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7일 토요일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 (2025년 추가 3/3)

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2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6년 가량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올해 잡마켓에 나온 다른 대학 박사과정 학생의 CV를 검토하고 해준 조언과 함께 제가 느낀 소감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채용이 다 끝난 상황에서 연락이 와서 제가 조언을 해 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늦은 상황이라서 제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였습니다. 

[이글은 해당 학생의 동의를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인지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 학생이 누구인지 아는 분들은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제 조언은 개인적인 사견에 바탕으로 한 것이며, 더 나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2019년에 올린 글 (위의 링크 참조)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CV는 교수직 지원시에 가장 중요한 서류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원자들이 학교 측에서 심사할 때 CV에서 어떤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지원자들의 CV를 검토하다 보면 꼭 필요한 정보가 빠져 있는 경우도 많고, 쓸데없는 정보를 넣어서 괜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실제로 박사과정 학생의 CV를 검토해 주면서 수정을 요청한 사항을 중심으로 CV 작성시 주의할 사항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가 검토한 CV를 작성한 학생은 서울대 박사과정 졸업예정으로 미국에서 학부 교육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아래에 언급한 여러가지 CV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해당 학생의 지적 능력이나 한국적인 사고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부족과 CV를 읽는 사람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지금 제 글을 읽는 분들도 누구나 비슷한 유형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에서 설명한 수정사항이 반영되기 전과 후의 CV를 직접 보고 싶은 분은 저에게 이메일로 요청하시면 공유하겠습니다. 이 또한 해당 학생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1. 개인정보

해당 학생의 CV 첫 페이지 상단에 본인 이름, 이메일주소, 전화번호가 세 줄로 있었는데, 미국 전화번호를 123-456-7890 과 같은 형식으로 표시했습니다. 이게 무슨 문제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서울대 박사과정생이 Phone number라는 정보없이 위와 같이 번호만 보여주면 이게 전화번호인지, 전화번호라면 한국번호인지 미국번호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 학생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지원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미국 국가번호를 추가해서  +1-123-456-7890 으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00-200명의 CV를 봐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쓸데없이 신경에 거슬리는 CV는 감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하기 때문인지 CV에 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게 보이는데, 가능하면 미국내 cell phone 번호로 포함시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잡오퍼 단계에서 계약서를 이메일로 보내기 전에 구두로 먼저 오퍼를 주는데 전화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CV에 전화번호가 있어도 이메일로 전화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전화를 주지만, CV에 전화번호가 아예 없는 것은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2. Research Interests

해당 학생의 논문 중에서 Generative AI와 textual analysis를 measurement에 사용하는 논문이 있었는데, CV의 어디에도 그런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Research interests에 "ap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machine learning, and accounting data analytics"를 포함시키도록 했습니다. 최근에 많은 학교들이 이 분야의 연구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원하는 학교에서 특정 분야의 지원자를 찾고 있고,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면 관련 키워드를 꼭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3. Research

첫째, Job market paper의 abstract가 CV 첫 페이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Job market paper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CV 첫 페이지의 7줄을 abstract로 할애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CV 맨 마지막에 별도의 페이지로 CV에 나온 모든 논문의 abstract를 정리해서 붙이라고 했습니다. 

둘째, 해당 학생은 이미 탑저널에 논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채용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무슨 정보를 얻고 싶을까요? 

해당 지원자가 그 탑저널 논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까요? 저라면 RA처럼 단순히 데이터 작업만 한 건지, 아니면 아이디어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건지가 궁금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후자라는 것을 표시할 수 있을까요?

해당 학생과 상의하다가 그 논문이 본인의 박사 1년차 논문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Developed from my first-year paper titled ..." 정도만 넣어도 위의 궁금점을 상당부분 해소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습니다. 

셋째, 해당 CV는 각 논문별로 Presentation 장소와 연도를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본인의 발표와 공저자의 발표를 구분하기 위해서 위첨자 (Superscript)로 * 와 C를 각각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C의 위첨자는 가독성이 떨어져서 C의 위첨자는 전부 지우고 대신 아래의 문구를 삽입하도록 했습니다. 
(*: presented by myself; all others presented by coauthors)

넷째, conference activities를 설명할 때 AAA 나 KAA와 같은 약자를 추가 설명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KAA (Korean Accounting Association) 같은 약자는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 제대로 이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AAA에서 주관하는 conference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명확히 설명되어 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처음 약자를 쓸때는 반드시 full expression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다섯째, 모든 working paper 들에 "Status: Planning to Submit in the Spring" 이란 문구를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job market paper를 제외하고 6개의 working paper가 있었는데 동일한 문구가 있다보니, 솔직히 6개를 모두 내년 봄에 저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논문 2개 정도는 "Preparing for Submission in Spring 2025"로 바꾸고, 나머지 2-3개는 "Preparing for Submission in Summer 2025"로 바꾸고, 아직 많이 develop이 안된 논문 1-2개는 아예 빼라고 했습니다. 설령 2개를 뺀다고 해도 job market paper까지 합치면 working paper가 5개나 있으니 PhD candidate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working paper가 있으면 논문의 질보다 양을 염두에 두는 지원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Teaching

첫째, instructor로서 가르친 과목이 managerial accounting이었는데, 제일 중요한 teaching evaluation score가 없어서 당장 추가하라고 했습니다. CV에서 teaching section을 볼때는 어느 과목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강의평가 점수는 어느 정도 나왔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왜  CV에 강의 평가 점수가 없냐고 했더니 teaching statement에는 evaluation score를 넣어 놨다더군요. 이미 제가 2019년에 올린 세 개의 글에서도 설명했다시피, 1st screening은 CV만 보고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Voluntary disclosure theory에서도 나오는 것 처럼 "no disclosure"는 일단 bad news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 저희 학교도 그렇지만 많은 학교들이 요즘 data analytics 교육을 강화시키고 있어서, 관련 내용을 managerial accounting에서 가르친 적이 있으면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수정한 버전을 보니, "Planning and Controlling Operations with Excel"을 추가했더군요. 

셋째, 1차 수정후에 보니 guest lecturer로서 하루 가르친 과목이 있었는데 teaching evaluation score를 추가했더군요. 그래서, 해당 강의 평가가 본인의 하루 강의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전체 과목에 대한 것이라면 빼라고 했습니다.  

넷째, 여러 교수님들과 여러 과목에 대해 Teaching assistant로 일했다고 나와 있었는데, 교수님 이름까지 다 집어 넣다보니, 좀 산만해서 해당 과목 이름만 남기고 교수님들 이름을 빼라고 했습니다. 

