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5일 목요일

산은의 리먼 인수 시도를 돌이켜보면

산은이 리먼 브러더스 인수가 중단된지 몇 주가 지났다. 그 후에 리먼이 파산 신청에 들어가면서 산은의 인수 시도를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산은총재에게 배임이란 표현을 쓰고, 인터넷에선 매국노란 소리까지 서슴없이 나왔다. 산은의 인수시도를 지지했던 조선일보는 완전히 도매급으로 두들겨 맞았다.

그럼, 정말 그렇게 잘못된 발상이었을까?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이 기회가 투자은행의 오랜 노하우와 인적자원을 얻을 수 있는 찬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투자은행은 미국과 일부 유럽은행들의 세상이었다. 그래서, 금융후진국들에게는 지금이 기회의 시기이다. 단적인 예로 며칠 전 일본계 은행들이 모건스탠리에 투자하고, 리먼의 아시아 지점망을 인수하였다. 중국은행들은 건전하면서도 가격이 많이 떨어진 은행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어제는 파생상품에는 손도 안대던 워렌버핏까지 모건스탠리에 투자를 하고 나섰다.

위의 예에서 설명한 투자은행의 인수와 신규 자금 지원은 모두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체 은행 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부 사업만을 인수한다거나, 워렌의 투자처럼 모건스탠리가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변신하고 미정부의 구제금융이 실현된다는 조건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산은도 리먼 인수 논의가 있을때 리먼의 잠재적인 부실이 인수후에 미칠 영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있었고, 안전한 자산만을 분리하여 good bank만을 인수하려 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듯이 이번 신용위기가 끝나면 금융계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이야 말로 금융후진국인 우리나라에겐 앞으로 최소한 수십년동안 다시 없을 기회의 시기이다. 아쉬운 것은 이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점이다. 아마도 수년후 투자은행 분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일본과 중국계 은행들을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신용위기에 대한 단상

미국 금융권의 신용위기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요 며칠은 정부의 구제금융안이 의회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오늘은 부시가 대국민연설로 구제금융의 필요성도 역설하구. 홍콩에서도 Bank of East Asia에서 구체적인 부실이 없는데도 bank run이 일어났다고 한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빨리 이 문제가 수습되길 바란다.

소득세 환급

어제 2005년 2006년 두개 년도의 소득세 일부를 환급 받았다. 지난 주에 한국에서 소득세 환급해 받으라는 통지서를 처가집을 통해 받았는데 국세청 웹사이트에 내 통장번호를 입력했더니 며칠 후에 입금이 된 것이다. 우선 공돈이 생겨서 기분이 좋고 국세청에서 알아서 소득세를 환급해 주니 더 좋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내가 미리 찾아서 환급을 받지 못한 것이다. 내가 그래도 명색이 공인회계사인데 소득세를 알아서 환급받지 못하고 국세청에서 통지해 줘야 알게 되었다는 건 좀 기분이 상한다. 사실 이번에 환급받은 소득세는 모 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하면서 받았던 소득에 대한 것인데, 조교란 직책이 일종의 비정규직이라서인지 한번도 소득명세서란 걸 받아본적이 없다. 따라서 원천징수를 한 것 같은데 근로소득으로 처리한 건지, 아니면 기타소득으로 처리한 건지, 나아가 얼마를 원천징수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조교 주제에 일일이 확인해 달라고 하기도 뭐하고. 당연히 소득세 종합신고때 신고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 아마도 적지 않은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나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싶다. 소득세 종합신고를 하면 저소득층의 경우 대개 원천징수때보다 더 많은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급금액이 더 커진다. 따라서, 부당하게 내는 세금을 방지하려면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소득세 종합신고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다.

