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5일 금요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유사점 7가지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이하 MS)와 비슷하다고? 미친 거 아냐?

예, 제목만 보면 그런 소릴 들을 만도 하지요. 경쟁의 차원을 넘어선 두 기업의 오랜 투쟁의 역사는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맥킨토시의 전설적인 광고에서부터 Mac vs. PC 광고에 이르기 까지 두 기업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점을 살펴 보려고 합니다. 애플의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MS가 취해온 전략과 유사한 점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거기에 애플이 한 술 더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1. OS를 장악한다.
컴퓨터 세상에서는 OS를 장악하는 자가 절대반지의 소유자처럼 세상을 지배합니다. 요즘은 아이폰 OS가 스마트폰 쪽에서는 PC에서 윈도우 OS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OS에 맞는 개발툴의 보급에 적극적이지요. 멍석만 깔아놓은 다음, 재주부릴 곰을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애플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습니다.

2. 폐쇄적 시스템을 선호한다.
MS는 철저히 윈도우 OS를 폐쇄적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그래서, 오픈소스 계열의 리눅스 지지자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습니다. 애플 쪽을 보면 이건 더 폐쇄적인 시스템을 선호합니다. 맥 OS와 아이폰 OS는 물론이고, 앱스토어까지 철저히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일관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MS 쪽이 덜 폐쇄적으로 보일 정도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3. 독점적 권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MS가 윈도우 OS 때문에 이런 저런 독점관련 기소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끼워팔기 문제였지요. 애플도 소송만 안 당했지 결코 만만챦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 시작이 기술적인 혁신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일단 독점적 지위를 갖추게 되면 그 부정적인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경제학에서도 독점의 원인은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엄청나게 높은 마진율과 폐쇄적인 시스템은 결국 소비자들의 후생을 희생시키게 됩니다.

4. 경쟁을 싫어한다.
일단 독점적 위치에 오르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쓰는 게 기업의 생리입니다. MS가 MS-오피스 시리즈로 워드퍼펙트나 로터스를 시장에서 밀어냈듯이 애플도 경쟁자들의 시장진입을 싫어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대놓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아이폰을 죽이려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튠스에서 앱 설명에 안드로이드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라고 애플측이 요구했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구글의 모토 "Don't be evil"을 "It's a load of crap"라 했겠습니까?

5. 전략적 우위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서 주변 시장으로 진출한다.
MS는 윈도우 OS에 대해 다른 어느 회사보다 자세한 사항을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윈도우 OS 자체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MS 오피스만큼은 시장에 나와 있는 어느 오피스 프로그램보다 윈도우에서 잘 맞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윈도우 OS 출시에 맞추어 새 오피스 프로그램도 개발해 왔습니다. 이런 전략은 경쟁업체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MS만의 강점입니다. 애플은 오랜 기간동안 맥OS를 통해 GUI기반의 OS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애플 맥 OS의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UI는 MS 윈도우가 모방했다는 것이 정설일 정도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강점을 아이폰에서도 유감없이 활용했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히트작품인 앱스토어를 아이북스토어란 전자책 판매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6.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대신 적당히 새로운 시장에 들어간다.
MS 오피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사무용 프로그램들이 공존했습니다. 그러다가 MS오피스가 천하를 통일해 버렸지요. 웹브라우저의 시작은 넷스케이프였지만, 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면서 전세는 역전되고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도 이미 MP3 플레이어와 PDA폰은 존재했습니다.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아이패드도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E북 리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러면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놔서 다르다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 두 기업이 비슷합니다. 게다가 아이패드 자체는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아이패드를 통해 팔려고 하는 컨텐츠 판매방식도 이미 앱스토어를 통해 검증된 폐쇄적 유통방식입니다.

7. 첫번째 버전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해도 밀어 붙인다.
MS는 버전 3 부터 제대로 돌아간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윈도우 OS에서 두드러지는데 아무래도 적당히 새로운 시장 (다시 말해서 적당히 성장한 시장)에 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의 제품에 비해 처음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버전 2, 3로 갈수록 뛰어난 인적자원의 활용으로 그럴듯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애플의 아이폰도 첫 버전은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패드도 벌써 첫 버전이 아닌 다음 버전을 기다리는 분이 있습니다. 심지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원하는 소비자도 많지만 전략적인 의도에서 일부 기능을 제외하거나 다음 버전으로 미룬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애플빠도 아니고 애플까도 아닙니다. 오히려 경영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애플은 성공하는 IT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애플의 경영전략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 특히 소비자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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