5. Conference activities

Conference activities를 conference reviewer와 conference participation으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후자에 discussion한 것이 포함되어 있고, discussion한 conference에 대해서는 추가로 "(discussion)"을 덧붙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Conference activities를 세 부분으로 나누고 "Conference Discussion", "Conference Reviewer", "Conference Participation"으로 명확히 구분하도록 했습니다. Conference에서 Discussion한 것과 단순 참가한 것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6. Work Experience

학계로 들어오기 전에 직장 생활 했던 것에 대해 회사명, 기간, 직책과 함께 각 직장별로 3줄씩 중요 활동을 요약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resume에서는 이런 방식이 흔하지만, academic CV에서는 큰 도움이 안됩니다. 특히 심지어 CPA로 Big 4 firm에서 일한 경력도 회사명, 기간, 직책, 업무분야 (Auditing, Tax, or Advisory) 정도만 쓰는 것이 academic job market에서는 흔합니다. 그래서, 직장별로 요약한 활동내역을 전부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7. Volunteer/Extracurricular activities

해당 학생은 학부 때부터 최근까지 참여한 다양한 Volunteer/Extracurricular activities을 CV에 기재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job application에서는 이것도 중요한 항목이 되겠지만, academic job application에서는 중요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단히 요약하도록 했습니다. 

7. Formatting issues

첫째, 줄간격이 거의 없이 빡빡한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CV에 적을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Indentation을 적절히 사용하면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둘째, CV 이곳 저곳에 논문이나 Conference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왜 여기는 링크가 있고 저기는 없는지 일관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출판된 논문과 SSRN에 올라온 논문을 제외하면 전부 링크를 없애라고 조언했습니다. 

셋째, 연도나 기간을 표시할 때, "Present"라고만 되어 있고 언제부터 시작인지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몇 군데 있었서 시작 연도를 첨부하도록 했습니다. 

이밖에도 자잘한 formatting issue들이 있었는데 생략하겠습니다. 

결과론이지만, 해당 학생은 본인이 가진 논문이나 능력에 비해 다소 아쉬운 학교에서 조교수 자리를 얻어서 교수 생활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제 조언에 따라 CV를 수정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학교에 지원을 마친 상황이었고, 지원전략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던 케이스였습니다. 만약 좀더 일찍 경험많은 분과 함께 지원서류를 점검하고 제대로된 전략에 따라 지원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공지사항]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회계학 교수직에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게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CV 검토/수정에서부터 Mock Interview까지 도와줄 계획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research/teaching portfolio 및 potential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물론, CV 를 채워넣을 research/teaching portfolio를 만드는 것은 본인의 몫입니다. 

한국 학생이라면 출신학교에 상관없이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당연히 무료로 도와줄 예정이고, 지원과정에서의 비밀은 철저히 지킬 예정입니다. 대신, 학생쪽에서도 저에게 정보를 숨기는 게 없어야 합니다. 혹시 여러 학생이 연락이 오면, 제 나름의 우선순위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다만, 저희 학교에서 신임교수를 채용하는 연도에는, 특히 제가 Recruiting Committee (or Search Committee)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으니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회계학 이외의 분야는 제 분야가 아니라서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 글이나 직간접적으로 드리는 조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나중에 교수가 된 이후에 다른 한국 학생이나 후배 교수들에게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학생이나 후배 교수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할 수도 있고, 저널이나 컨퍼런스에서 Reviewer나 Discussant를 할 때 한국분들이 부탁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시고, 한국 학생이나 조교수들의 논문은 좀더 시간을 써서 양질의 커멘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 (2025년 추가 2/3)

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2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6년 가량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올해 잡마켓에 나온 두 박사과정 학생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하던 중에 알게된 다소 안타까운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채용이 다 끝난 상황에서 연락이 와서 제가 조언을 해 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늦은 상황이라서 제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였습니다. 

[이글은 해당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들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인지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 학생들이 누구인지 아는 분들은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제 조언은 개인적인 사견에 바탕으로 한 것이며, 더 나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첫번째 학생 A는 한국의 대학에서 회계학 박사과정 졸업예정이었는데, 졸업전에 이미 탑저널에 논문이 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학생이었습니다. 박사과정 중에 괜챦은 미국 대학에서 여름학기동안 한 과목을 instructor로 강의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12월말에 뒤늦게 학생 A에게서 연락이 와서 사정을 듣다 보니, 그때까지 지원한 학교가 10여개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밖에 지원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니, 여름 학기에 한 과목 강의한 미국 대학에서 이야기가 잘되서 다른 학교들은 지원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그 학교가 다른 지원자를 채용하자, 뒤늦게 다른 학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제일 답답했겠지만, 저는 이걸 듣다가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 했습니다. 아무리 그 학교에서 이야기가 잘 되었다고 해도, 인사 문제라는 게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한 학교만 믿고 있있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내정자를 미리 정해 놓고 공고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한국 대학에서조차 최종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뽑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미국 대학에서 교수 몇 명이 좋게 이야기 하는 걸 믿고 다른 대학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Search Committee, Department Chair, Dean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아서 최종 잡오퍼가 Committee의 추천과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학생 B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회계학 박사과정 졸업 예정이었는데, Publication은 없지만 과거라면 평균 정도 수준의 Research pipeline (job market paper 포함)을 들고 잡마켓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잡마켓에서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12월말까지 줌인터뷰 조차도 하나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학생 B에게서 연락이 와서 사정을 듣다 보니, 그 학생도 12월말까지 지원한 학교가 10여개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 B는 본인이 회계학 학사 졸업한 모교인 미국대학을 지원하면서 거기서는 뽑아주지 않을까 했다고 합니다. 그 학교는 state school로 teaching school이었는데,  결국 줌인터뷰 조차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state school 교수들은 해당 학교 졸업생이 아닌한, 재직 중인 학교에 loyalty 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도 state school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희 학교 학부 졸업자가 박사학위를 받고 온다고 해서 특별히 눈여겨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학생을 가르친 기억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중에서 아주 작은 하나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저는 위의 두 학생의 사정을 듣고, 이렇게 naive하게 잡마켓 지원준비를 하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150-200개의 지원자 중에서 고작 1-2명을 뽑는데, 특정 대학 교수들이 몇 번 립서비스 한거나 해당 대학 졸업생이라서 다른 많은 학교에 지원하지 않았다니 직접 듣지 않았다면 믿기 힘들었을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두 사람 모두 훌륭한 회계학 교수 자원들이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박사과정 이전에 직장 생활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그 두 사람이 naive해서 그렇다고 결론내리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교수 잡마켓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면, 이런 문제가 다른 박사과정 학생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지도교수님들이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논문 지도 잘하고 추천서 잘 써주면 자신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생각도 일리는 있는게, 실제로 그 분들은 자신들이 잡마켓에 나왔을 때 지도교수로부터 비슷한 도움만 받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잡마켓에서 경쟁이 심한 경우에는 혼자서 지원전략을 세우고 지원서류를 작성하는 박사과정 학생과 지도교수의 체계적인 조언과 검토를 받아서 지원하는 학생간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알아서 잘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두 학생처럼 회계학 교수 채용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아쉬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교수 지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CV를 작성할 때 주의사항 (링크)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 (2025년 추가 1/3)

 2019년에 "미국 대학 회계학 교수 지원, 심사, 채용,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세개의 글 (링크 1, 2, 3)을 올렸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조언을 구할 때 마다 해당 글을 꼭 참조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최근 다시 보니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올해 (2024-25 Academic Year) 저희 학교에서 오랫만에 회계학 신임 조교수를 채용했고, 그 심사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을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글은 제가 재직중인 학교 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통해 들은 여러 다른 학교의 채용상황을 종합해서 쓰는 것이니, 특정 학교와 직접 연결해서 해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저런 경로로 들은 얘기들은 저로서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나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게 달려있으며, 그 결과도 전적으로 읽는 분의 책임입니다.]


