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7일 금요일

홍콩에서 겪은 영어

홍콩 사람들의 영어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홍콩에선 영어실력과 소득수준간의 상관관계가 꽤 높다는 느낌을 받는다(한국도 비슷한가?). 고소득층인 화이트컬러와 저소득층인 블루컬러는 영어실력만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기업체나 정부조직에서도 고위층은 예외없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경영대학 소속인지라 외부 기업체나 정부 관료들의 특강이 자주 있는데 native speaker수준의 영어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영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몇 년전에 홍콩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홍콩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길거리에서 영어로 물으면 바로 원하는 답변을 듣기가 어렵다. 요즘은 요령이 생겨서 젊은 사람들 중에서 대학생이나 직장인 들에게 주로 질문해서 성공률이 높지만. 택시나 버스를 타도 영어로 말하면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아서 한자로 지명을 적어가는 것이 안전할 지경이다.


10년전에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보통화를 강조하면서 영어 실력이 많이 퇴보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어떻게 영국식민지였던 곳에서 이렇게 영어를 못하는가 싶을 때가 있다. 상대적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영어실력이 홍콩인들보다 우수하다.

학교에 있다보니 학생들의 영어에도 자연히 관심이 가게 된다. 사실 학생들의 영어가 생각보다 수준이 낮은 것도 놀라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영어로 수업을 받아서인지 영어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어보이지만 실질적인 영어 구사능력은 다소 실망스럽다. 우선 자신의 의사표현을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수업 중간에 질문을 하기 보다는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잦다. 발표를 시켜도 준비된 내용은 능숙하게 말하지만, 조금만 예상에서 벗어나는 질문이나 상황에도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홍콩정부에서 최근 영어 교육에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나라도 영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나라들을 거울삼아 영어교육의 투자도 더 늘리고 효율성도 높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막상 국내에서 외국과의 단순한 업무를 위해 기본적인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을 찾으면 생각보다 드물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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