의 주식시가총액 비율 등이 생산요소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자료이고, 생산물 시장에서는 산업별 시장점유율 등이 적절할 것입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