1. 2024-25년 회계학 교수 채용 시장의 변화

첫째, 5-6년 전에 비해 올해 2024-25년 회계학 잡마켓의 가장 큰 변화는 지원자와 채용하는 학교 모두 경쟁이 매우 심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수년간 잡마켓 사정이 안 좋다가, 올해 회계학 신임 교수를 채용하는 학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잡마켓이 매우 안 좋아서 올해 재수를 하는 박사과정 지원자도 있었고, Seasoned Faculty 중에서도 지원자가 늘어나서 지원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게다가 학교들 입장에서도 수년간 회계학 학부/석사 학생수가 줄어서 신임 교수 채용을 못하다가 오랫만에 채용에 나선 경우가 많아서, 채용에 실패할 경우에 부담이 큰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화된 경쟁의 단적인 예로, 저희 학교의 경우 2024년 9월 학교 HR 웹사이트에 채용 공고가 올라온지 2주만에 100개가 넘는 지원서가 들어왔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저희 학교 HR의 느린 일처리 때문에 그때까지 AAA 와 SSRN에 공고가 올라오지도 않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 HR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가 바로 다음 날, 잡마켓에 나온 지원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Google Sheet에 업데이트되면서 그걸 보고 지원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HR 공고가 올라온지 1달 정도 후부터 Zoom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 총 150개 정도의 지원서가 들어왔으니 Google Sheet를 통한 정보 공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올해 지원자들 중에 탑저널에 forthcoming이나 R&R이 있는 박사 졸업 예정자들이 5-6년 전에 비해 많이 늘어 났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job market paper를 포함한 working paper 갯수가 2-3개 있는 박사 졸업 예정자들이 흔했는데, 올해는 4-5개 있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예전 같았으면 괜챦은 지원자였을텐데, 올해는 Zoom 인터뷰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좋은 지원자들이 많아서 Zoom 인터뷰로 보는 지원자 수를 늘였는데도 그렇습니다. 10여년 전부터 탑스쿨을 중심으로 박사과정 졸업전에 탑저널 R&R을 가지고 잡마켓에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수년간 잡마켓 사정이 안좋으면서 탑스쿨이 아닌 학교들도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반적인 경쟁심화가 지원자 뿐만 아니라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로 하여금 전략을 바꾸도록 유도한 것 같습니다.

셋째,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지원자는 지원자 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눈치 작전이 상당히 심했졌습니다. 특히 작년에 잡마켓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올해 재수하는 경우를 본 지원자들이 어디든 잡오퍼를 받으면 웬만하면 사인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특히 Google sheet를 통해 여러 학교들의 인터뷰 진행 상황과 잡오퍼 상황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웬만한 잡오퍼를 받으면 다른 학교의 오퍼를 기다리는 위험을 부담하기 보다는 받은 오퍼를 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학교들도 Google sheet를 통해서 다른 경쟁 학교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지원자들이 어느 학교에서 인터뷰를 보는 지를 물어보면서, 우리가 오퍼를 주면 과연 이 지원자가 수락할 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1차 Zoom 인터뷰와 2차 캠퍼스 인터뷰 (campus visit) 단계에서 다른 학교에 잡오퍼를 수락해서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학교 쪽에서도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잡 오퍼를 주더라도 수락여부를 결정하는 기간을 최대한 짧게 줘서 다른 학교에 해당 지원자를 뺏기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 채용과정에 참여한 소감

첫째, 채용 공고에 기재된 채용 분야가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올해 저희 학교에서 채용공고 상에 기재한 분야는 회계감사, 세무회계, 회계 데이터 분석 (accounting data analytics)의 세 분야 였습니다. 실제로 세무회계 강의할 교수가 가장 필요했고, 다음으로 회계감사, 그 다음으로 data analytics를 강의할 교수가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재무회계 분야의 지원자들은 AI, machine learning, textual analysis 쪽으로 깊이 있는 논문을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제외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회계감사와 세무회계의 특성상 CPA license와 해당 분야 실무 경험이 중요하게 인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지원하는 분들은 가능하면 AI, machine learning 같은 것을 research interests로 CV에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관련 논문나 강의 경험이 전혀 없으면, 오히려 over-statement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부 젊은 교수들을 제외하면 이 분야에서 실제 데이터를 돌려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임 교수 채용시에 고려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탑 리서치 스쿨이 아닌한 CPA license나 관련 실무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티칭 스쿨이 아니라도 티칭을 강조하는 학교들은 CPA인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둘째, 여러 교수님들이 출신 대학의 지역을 고려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잡마켓에서는 채용하는 학교 입장에서 과연 특정 지원자가 오퍼를 받았을 때, 우리 학교로 올 것인지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 동료 교수님은 저희 학교 회계학 교수중에 west coa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희 과 대부분의 회계학 교수들이 east coa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고, 간혹 mid-west에서 오신 분이 있더군요. 지인들을 통해서 알아보니 다른 학교들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인 지원자의 경우 학부가 어딘지를 통해 원래 어느 지역에서 자랐는지, 뉴잉글랜드 지역에 익숙한 사람인지도 확인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유학을 온 학생들은 지역적인 선호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채용하는 학교들이 어느 지역의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지원자 입장에서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셋째, 저희 학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별,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과 차원에서 선정한 지원자에 대해 인터뷰를 하거나 최종 잡오퍼를 내기 전에 Dean 과 Provost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분들이 회계학 조교수 지원자의 연구 능력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보니, (1) 해당 지원자가 채용 공고에 올린 채용 분야와 맞는 지 여부와 (2) 성별과 인종적으로 편중된 선택이 있었는지를 주로 검토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한국인 지원자는 전체 다른 지원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지원자들과 더 직접적으로 비교되고, 넓게는 다른 아시아계 지원자 (중국, 인도, 베트남 등)들과 직접 비교됩니다. 이런 상대적인 비교는 Zoom 인터뷰 보다 소수의 지원자를 보는 캠퍼스 인터뷰 대상을 선정할 때 더 두드러집니다. 