2008년 3월 21일 금요일

EEE PC 900을 기다리며

아직 출시가 안되었지만 eee pc 900을 기다리고 있다. 3kg가 넘는 헤비급 수준의 노트북을 5년전쯤부터 써왔는데 아무래도 집과 연구실에 모두 데스크탑이 있다 보니 노트북의 의존도가 상당히 낮다. 사실 거의 구석에 쳐박혀 있는 신세다. 말로만 노트북이고 들고 나가면 어깨가 빠질듯한 놈을 사용한 경험 때문에 이동성에 최고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여행이나 평상시에 보조 pc로 사용할 노트북으로 eee pc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인터넷과 오피스를 주로 쓰고 가끔 영화를 볼거니까 충분한 사양일 듯하다.

홍콩에 사는 관계로 이 동네의 용산상가 같은 데 가서 이미 출시된 모델들은 살펴봤다. 역시 제일 큰 문제는 작은 액정과 낮은 해상도 그리고 저장용량이다. 제일 맘에 드는 건 가볍고 작아서 휴대하기 좋다는 거구. 900모델은 4월쯤 발매된다는데 액정이나 해상도, 저장용량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한 듯하다. 유튜브에 나온 기존 모델과 900의 비교 동영상도 봤는데 크기는 비슷한데 일단 액정과 해상도는 눈에 띄게 좋다. 가격도 리눅스버전이 US$499-600라는데 이정도면 현재 한국에서 시판되는 모델과 비슷한 가격인 듯하구. 홍콩에선 지금도 리눅스버전이 많이 팔리는 듯하다. 그래서, 900이 나오면 바로 리눅스 버전을 사서 xp를 깔아서 쓰려고 계획중이다. 리눅스버전이 저렴하고 어차피 한글 xp와 오피스를 깔아야 하니까.

아직까지 1kg대에서 가격대비 품질로 eee pc와 경쟁할 만한 놈은 없는 것 같다. 컴팩에서 비슷한 무게와 성능의 pc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있지만 출시는 빨라야 여름이라 한다. 레노버나 델의 12인치 노트북들은 1.6-1.8kg대에 성능은 좋지만 가격이 2배이상이라서 고려대상에서 제외다. 언제 나올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빨리 나와야 방황을 끝내고 일에 집중할텐데. 요즘은 심심하면 출시일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없나 인터넷을 뒤지고 있으니...

2008년 3월 20일 목요일

영어 교육에 대한 단상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어교육이 중요한 정책사안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방법론면에서는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옳다는 생각이다. 물론 우리말과 글을 아끼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 각국과의 교역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우리 나라로서는 효율적인 영어교육이 나라의 흥망에 영향을 줄만큼 중요하다. 그럼에도 영어강화라는 방향에 대해 적지 않는 비판이 있어서 나름대로 반론을 제기해 본다.

1. 국민의 대다수는 영어를 배워도 쓸 데가 없으니, 영어에 대한 현재의 투자도 과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지식사회에 진입했다. 한글로 접할 수 있는 정보에 비해 영어로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기회를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다.
예를 들어 많은 직장인들이 외국계 회사를 선망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유리한 근로조건 등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외국계 회사의 진입장벽은 바로 언어이다. 내 경우에도 홍콩에서 강의를 하면서 영어를 위해 투자한 수많은 시간들을 지금 보상받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또한, 국내의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중에 순수 국내 시장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그런 기업에서 성공하려면 해외업무에도 능통해야 하고 영어는 필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해외업무를 하면서 겪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해외업무와 관련없는 일반인들은 직접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 여부는 한 나라의 infrastructure라고 생각한다. Infrastructure는 당장 오늘의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2. 일본을 모델로 번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영어에 대한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번역보다 직접 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번역을 기다리면 중요한 정보를 남보다 몇 달 늦게 얻게 된다. 더구나 번역은 본래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번역할 시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낫다.
또한, 각종 전문분야의 번역물에 대한 수요도 의문스럽다. 예를 들어 전문서적은 번역을 해도 어차피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상당수는 직접 영어로 읽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번역본을 구입할 가능성이 낮다.

