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6일 토요일

경영학 교수의 인적자원 시장

몇 주 전에 교수 급여 수준이 대학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적이 있다. 교수노동시장이 점차 세계화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교수 채용에 대한 투자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 인문학과 같이 국제화가 더딘 분야도 있지만, 자연과학 및 공학은 물론이고 사회과학 분야는 점차 교수들의 국가간 이동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내 전공인 경영학, 특히 회계학의 예를 통해 교수 인적자원 시장의 현황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나라가 우리나라, 미국, 홍콩이므로 세 나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교수노동시장을 설명해 보겠다.

1. 급여 수준
급여 수준은 미국, 홍콩, 우리나라의 순서로 서열화된다. 다른 전공과는 달리 적어도 경영학에 있어서는 미국이 거의 모든 면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회계학 박사학위를 마친 신임 조교수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미국은 대학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상위권 대학 (톱 20위권)의 경우에 연봉 17-20만달러수준이고, 홍콩의 중요대학은 10-12만달러, 한국의 상위권 대학은 5-6만달러 정도이다 (모두 US달러). 이렇게 급여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능력있는 분들이 아시아권 학교로 돌아오기 보다는 미국에 머물러 있으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박사학위 받으러 유학갔던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않으려는 현상은 자연과학이나 공대쪽에서도 이미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가 조건에 맞는 신임교수를 뽑지 못하고, 연구 성과가 좋은 교수를 미국 대학에 뺏기고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미국의 연구중심대학들은 기본적으로 1년에 9개월 근무를 기준으로 계약을 한다. 따라서, 여름방학 3개월 동안에는 교수가 어디가서 뭘해도 상관없다. 계절수업을 하면 추가로 돈을 받는다. 홍콩이나 한국대학은 연간 12개월 근무가 기준이다. 홍콩대학들이 갈수록 우수한 교수를 채용하기 어려워지고, 한국대학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근본원인은 결국 급여 차이에 있다. 급여차이는 단순한 월급의 차이 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비 지원과 부대 혜택에서도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

2. 전공간 임금격차
미국의 경우에는 전공간 교수 급여차이가 상당히 크고 심지어 경영학 내의 세부전공간에도 급여 격차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2001년에 같은 학교내에서 회계학 신임 조교수 연봉이 15만달러였던 반면 경제학에서 연봉이 가장 높던 정교수 연봉이 채 10만달러에 못 미쳤다. 그래서, 경제학 교수하다가 다시 회계학 박사학위 따서 전공을 바꾼 분도 실제로 있다. 경영학 내에서는 회계학과 재무쪽이 월급이 가장 높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경우에는 조교수 초봉이 회계학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이런 급여 차이는 학문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회계학 박사학위 배출자가 경영학의 다른 세부전공 또는 경제학의 세부전공별 박사학위 배출자보다 적다. 그에 반해 회계사 시험등을 위해 회계학 강의 수요는 경영학의 다른 세부전공보다 많다. 즉, 회계학의 경우 교수 공급은 적고 교수 수요는 많으니 연봉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실적이 좋은 교수들은 연봉을 30-50%씩 올려서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나 홍콩의 대학에는 전공간의 임금 격차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전공별로 교수 채용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홍콩의 경우 타 전공의 경우에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비슷하거나 더 높은 연봉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상당히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해 올 수 있다. 그에 반해 회계나 재무의 경우에는 미국보다 연봉수준이 낮기 때문에 좋은 사람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우리나라도 회계학쪽은 능력있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

3. 결론
좋은 교수를 구하려면 결국 투자를 늘리는 수 밖엔 없다. 우수한 교수를 채용하려면 국제 시세에 맞추어 그에 합당한 연봉을 제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제시하는 연봉과 연구조건이 다른 나라의 대학에 비해 차이가 날수록 그만큼 좋은 교수는 물건너 간다. 이제 애국심이나 모교에 대한 애정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미국에서는 학과단위로 1, 2명의 최고수준의 연구자를 스카우트해서 몇 년만에 연구실적이 급상승한 사례가 적지 않다. 나아가 대학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단시간에 연구성과를 올린 학교가 존재한다. 홍콩 과기대가 그 예이다. 홍콩과기대는 1991년에 설립된 상대적으로 신생 대학이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로 미국 등지에서 유망한 교수들을 초빙해서 단숨에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했다. 회계학의 경우 1990년대에 3대 학술지 기준으로 세계 5위권의 연구성과를 낸 적도 있었다.

문제는 대학내 전공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나 홍콩의 대학에서는 왜 회계학이나 재무 교수들이 연봉을 더 줘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모든 전공에 동일하게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별로 강의에 대한 수요나 교수의 공급이 다른 현실에서 모든 전공에 똑같이 (또는 사람 숫자대로) 자원을 분배한다면, 결국 특정 전공에는 필요이상의 자원이 제공되고 다른 전공에는 자원의 부족이 발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전공별로 동일하게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역으로 대학차원에서 전공별로 투자우선순위를 매기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즉, 동일한 자원배분이 투자가 절실한 분야를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말처럼 인적자원에 투자를 해야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질도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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