넷째, 지원자를 심사하는 학교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학과의 경우에는 Recruiting Committee와 학과장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서 각 단계별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단과대와 대학본부 차원에서 승인이 매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 결과 저희 학과에서 계획된 것 보다 단계별로 2-3 주씩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학과장과 다른 Committee 멤버분들까지 신임 교수 채용에 여러 번 관여해 봤지만, 이번 경우는 예상밖으로 지연이 많이 되어 당혹스러웠습니다. 신임 교수 채용 승인이 늦게 나서 9월 하순에야 채용공고가 났고, 게다가 다른 경쟁 학교 상황이 Google sheet로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다 보니 저희 학과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지연되는 과정에서 한 지원자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줌 인터뷰 당시에 지원자 들에게 캠퍼스 인터뷰는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는데, 예상보다 캠퍼스 Visit 대상자에 대한 승인이 늦어지면서 원래 계획보다 2주 정도 늦게 캠퍼스 Visit 대상자들에게 스케줄을 잡기 위한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이미 다른 학교에서 잡오퍼를 받아서 사인을 했다면서 인터뷰에 올 수 없다더군요. 그 지원자는 우리 학교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저희 학교를 방문한 뒤에 결정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한번 연락을 주지 그랬냐고 물어 보니, 줌 인터뷰 때 알려준 일정이 지나서 자신은 캠퍼스 visit에 포함되지 못한 걸로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혹시 이런 상황을 겪는 분들은 원래 예정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으니, 학교쪽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교수 지원 과정에서 몇 가지 주의할 사항 (링크)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2020년 7월 1일 수요일

학술저널 리뷰어 #2 이야기

오늘 동료 교수 한 분이 재미있는 논문을 공유해 주셨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111/ssqu.12824
저널 리뷰 과정에서 두번째 리뷰어 (속칭, Reviewer #2)가 자주 부정적인 의견이나 핵심에서 벗어난 의견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학계에 퍼져있는데, Political Behavior의 리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두번째 리뷰어의 의견은 첫번째 리뷰어의 의견과 유의적인 차이가 없고, 의외로 세번째 리뷰어가 첫번째 리뷰어보다 유의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낸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회계학 저널들은 보통 2명, 적으면 1명의 리뷰어를 배정하기 때문에 세번째 리뷰어는 거의 없지만 다른 경영학 분야나 사회과학 분야는 3명 이상의 리뷰어를 배정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측면에서 일견 좋은 방법처럼 보이지만, 논문 저자 입장에서는 리뷰어가 많을수록 리뷰어 간의 의견(Revise and Resubmit vs. Rejection)이 갈리는 경우가 많고, 리뷰어들 간에 상반되는 수정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논문을 수정하는 것이 훨씬 까다로와진다.

리뷰어가 많을수록 의견이 갈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수학적으로 비교적 명확하다. 예를 들어 특정 저널에서 R&R을 받는 확률이 20%라고 하자 (회계학 톱저널의 경우 1라운드 R&R 확률이 20% 근처로 추정하고 있다). 리뷰어가 1명이면 R&R확률 20%, Rejection 확률 80%다. 하지만, 리뷰어가 2명이고 두 리뷰어의 의견이 독립적이면 두 사람이 모두 R&R을 추천할 확률은 고작 4%, 두 사람의 의견이 갈릴 확률 (1명 R&R, 1명 rejection)이 32%, 두명 모두 Rejection을 줄 확률은 64%가 된다 (리뷰어가 3명이면 의견이 2:1 또는 1:2로 갈릴 확률이 무려 48%로 늘어난다).

문제는 두 리뷰어의 의견이 갈린 경우 Rejection을 선택한 리뷰어를 설득시키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해당 논문이 다음 라운드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물론 두 명의 리뷰어가 완전히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정말 좋은 논문은 두 리뷰어 모두 좋은 평가를 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두 리뷰어의 의견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하더라도 두 리뷰어의 의견이 갈릴 확률이 다소 낮아질 뿐, 일단 의견이 갈리면 리뷰어 1명일 때 비해서 다음 라운드를 통과하기 더 어려워지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수준 높은 1명의 리뷰어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부 톱저널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둘째, 2명이상의 리뷰어를 배정한다면 에디터들이 리뷰어들의 의견이 갈렸을때 좀더 적극적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리뷰어는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고 해당 논문에 대한 R&R 또는 acceptance/rejection 추천을 할 뿐이고, 결국 R&R 과 acceptance/rejection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저널 에디터이다. 따라서 저널 에디터는 리뷰어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이 상당히 흔한 현상임을 명심하고, R&R결정을 줄 때는 리뷰어들의 상충되는 의견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수정을 할 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리뷰어들이 제시하는 수정 방향이 크게 다를 때 조차도 많은 저널 에디터들이 교통정리를 하기 보다는 리뷰어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킬 의무를 묵시적으로 저자에게 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저자들이 R&R받은 논문을 어떻게 수정할 지 고민하고 있다.

2019년 8월 21일 수요일

미국 대학 교수 Tenure Packet 준비

Tenure Packet (Dossier) 준비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 전공 분야인 회계학 분야와 제가 현재 재직중인 학교에 국한되는 얘기가 많으니 감안하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Tenure 심사에서는 research, teaching, service의 크게 세 가지 사항을 평가합니다. 따라서, tenure packet은 위의 세 평가항목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첨부할 수 있습니다. 저희 학과에서 예시로 만든 tenure packet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출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목록에서 B1-B4, B7, B9-B14 에 해당하는 서류들은 tenure 신청자 본인이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외부의 평가자들이 작성하는 서류입니다.

File 1. Basic File
B.1. Dean of College of Management Letter of Recommendation: College dean의 평가/추천서입니다.
B.2. College Personnel Committee Letter of Recommendation: College-level committee의 평가/추천서입니다.
B.3. Department Chair Letter of Recommendation: Department chair의 평가/추천서입니다.
B.4. Departmental Personnel Committee Letter of Recommendation: Department-level committee의 평가서입니다.
B.5. Curriculum Vitae: 일반적인 이력서 보다 좀더 상세하게 작성하는 게 좋고, 다음에 나오는 personal statement의 모든 항목이 간략하게라도 이력서에 나오는 게 좋습니다. 이력서 항목의 순서도 personal statement와 어느 정도 일치시키는 게 좋습니다.
B.6. Personal Statement: 연구, 강의, 서비스의 세 가지 활동을 요약한 서류입니다. Tenure packet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입니다.
B.7. Fourth Year Review Letters: 저희 학교는 6년의 pre-tenure period를 2-2-2년씩 세번 나누어 재계약을 하는데 두 번째 재계약을 위한 4년차 평가에서 받은 평가서를 tenure packet에 첨부한 것입니다.
B.8. Waiver of Access Form: 학교 외부/내부에서 받는 각종 추천/평가서를 피평가자인 tenure 신청자가 볼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서명을 한 서류입니다. 꼭 작성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성하지 않으면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 다들 서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B.9. Copy of Letters Used to Solicit Letters of Recommendation for Service Contributions and Copy of Letters Used to Solicit Letters of Recommendation from Students: 학교 안팎에서의 서비스 활동에 대한 평가서와 과거 강의를 들은 학생들로 부터 받는 평가서를 요청하는 letter입니다. 학과에서 두 가지 추천/평가서에 대한 요청을 보내고 받는데, 요청할 때 보내는 letter의 사본입니다.
B.10. Letters from External Reviewers Chosen by the Department: 학과에서 선정한 외부 평가자로부터 받은 research 평가서입니다.
B.11. Letters from External Reviewers Chosen by Candidate: Tenure 신청자 본인이 선정한 외부 평가자로부터 받은 research 평가서입니다.
B.12. Letters from Coauthors: 공저자가 쓰는 tenure 신청자의 공저 논문에 대한 기여도와 전반적인 연구 업적에 대한 평가서입니다.
B.13. Letters from Service Reviewers Suggested by Candidate: Tenure 신청자 본인이 선정한 학교 안팎의 평가자로부터 받은 서비스 관련 평가서입니다.
B.14. Letters from Students: 과거 수업을 들은 학생이 해당 교수의 교육활동 (강의 및 학생 지도) 전반에 대해 쓰는 평가서입니다. 학기 말에 받는 강의평가와는 달리, 해당 교수의 강의와 학생지도가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Letter 요청에 대한 응답률과 답장 내용 모두 중요합니다.
B.15. Annual Faculty Reports: 매년 research, teaching, service 활동을 보고하는 보고서의 사본을 첨부한 것입니다.