3. 영어를 강조하면 우리말이 죽는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에서 2년을 공부했고 현재 홍콩에서 1년 정도 직장생활 중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서 조국의 소중함을 느끼듯이 영어를 공부하면서 우리말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되었다. 영어사전을 보면서 올바른 표현을 찾듯이 우리말도 잘못된 표현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영어를 하다 보면 우리말의 특성과 장단점이 더욱 잘 보인다.
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잘못된 우리말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예사이고, 소위 말하는 외계어를 늘어놓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국어교육도 문학중심에서 벗어나 어학중심으로 가야 한다. 올바르고 정확한 표현은 언어의 종류에 관계없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의사소통과 정보의 교류가 원만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선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언어능력은 인적자원 개발에 기본 중에 기본인 요소이다.

2008년 3월 7일 금요일

홍콩 교육 제도

홍콩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영국의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초등학교 6년, 중등학교 7년 해서 13년의 교육후에 대학에 진학한다. 유치원도 정부에서 보조가 나와서 많은 부모들이 만 3세부터 자녀들을 유치원에 보낸다. 대학은 일부 순수과학분야를 제외하면 3년제가 정규학부과정이다. 물론 2012년부터 모든 홍콩내 대학에서 학부를 미국식으로 4년제로 바뀔 예정이지만.

여기도 공교육의 품질이 많이 낮아서 비싸지만 외국계학교를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외국계학교는 영국계인 ESF계열의 학교를 제외하면 정부 지원없이 등록금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학비가 매우 비싸다. 일부 국제학교는 대학학비보다 비쌀 정도니 웬만한 서민은 보내기 힘들다. 하지만 거의 모든 국제학교들에 들어가려는 학생수가 엄청나다. 그래서, 외국인과 홍콩인들은 대기자 명단도 따로 있다.

홍콩사람들의 교육열은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 않다. 여긴 좋은 국제학교에 보내려고 유치원때부터 난리다. 특정 국제학교와 제휴가 된 유치원에 보내면 초, 중등과정에서 그 계열 국제학교에 입학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치원, 초중등학교까지 국제학교는 국제학교끼리, 공립학교는 공립학교끼리 서열화가 되어 있다. 대학입시에 대한 경쟁도 만만치 않다. 대학도 서열화가 되어 있고, 우리나라처럼 인문계는 법대, 자연계는 의대식으로 학과마다 선호도가 있기 때문에 대입학원도 꽤 활성화 되어 있다.

사견이지만 교육열은 그 나라의 인구밀집도와 국민의 성취동기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선진국 중에서 인구밀집도가 낮은 미국, 캐나다 및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보다 교육열이 낮다. 특히 후자의 국가들은 국민들의 성취동기가 높아서 남들보다 앞서 성공하려는 의욕도 강해서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좁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니, 남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교육에 올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이런 투자가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앞으로는 그 투자의 효율을 좀더 높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홍콩 대학의 행정시스템

홍콩과 한국 대학의 가장 큰 차이점 중에 하나는 행정시스템이다. 사실 대학의 행정은 교육과 연구라는 두 가지 대학의 주된 기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 효율성은 한국과 홍콩이 차이가 많이 난다. 홍콩의 행정 시스템은 오히려 2년동안 겪은 미국 대학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홍콩에선 보직교수와 행정직원들이 대부분의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 대학에선 교수가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 행정업무가 진행되기 힘든 형편이다. 예를 들어 교수회의의 경우 홍콩에선 평균 1달에 1번도 안되는 횟수로 회의가 열리고, 의제도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어서 투표를 하거나 의견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회의시간도 의제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대신 회의 몇주 전에 의제를 이메일 등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보직교수들간의 회의결과는 이메일로 전체 교수들에게 공지된다.

한국의 경우는 각종 회의가 수시로 열리고 난상토론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보직 교수가 아니라도 신경써야할 행정업무가 하나둘이 아니다. 내가 만나본 교수님중에 행정업무에 교육과 연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런 문제점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비슷하게 가지는 것 같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회의횟수나 시간이 상대적으로 외국 기업에 비해 많은 점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