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배달된 Accounting Review를 보다가 재미있는 논문을 발견했다. 기업의 회계부정이 적발되었을 때 그 결과 누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느냐를 연구한 논문이다. 결론은 창업주가 CEO (Chief Executive Officer)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CFO (Chief Financial Officer)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주나 그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에서 회계부정이나 조세포탈이 적발되면 월급쟁이 사장이나 다른 회계 및 재무담당 임원이 덮어쓰고 감옥까지 다녀오는 경우를 종종 보지 않았던가?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도 있다니 흥미로운 결과이지만, 한편으로 사람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Andrew, J.L., Michelle, L., Accounting Irregularities and Executive Turnover in Founder-Managed Firms. The Accounting Review 85, 287-314.
홍콩 (2013년 여름까지)과 보스턴에서 대학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으며 제가 소속된 대학의 의견과는 무관합니다. 아울러 소모적인 논쟁이나 비속어가 담긴 댓글은 바로 삭제합니다.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2010년 2월 6일 토요일
IPad에 관한 전문가 대담 동영상 번역
원본은 찰리로즈쇼 iPad에 관한 대담입니다. 마이클 앨링턴(Techcrunch) , 월트 모스버그(WSJ), 데이빗 카(NYT)가 출연합니다. 시간은 23분이고 관심있는 분은 원본을 참고하세요.
오늘 아침에 이찬진 님이 트윗으로 소개한 동영상을 제가 중요한 것만 번역해서 트윗에 올린 것을 정리했습니다. 앞에 있는 숫자는 실제로 트윗에 올린 순서이며 (먼저 올린 글이 숫자가 더 높습니다), 읽기 편하게 순서를 재정렬 했습니다. 대담형식이다 보니 세 명의 전문가가 번갈아 가면서 찰리 로즈의 질문에 답변 및 자신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이름을 번역에도 붙였습니다.
부족한 영어실력이 곳곳에 보이니 그냥 참고삼아 보세요. 중간중간 덜 중요하다 싶은 것은 건너갔고, 의역도 꽤 있습니다. 당연히 오역도 있을 테니 발견하시면 답글로 남겨주세요.
28. @chanjin 모스버그: 우선 아이패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아이북스토어)가 중요하다.
27. @chanjin 모스버그: 손에 착 감기고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아이폰과는 다른 성격의 기기다. 아이폰에서 안되는 오피스 프로그램들이 가능하다.
26. @chanjin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폰이 이미 존재한 상태에서 출시됐지만,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 한다.
25. @chanjin 애링턴: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라는데 동감. 어디서든 인터넷과 미디어 접속이 편하므로 사람들이 좋아할거다.
24. @chanjin 카: 역시 소프트웨어를 강조. 미디어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관심을 보일것.
23. @chanjin 카: 두 가지 킬러 앱 - 게임과 이북리더 -을 언급. 아마존 킨들도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아이패드의 컨텐츠와는 경쟁이 힘들다.
22. @chanjin 모스버그: $499 충격적인 가격이다. $799 정도를 예상했다. 경쟁자들을 힘들게 하는 가격이다.
21. @chanjin 애링턴: pc에 비해서 저렴한 칩을 쓰지만 터치스크린 패널등의 단가가 높기 때문에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울듯. 넷북이나 아이폰의 수요를 감안하면 첫해에 1백만대 이상을 판매가 기대됨 about 1 hour ago from Echofon
20. @chanjin 애링턴: 불만점 - 플래쉬가 안된다. 그래서, Hulu, 플래쉬 영화 게임을 볼수없다.
19. @chanjin 카: $499 최저가격은 fake다. 사람들은 더 높은 사양을 원할것. 멀티태스킹 안된다. 소파에 앉아서 트윗을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볼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18. @chanjin 모스버그: 웹캠이 없다. 플래쉬가 없는 건 애플 (모질라 등도)이 html5를 선호하기 때문. 애플은 html5이 장기적으로 플래쉬의 역할을 해줄거라고 생각하는듯.
17. @chanjin 애링턴: hulu도 아마 플래쉬없이 가능해질것. 모스버그: 유튜브는 벌써 html5로 가능.소비자는 동영상이 잘돌아가면 포맷에는 관심이 없다.