File 2. Teaching
T.1.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Teaching Evaluations: 현재 학교에서 받은 모든 강의 평가와 학과/단과대 평균, 그리고 학생 피드백을 첨부합니다.
T.2. Sample Syllabi: 현재 학교에서 가르친 모든 과목의 강의계획서입니다.
T.3. Sample Assignments: 과목별로 교수 본인이 만든 과제를 첨부한 것입니다. 저는 강의용으로 개발한 실제 사례들도 첨부했습니다.
T.4. Sample Correspondence with Students: 학생들과의 이메일을 첨부한 것입니다. 주로 학생들의 thank-you email이나 thank-you card가 많고, 시간을 들여서 질문에 답변한 이메일도 넣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학생 지도를 위해 나눈 이메일도 몇 개 첨부했습니다.

File 3. Research
R.1. Journal Articles Published since I Joined UMass Boston: 현재 재직중인 대학에 와서 출판된 논문 사본입니다.
R.2. Journal Articles Published before I Joined UMass Boston: 현재 학교에 오기 전에 출판된 논문 사본입니다.
R.3. Book Chapter Published since I Joined UMass Boston: 현재 재직중인 대학에 와서 출판된 책의 챕터입니다.
R.4. Papers Under Review at Refereed Journals: Tenure packet 제출 당시에 저널에서 리뷰중인 논문입니다.
R.5. Working Papers: Tenure packet 제출 당시에 working paper입니다.
R.6. Presentations at Conferences and Seminars: 현재 재직중인 대학에 와서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발표한 기록과 Powerpoint 슬라이드를 첨부했습니다.
R.7. Journal Information, Research Ranking and Citation Records: 논문이 출판되거나 리뷰중인 저널의 quality를 나타내는 자료 (e.g., Financial Times top 50 journals; ABDC journal ratings, Cabell's Journal Acceptance Rate), tenure 신청자의 연구 랭킹 (e.g., BYU ranking), 논문 인용 기록 (e.g., citation records in google scholar)등을 첨부했습니다.

File 4. Service
S.1. Sample Documents on Service to the Department, College, and University: 대학 내에서 학과/단과대/전체 대학 차원에서 각각 서비스 활동한 자료입니다. 저는 각 committee 별로 제가 작성한 회의 자료를 주로 첨부했습니다.
S.2. Paper Discussant and Session Chair at Conferences: 컨퍼런스에서 논문 토론자와 세션 chair로서 활동한 기록입니다. 컨퍼런스 프로그램과 토론에서 사용한 PowerPoint 슬라이드를 첨부하였습니다.
S.3. Journal and Conference Reviews: 저널과 컨퍼런스 논문 리뷰한 내역입니다.
S.4. Other Services to Academic Community: 저는 Korean American Accounting Professors Association 을 위한 서비스와 Canadian Academic Accounting Association Campus Liaison으로 한 서비스를 정리했습니다. 저는 언급할 만한 non-academic service 가 없었지만, 있으면 추가할 수 있습니다.

Tenure packet 제출후에도 Addendum 형식으로 추가자료 (e.g., 추가 acceptance letter)를 제출할 수 있지만, addendum 제출 이후 단계의 평가자만 확인할 수 있고, 고려할 지 여부도 평가자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위의 목록에 나열된 서류들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에 대해 추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B.5. Curriculum Vitae]
Tenure packet에 들어가는 CV는 일반적인 CV보다 좀더 자세한 사항을 기술하는 게 좋습니다. 저의 경우 각 논문이 출판된 저널의 FT 50 journal 여부와 ABDC rating (저희 학교에서 사용중), 리뷰중인 논문의 현재 단계 (몇 번째 라운드 중인지), 과목 별로 강의한 연도와 학기, 논문 발표한 모든 컨퍼런스와 세미나 내역 (공저자가 발표한 경우에는 별도 표시), 학교 내외부에서 활동한 모든 서비스 내역, 컨퍼런스 토론자 및 Session Chair, 저널 및 컨퍼런스 리뷰한 내역, Professional Membership등을 포함시켰습니다. 한마디로 tenure packet에 포함시킨 모든 자료의 기본이 될 정보를 간략하게라도 포함시켰습니다.

[B.6. Personal Statement]
Personal statement는 CV와 함께 tenure packet의 핵심입니다. 교수 잡마켓에 나왔을 때 teaching statement 써 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personal statement는 본인의 research, teaching, service 세가지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나아가 연구나 교육에 대한 철학까지 포함시킨 서류입니다.

Promotion and Tenure Committee에 계셨던 교수님들에 따르면 CV와 personal statement를 먼저 검토하고, 두 서류와 나머지 자료들을 비교해 가면서 본다고 합니다. 따라서, CV와 personal statement는 상호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나머지 자료들은 두 서류를 보완하는 정보와 증빙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합니다. 따라서, CV와 personal statement는 tenure packet의 핵심정보를 모두 반영해야 합니다. CV와 personal statement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사항은 나머지 자료에 포함되더라도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자료가 포함된 폴더 (또는 파일) 번호들을 personal statement의 관련 부분에 적절히 포함시키면, 평가자들이 추가 정보를 찾아서 읽기에 편합니다.

