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0일 목요일

영어 교육에 대한 단상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어교육이 중요한 정책사안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방법론면에서는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옳다는 생각이다. 물론 우리말과 글을 아끼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 각국과의 교역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우리 나라로서는 효율적인 영어교육이 나라의 흥망에 영향을 줄만큼 중요하다. 그럼에도 영어강화라는 방향에 대해 적지 않는 비판이 있어서 나름대로 반론을 제기해 본다.

1. 국민의 대다수는 영어를 배워도 쓸 데가 없으니, 영어에 대한 현재의 투자도 과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지식사회에 진입했다. 한글로 접할 수 있는 정보에 비해 영어로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기회를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다.
예를 들어 많은 직장인들이 외국계 회사를 선망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유리한 근로조건 등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외국계 회사의 진입장벽은 바로 언어이다. 내 경우에도 홍콩에서 강의를 하면서 영어를 위해 투자한 수많은 시간들을 지금 보상받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또한, 국내의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중에 순수 국내 시장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그런 기업에서 성공하려면 해외업무에도 능통해야 하고 영어는 필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해외업무를 하면서 겪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해외업무와 관련없는 일반인들은 직접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 여부는 한 나라의 infrastructure라고 생각한다. Infrastructure는 당장 오늘의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2. 일본을 모델로 번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영어에 대한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번역보다 직접 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번역을 기다리면 중요한 정보를 남보다 몇 달 늦게 얻게 된다. 더구나 번역은 본래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번역할 시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낫다.
또한, 각종 전문분야의 번역물에 대한 수요도 의문스럽다. 예를 들어 전문서적은 번역을 해도 어차피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상당수는 직접 영어로 읽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번역본을 구입할 가능성이 낮다.

3. 영어를 강조하면 우리말이 죽는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에서 2년을 공부했고 현재 홍콩에서 1년 정도 직장생활 중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서 조국의 소중함을 느끼듯이 영어를 공부하면서 우리말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되었다. 영어사전을 보면서 올바른 표현을 찾듯이 우리말도 잘못된 표현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영어를 하다 보면 우리말의 특성과 장단점이 더욱 잘 보인다.
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잘못된 우리말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예사이고, 소위 말하는 외계어를 늘어놓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국어교육도 문학중심에서 벗어나 어학중심으로 가야 한다. 올바르고 정확한 표현은 언어의 종류에 관계없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의사소통과 정보의 교류가 원만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선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언어능력은 인적자원 개발에 기본 중에 기본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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