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7일 금요일

홍콩에서 가르치면서 느낀 점들 (학생)

홍콩에서 강의하는 두 번째 학기도 어느덧 절반이 흘렀다. 한국에서는 박사과정중에 시간강사로 한 학기만 강의했으니 강의 경험으로는 이제 3번째 학기인셈이다. 경험많은 교수님들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몇 학기를 가르치다 보니, 자연히 두 나라의 교육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 홍콩에서 가르치면서 학생들에 대해 느낀 점을 적어볼까 한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학생들의 태도이다. 홍콩 대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에 비해 수동적이란 느낌을 자주 받는다. 미국의 경우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요즘의 한국 대학생들은 수업 중에도 자주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이에 비해 홍콩 학생들의 참여도는 심할 정도로 수동적이다. 한 학기 강의 중에 전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서 답을 받는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발표를 잘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의무적으로 과제 발표를 해야 하는 시간에는 나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영국식 교육시스템을 도입 운영해온 홍콩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부진한 것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두번째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잡담이 너무 많다. 한국과 미국의 대학 교육을 경험한 나로서는 홍콩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서로 잡담하는 것에 적응하기 매우 힘들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그런 대화는 묵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반면 홍콩에서는 일상적인 일인 것 같다. 처음에 내 영어를 이해 못해서 서로 물어보는 건가 했는데, 다른 교수님들 말로는 홍콩 학생들이 원래 그렇다니 할 말이 없었다.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의 잡담은 집중을 분산시켜서 전체 강의에 악영향을 주는게 사실이다. 더구나 교수에게 질문은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말로 떠들면 정말 답답하다. 나는 앞에서 목아프게 설명하는데 뒤에서 시끄러운 잡음 (광동어는 북경어보다 더 시끄럽다, 이건 본토출신 교수가 인정함)을 일으키면 가끔은 정말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 한국 교수님은 홍콩에서 첫 학기때 잡담하는 걸 대놓고 하지 말라고 했다가 강의 평가에서 치명상을 입었다는 소문도 있어서 꾸짖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래도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에 비해 순진한 애들이 많아서 비교적 견딜만하다. 자기들끼리는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 지 알수 없지만...

댓글 2개:

  1. 한국학생들에 비해서 순진한 애들이 많다는 건 무슨뜻이죠? 이해가 안되네요. 그리고 요즘 한국의 대학교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강의 분위기라는게 그렇게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 정말 훌륭한 대학교육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좋은 현상인데, (사실 믿기가 어려워요. 한국의 대학교육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학생들에게 그러한 창의적 발상을 유도할 수 있을지에 의심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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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홍콩학생들이 더 순진한 애들이 많다는 건 한국학생들보다 소위 말해 잔머리 굴리는 애들이 적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교수로 있다 보면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학생들이 뻔하게 잔머리를 굴리는게 종종 보이거든요.

    강의 분위기가 한국학생들도 서서히 참여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미국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수동적이지요. 문제는 홍콩은 그보다 더 심하게 수동적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학기초부터 질문의 수차례 유도해도 거의 반응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정도로 하면 어느 정도 반응이 있었습니다.

    제 글을 자세히 보시면 적극적인 참여라고 얘기했지 창의적 발상이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강의 참여가 창의적 발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학생들의 강의 참여도는 창의적 발상을 유도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제 블로그 글머리에도 나와 있듯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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