제가 tenure packet 준비하면서 여러 번 들었던 것이 "You should make your own case"입니다. 쉽게 말하면 tenure packet에 들어가는 내용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케이스를 만드는 것은 tenure 신청하는 교수의 책임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단순히 최근에 tenure 받은 사람과 비교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고 너무 자신만만해서도 안됩니다. 형식이 표준화된 CV와 달리, personal statement에서는 작성자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피평가자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약점이 있으면 부연 설명을 통해 평가자의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평가자는 최대한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를 많이 제공할 필요가 있고, 그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지는 평가자의 몫입니다. 피평가자가 CV에 나온 것 이상의 추가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으면, 평가자가 아무리 도와주려고 해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먼저 research section에서는 본인의 (1) 연구분야와 (2) 연구실적을 소개하고, (3) 각 논문별로 학계나 실무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연구분야는 1-2가지 큰 주제로 요약하고 (큰 연구 주제는 3가지를 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각 논문이 해당 주제에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구실적 소개에는 출판된 논문과 워킹 페이퍼 갯수는 물론이고, 재직 중인 학교에서 사용하는 저널의 등급 등을 표시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소속된 경영대는 Financial Times Top 50 journals과 ABDC journal ratings를 주로 사용해서 그 등급을 표시했고, Cabell's Journal Acceptance Rate을 추가로 제시했습니다 (톱저널 논문만 보는 학교라면 College-level Committee나 Dean 리뷰를 위해 UT Dallas Journals이나 FT 50 journals 만 표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현재 리뷰 중인 논문들은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Google scholar를 바탕으로 본인 논문의 전체 인용 횟수를 기록하고, 중요 논문의 경우에는 개별 논문 설명시에 별도로 인용 횟수를 기록합니다. 또한, 각종 연구자별 랭킹 자료도 첨부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BYU accounting research ranking이 다른 랭킹에 비해 비교적 좋았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논문의 impact을 측정하는 방법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피평가자가 어떤 자료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평가자에게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college personnel committee의 경우 회계학 연구 랭킹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본인이 재직 중인 college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랭킹이 없으면 자신에게 유리한 랭킹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외부 평가자들은 피평가자가 재직중인 학교의 내부 평가 시스템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research section에서 인용횟수, 저널 등급, 연구자 랭킹 등을 기록할 경우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B-level 저널에 나온 논문을 아무 설명없이 써놓으면 큰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높지만, 해당 논문의 비교적 높은 인용횟수, 각종 수상 경력, 같은 년도에 그 저널에 유명한 교수들이 쓴 논문이 여러개 같이 나온 사실등을 추가하면 동일한 B-level 저널 논문이라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일한 논문이지만 추가 정보를 제공해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둘째, teaching section에서는 (1) 교육 철학과 방법론, (2) 강의 평가의 크게 두 가지를 설명합니다. 교육철학은 본인이 생각하는 교육의 핵심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적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이 사용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중요한 것은 핵심 목적, 세부 목적, 방법론이 서로 맞물려 들어가게 설명해야 합니다. 교육목적과 방법론이 따로 놀면, 교육목적이 헛된 구호에 불과해집니다.

제 경우에는 회계학 교육의 핵심 목적을 "글로벌 경제하의 회계및 비지니스 리더 양성"으로 잡고, 비정형화된 문제 해결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을 세부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실천 전략(방법론)으로 (1) 높은 학업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 (2) 현실에 기반한 사례를 통한 접근, (3) 지속적으로 새로운 교육방법론의 시도를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기 부여를 위해 각종 사례와 동영상 자료를 통해 "왜 이런 회계적 이슈가 중요한지"를 지속적으로 물었습니다. 사례를 통한 접근을 위해 거의 매 수업시간마다 제가 만든 예제로 학생들 스스로 문제풀이를 시켰고, 석사과목의 경우에는 실제 기업의 재무제표를 이용한 사례를 직접 개발해서 거의 매주 일정 시간을 토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교육방법론으로 flipping을 점진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세 가지 방법론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밀접히 연결되어 있고, 모두 비정형화된 문제 해결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 하나를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교육 철학과 방법론의 체계를 실제 강의와 연결시키려고 노력한 경우입니다.

다음으로 강의평가에는 본인이 어떤 과목을 강의했는 지 요약하고,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기술합니다. 보통 likert scale로 표시되는 강의 평가 점수는 학과나 단과대별 평균 점수와 비교해서 제시합니다. 만약 본인의 강의평가가 첫 몇년간은 낮지만 점차 향상되는 패턴을 보일 경우 그래프로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강의평가 점수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나빠지는 경우이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강의 평가 항목 중에서 "해당 과목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해당 교수에 대한 평가" 두 가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다른 평가 항목 중에서도 자신의 교육 철학이나 방법론과 관련이 있으면 따로 언급하는 게 좋습니다. 제 경우 "해당 과목에 대한 열정(enthusiam)" "강의 준비 정도" "강의가 체계화된 정도"에서 다른 항목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저의 교육방법론인 (1) 높은 학업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 (2) 현실에 기반한 사례를 통한 접근, (3) 지속적으로 새로운 교육방법론의 시도에 연결해서 설명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최고 수준으로 도전하게 하는 능력"과 "과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능력"에 대한 평가가 6년동안 점차 향상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이 두 항목을 교육방법론인 "높은 학업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및 "flipping을 포함한 새로운 교육방법론"과 연결시켰습니다.

교육철학과 방법론을 항목별 강의 평가 점수와 연결시킬때, 구체적으로 학생들의 written feedback에서 관련 문구를 인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항상 열정적인 강의를 하셨다" "매 수업시간마다 실제 사례나 예제로 설명해서 좋았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면 좋습니다. 저희 과 어느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제일 중요한 피드백은 "교육을 통해서 그 학생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느냐"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 교수님이 가르친 어느 학생은 고졸로 교도소 간수로 일하고 있었는데 파트타임으로 학부과정을 이수하고 큰 금융회사로 취업했고, 나중에 "자신의 인생을 바꾼 교육"이었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personal statement에서 인용한 문구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피드백은 다음과 같습니다.
"I always decided to pursue marketing as my major, but after taking this course, I am planning to change it to both marketing and accounting (from an MBA AF 610 student)."

셋째, service section에서는 대학 내 서비스와 대학 밖의 서비스로 구분합니다. 대학 내 서비스는 각종 committee 활동과 행정관련 업무를 기술합니다. 많은 학교들이 조교수에게는 committee 활동을 거의 시키지 않지만, 제가 재직중인 학교는 상당히 많은 committee 활동을 시키고 저도 여러 committee에서 chair와 member로서 활동했습니다. 덕분에 service section에서 쓸게 많았지만, 학교에서 service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 학교에서는 굳이 찾아가면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 외부 서비스에는 저널 에디터/리뷰어, 컨퍼런스 liarson/세션 chair/리뷰어/토론자 등의 활동이 포함됩니다. 또한 각종 association에서 서비스 활동한 것이 있으면 추가할 수 있습니다. 석/박사과정 학생을 지도한 경우나 함께 쓴 논문이 있으면 personal statement에서 관련 section에 추가로 설명하는 게 좋습니다. 학생지도는 보통 service section에 넣고, 공저한 논문이 있으면 research section과 service section에서 둘다 언급해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중간평가 (3년차 평가 또는 4년차 평가)에서 받은 comment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꼭 personal statement에 기술해야 합니다. 설령 comment에 따라 research, teaching, service 활동을 수정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평가자 입장에서는 명확히 파악하기 힘듭니다. 특히 personal statement만 수십 페이지에 달하고 전체 packet은 수백 페이지에 이르기 때문에 personal statement에서 어떤 comment를 받아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명확히 설명하는 게 좋습니다. 저널 리뷰 과정에서 리뷰어 한테 보내는 response letter를 생각하면 쉬울 겁니다.


