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일 월요일

우리나라 대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성공할 수 없을까?

몇 주 전에 "삼성이나 LG가 Palm을 인수하면 어떨까?" 하고 글을 올렸다. 멀티라이터님이 바로 며칠 뒤에 "삼성 소프트회사를 인수하는게 어떨까?"라고 하면서 Adobe를 인수대상으로 얘기했다. IT쪽 전문가분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 잘 남기지 않는 댓글도 남겼다.

Adobe가 기술적으로는 더 시너지 효과가 좋을지 모르지만 Palm은 인수 예상비용면에서 월등히 싸게 먹힌다. 30% 프리미엄을 예상하고 50% 주식을 인수할 경우 Adobe는 14조원이 소요되는 반면 Palm은 1조 4천억원 정도만 소요된다. 기본적으로 Adobe는 흑자 기업인 반면 Palm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서 주가 차이가 많이나고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댓글에서 삼성이나 LG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해도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을 못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상당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분들이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질려서 나오는 반응인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대기업의 기업문화로서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조차도 제조기업이 소프트웨어 회사와 합병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M&A가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벤처기업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하나같이 제조업이고 또는 간혹 서비스업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단기적으로는 합병보다는 주식 인수가 좋고, 인수나 합병에 앞서 주식교환 등으로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든다면 UI나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소프트웨어 회사와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HTC에 이어 심지어 모토롤라도 구글과 손잡고 구글폰을 개발하고 있다지 않는가?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가 독자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도 스스로 대기업에 준하는 규모를 갖출 수 있고 다른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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