[B.10-14. Externa/internal Review Letters]
학교 내외부의 교수나 학생들에게 tenure 신청한 교수의 research, teaching, service에 대한 평가를 위해 받는 letter입니다. 공저자로부터 받는 research letters (B.12), 학생들로부터 받는 teaching letters (B.14), 학교 내외부의 동료로 부터 받는 service letters (B.13)는 받지 않는 학교도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 외부의 교수들로 부터 받는 research letters (B.11)은 거의 모든 학교들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Research letter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다른 학교 교수들에게 tenure 신청자의 연구 실적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평가 받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를 포함한 많은 학교에서 tenure 신청자인 교수 본인이 선정한 외부 평가자와 학과에서 선정한 외부 평가자에게 모두 research letter를 요청하게 됩니다. 외부 평가자는 최소 tenure를 받은 부교수 이상으로 (학교에 따라서는 반드시 정교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연구 실적이 좋으면서 피평가자의 연구 분야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분이 좋습니다. 많은 학교들이 저널 등급별 논문의 수와 인용실적과 함께 외부 research letter를 연구실적 평가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외부 평가자 (external research reviewers) 는 피평가자와는 conflict of interests가 없어야 합니다. 지도교수와 dissertation committee members, 같은 대학에 함께 재직했던 분 (박사과정 시절 포함), 현재 및 과거의 공저자 및 같은 연구팀의 일원 등은 conflict of interests에 해당되어 외부 평가자로 선정할 수 없습니다. Tenure 신청자가 대부분 조교수이고 학계에서 인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tenure 신청 1-2년 전부터 어떤 분께 external research letter를 부탁할 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예전에 1-2번씩 컨퍼런스에서 간략하게라도 인사를 했던 교수님들 중에서 제 논문에 대해 호의적일 거라고 생각되는 분을 골랐습니다. 또한, 박사과정 지도교수님과 두분의 시니어 공저자께 제가 선정한 external reviewer 명단을 보내드리고 미리 검토를 받았습니다.  세 분은 제가 선정한 external reviewer 분들을 개인적으로 아는 경우도 있었고, department chair나 journal editor로서 external reviewer 분들의 letter를 실제로 본 경우도 있어서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어떤 교수님들은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external review letter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어떤 교수님들은 비판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후자의 경우는 가능한한 피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대부분 교수님들이 피평가자가 재직중인 학교의 수준에 맞추어서 letter를 써주지만, 간혹 일부 교수님들은 피평가자의 학교 수준에 관계없이 본인의 평가기준에 맞추어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본인이 선택한 외부 평가자와 학과에서 선택한 외부 평가자를 절반씩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학과에서 선택하는 external reviewer는 피평가자 입장에서는 누가 포함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학과장 또는 department committee의 재량권이 크게 작용합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external reviewer를 선정하여 tenure를 못받게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과에서 선택한 외부 평가자의 평가가 좀더 객관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역으로 본인이 선택한 외부 평가자가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 더 나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위의 목록에 나온 것처럼 Tenure 준비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많이 간소화시킨 학교도 있지만, 저희 학교처럼 가능한 거의 모든 자료를 요구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 tenure-track에 있는 분이 있다면, 충분한 준비를 통해 원하는 학교에서 tenure를 받기를 빕니다.



미국 대학 교수 Tenure 심사 과정

많은 교수들이 바라는 Tenure를 받기 위한 심사과정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 전공 분야인 회계학 분야와 제가 경험한 몇 안되는 학교에 국한되는 얘기가 많으니 감안하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교수로 임용되고 Tenure 심사및 결정을 받기까지의 기간을 probationary period 또는 pre-tenure period라고 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주립대학들이 조교수에게 6-7년의 probationary period (사립대는 8-9년인 경우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를 줍니다. 다른 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다가 대학을 옮겼을 때는 probationary period를 신임 조교수와 동일하게 새로 시작하는 경우와 별도로 2-3년 정도의 probationary period을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임 조교수 기준으로 probationary period가 6년인 학교의 경우 임용으로부터 6년차 시작할 때쯤 Tenure 신청을 하고 6년차 말쯤에 최종 결정이 나게 됩니다. 어차피 해도 안될게 뻔하기 때문에 아예 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중간에 신청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학과 차원에서 힘들 거라는 언지를 줘서 알아서 포기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Tenure 심사에서 안될 경우에는 1년 계약을 하고 새로운 학교로 옮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간을 줍니다.

Probationary period를 연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녀의 출산으로 1년씩 연장되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고, 간혹 다른 학교에 visiting을 가서 연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로 임용은 받았지만 박사학위 논문 통과에 1-2년이 더 소요되면서 Probationary period의 시작이 늦추어 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대신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 되기 전까지는 assistant professor 가 아니라 full-time lecturer의 신분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Tenure 심사에는 신청자의 research (연구), teaching (강의), service (학교 행정업무 및 대외 봉사활동)를 종합적으로 심사합니다. 어느 정도의 실적이 필요한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실적은 많을 수록 좋은데 실적의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tenure 준비하는 교수 입장에서는 항상 불안한게 사실입니다. 학교마다 다르고, 학과장이나 학장이 바뀌면 기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moving target"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각 학교별로 기준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주어진 여건하에서 정말 죽어라 열심히 해도 겨우 달성할까 말까하는 수준의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교수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Research는 주로 출판 또는 게재확정된 논문(책 포함)의 저술활동을 평가합니다. 현재 심사중인 논문도 2, 3라운드에 리뷰중인 것은 참고를 하지만, 기본적으로 출판(게재확정 포함)된 논문을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학교마다 다른 저널 등급별 논문 갯수를 먼저 보고, 논문의 인용횟수 등을 참고합니다. 게다가 단독저자로 출판한 논문이 있는지, 공저자의 구성은 어떤지 (예, 지도교수 의존도), 논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핵심 주제 등을 살펴봅니다. Research school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두는 부분이 research이고, 가장 많은 교수들이 tenure를 못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학교들이 톱저널에 적어도 몇 개를 실어야 한다는 식으로 평가 기준을 두는데, 최소 기준부터 상당히 높은 학교가 많고 거기에다 논문의 impact을 고려하기 때문에 톱저널 논문편수는 충분한 것 같은데도 tenure를 못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Teaching은 계량적인 강의 평가와 학생들의 written feedback을 함께 고려합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Research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분야입니다 (Teaching school은 오히려 teaching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강의 평가 점수는 주로 학과나 단과대 평균과 비교하고, teaching statement에 나온 교육자로서의 철학 및 교육방법론과 학생들 피드백을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과목을 개발하거나 석박사과정 학생 지도한 것이 있으면 추가로 고려합니다.

Service는 대부분의 학교의 tenure심사에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일부 second-tier research school이나 teaching school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할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학교내에서 각종 committee 참여 및 리더쉽을 주로 평가하고, 평상시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학교 밖에서의 봉사활동으로는 저널 에디터/리뷰어, 컨퍼런스 Liaison/Session Chair/리뷰어/토론자, 각종 학술/비학술 단체에 대한 봉사활동 등을 평가합니다.

그리고, research, teaching, and service 이외에 school needs를 평가에 꼭 넣도록 되어 있는 학교가 많습니다. 즉 "XX 교수가 우리 학교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tenure를 줘야 한다"는 설명이 tenure 평가서에 대개 들어갑니다. 역으로 아무리 특정 교수가 뛰어나다고 해도 school needs가 없어서 tenure를 안준다고 해도 할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Tenure is granted, not earned"라고 합니다.

또한 비공식적이지만 tenure 신청자의 personality도 고려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tenure를 받으면 학교 입장에서는 해당 교수를 내보내기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이미 tenure를 받은 시니어 교수들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앞으로 수십년간 계속 부닥쳐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평가자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tenure를 받으면 학교와 학과를 위해 계속 기여를 할 사람인가? 혹시 먹튀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합니다.

위에서 tenure 기준은 대개 "적어도 이 정도 실적은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했는데,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는 왜 명확하게 "이 정도 실적이면 tenure를 받는다"고 얘기하지 않는 지 궁금할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평가자 입장에서는 평가 기준에서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게 유리합니다. 특히 학과장이나 학장의 인사평가상의 재량권은 그들의 학교내 power와 직결됩니다. 둘째, promotion and tenure committee 또는 department/college personnel committee에 소속된 시니어 교수들 입장에서도 power면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안팎의 환경변화나 신청자의 personality 등과 같은 비계량적 요소들을 반영할 때 재량권이 있는게 유리합니다. 하지만, 시니어 교수들 간의 파벌싸움이나 편파적인 학과장 또는 학장이 있을 경우 재량적인 평가가 불공정한 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Academic year 기준 6년차에  tenure 심사를 하는 저희 학교의 경우 다음과 같이 단계로 심사가 이루어 집니다.

0. Requesting external/internal letters (calendar year 7-8월)
1. Department committee (9-10월)
2. Department chair (10-11월)
3. College committee (11-12월)
4. College dean (1월)
5. Provost (4월)
6. Board of Trustees 에서 최종 승인 (6월)

먼저 심사 사전 단계로 department chair가 research, teaching, service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학교 내외부의 다른 교수들에게 보냅니다. 특히 external research letters가 중요한데 피평가자인 조교수의 연구실적 (대개 논문), CV, research statement를 첨부해서 외부 교수들에게 보냅니다. 공정한 평가서 (letter 형식)를 받기 위해서 대개 피평가자인 교수가 해당 평가서를 볼 수 없다는 서약서에 사인하고 그 사실을 평가 요청시에 명시합니다.

학교 내외에 요청한 평가서가 도착하면 5단계 심사 절차와 Board of Trustees의 최종 승인과정를 거칩니다. 5단계의 심사 절차에서 각 단계별로 평가서가 letter 형식으로 나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첨부가 되면서 동시에 피평가자인 조교수에게도 보내집니다. 각각의 letter에는 research, teaching, service, and school needs에 대한 평가와 tenure 줄지 여부에 대한 의견이 포함됩니다. 각 letter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거론합니다. 직전 단계의 평가와 tenure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같은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붙습니다. Commitee의 경우 의견이 갈리는 경우에는 찬성과 반대 숫자까지 letter에 들어갑니다.

각 단계별로 평가자의 입장이 달라서 평가시 주로 보는 사항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epartment personnel committe와 department chair는 tenure를 주자는 의견으로 letter를 쓰고, college personnel committe와 dean은 tenure를 못준다는 의견으로 letter를 쓸 수도 있습니다. 특히 dean이 회계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학과 수준의 평가를 뒤집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회계학이 경영학내 다른 전공에 비해 톱저널에 논문을 싣는 것이 더 어려운 면이 있는데 dean이 이러한 사항을 고려하지 못하면 tenure 받기 더 힘들어 집니다.

저희 학교처럼 주립대는 대개 단계별로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만, 사립대의 경우 중간 단계의 평가를 tenure 신청자인 교수에게 통보하지 않고, Provost의 최종 평가 결과만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간 단계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Dean 이나 Provost 단계에서 이전 단계의 평가 의견을 뒤집기가 쉬워질 것 같습니다.

최종결과가 tenure를 못 받는 것으로 나올 경우, 해당 교수는 appeal을 할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학교를 대상으로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교수노조가 강한 주립대학 일수록 tenure가 안되었을 경우 appeal이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음 글(링크)에서는 Tenure packet의 준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미국 대학 교수 Tenure 제도

제 블로그를 보면 교수 Tenure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미국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에게 Tenure는 너무너무 중요한 이슈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Tenure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정년보장 정도로 번역하는데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저는 Tenure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를 구분할 때 공식적으로는 assistant professor (조교수), associate professor (부교수), (full) professor (교수)로 구분하지만, 대학 내부적으로는 tenured professor와 tenure-track (pre-tenure) professor로 구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tenure를 받았느냐 받기 전이냐로 구분하는 거지요. 그리고, tenure를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senior professor와 junior professor로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구분들은 non-tenure-track인 lecturer나 adjust professor 들은 제외한 것입니다.

그럼, tenure를 받으면 교수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제일 중요한 혜택은 "종신고용"이 보장됩니다. 미국에는 교수 정년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말그대로 자신이 스스로 은퇴하겠다고 하거나 객관적으로 교수 직무를 수행할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 이상 80세가 넘어서도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묻는게 실례라서 대충 추정만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70세가 넘은 교수가 수두룩하고 80세가 넘은 교수도 종종 있습니다. 속된 말로 벽에 X칠할 때 까지 교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아는 교수님 몇 분은 한국이나 홍콩에서 근무하다가 정년이 다가오면서 다시 미국이나 캐나다 학교로 돌아오기도 하셨습니다. 예외적으로 학교에서 tenure받은 교수를 쫓아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학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과가 통폐합되는 경우, 교수가 중범죄를 저질러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교수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등이 있습니다.

또 다른 tenure의 혜택으로 폭넓은 학문적 자유를 들 수 있습니다. "Publish or Perish"라는 말이 있듯이 tenure 받기 전에는 논문 실적을 쌓기 위해서 톱저널에 실릴 만한 주제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tenure를 받으면 톱저널의 취향에 관계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논문을 쓸 수 있고, 아예 연구보다는 강의나 행정일에 더 큰 관심을 두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tenure를 받기 위한 기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 기준을 통과하여 tenure를 받는 분들은 계속 좋은 연구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tenure를 받지 못하면 pre-tenure 기간이 끝난후 보통 1년의 grace period를 주고 계약을 종료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학교에 새로운 자리를 찾아서 이직을 해야 합니다. 이때문에 pre-tenure professor는 일정 기간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되면 이직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미국 research university의 교수 중에서 첫 번째 대학에서 tenure를 받는 확률이 50%가 안된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top research school로 갈 수록 그 비율은 더 떨어집니다. 따라서, assistant professor들이 받는 tenure에 대한 압박감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때문에 많은 조교수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tenure를 받더라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이혼을 겪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tenure 제도이기 때문에 학교 쪽에서는 매우 엄격한 심사를 거쳐 tenure를 줄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Tenure 심사에 대해서는 다음 글 (링크)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