16. @chanjin 카: 충분한 컬러 스크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아이패드용 앱과 컨텐츠 개발에 뛰어들거다 about 1 hour ago from Echofon
15. @chanjin 카: 아마존과 킨들에겐 최악의 날이다.컬러 사진과 동영상이 첨부된 컨텐츠는 멋질것이다.
14. @chanjin 모스버그: 아마존도 컬러 단말기를 만들거다.아마존은 이북기능과 긴 배터리시간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애플은 하루정도밖엔 못가는 배터리지만 다양하고 화려한 기능에 도박을 걸었다.
13. @chanjin 모스버그: 사실 벌써 아이폰용 킨들에서 얼마든지 컬러로 볼수 있다.
12. @chanjin 애링턴: 애플이 아이패드용으로 AT&T의 무선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계약한 것은 실망스럽다.구글 넥서스원처럼 언락폰과 같은 것을 원했다.
11. @chanjin 모스버그: 애플도 소비자들이 AT&T의 서비스를 싫어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무도 왜 애플이 다른 통신회사로 옮기지 않는지 모른다.애플과 AT&T사이의 구체적인 계약은 대외비인데 무슨 강제규정 때문이 아닐까 추측.
10. @chanjin 모스버그: 향후의 가격은 첫 가격대와 비슷할 수도 내려갈수도 있다.아이폰의 경우 처음엔 599달러에서 60일후에 399달러로 내렸다.그때도 판매가 안되서가 아니라 좀더 빨리 대중화시키려해서였다.비슷한 것이 아이패드도 가능.
9. @chanjin 애링턴: 애플은 아이패드 단말기 이외에도 search bar (구글툴바 같은 것을 말하는듯)와 앱스토어에서 상당한 수익을 얻을듯 28 minutes ago from Echofon
8. @chanjin 모스버그: 스티브잡스는 소비자에게 무엇을 개선할까요 물어보는 market research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다.
7. @chanjin 모스버그: 스티브잡스는 "What people don't know they want yet"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조차 못하고 있는것을 찾아서 그것을 멋지게 구현해준다.
6. @chanjin 모스버그: 빌게이츠조차도 오랜동안 윈도우태블릿을 강조했지만 실패했다.스티브잡스는 각종 IT기술(소프트+하드웨어)을 통합해서 사람들에게 왜 이게 여러분의 생활에 필요한지 설득력있게 보여준다.그게 스티브 스타일이다.
5. @chanjin 카: 스티브잡스도 항상 성공한건 아니다.애플 TV의 예를 드네요.만약 아이패드도 초기모델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수도 있다.
4. @chanjin 수정-방금전 건 애링턴의 발언이었습니다.- 애링턴: 스티브잡스도 항상 성공한건 아니다.애플 TV의 예를 드네요.만약 아이패드도 초기모델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수도 있다.
3. @chanjin 애링턴: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전까지는 카메라 기능이 포함될 거로 예상된다.
2. @chanjin 카: 스티브잡스는 애플의 전략과 비전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의 건강문제에도 불구하고 줄곧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 @chanjin 제 허접한 동영상 번역은 여기까지입니다. 원본은 찰리로즈쇼 iPad에 관한 대담. 마이클앨링턴(Techcrunch) , 월트모스버그(WSJ), 데이빗카(NYT) 출연. 23분. http://tcrn.ch/drYiTv
오늘 아침에 이찬진 님이 트윗으로 소개한 동영상을 제가 중요한 것만 번역해서 트윗에 올린 것을 정리했습니다. 앞에 있는 숫자는 실제로 트윗에 올린 순서이며 (먼저 올린 글이 숫자가 더 높습니다), 읽기 편하게 순서를 재정렬 했습니다. 대담형식이다 보니 세 명의 전문가가 번갈아 가면서 찰리 로즈의 질문에 답변 및 자신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이름을 번역에도 붙였습니다.
부족한 영어실력이 곳곳에 보이니 그냥 참고삼아 보세요. 중간중간 덜 중요하다 싶은 것은 건너갔고, 의역도 꽤 있습니다. 당연히 오역도 있을 테니 발견하시면 답글로 남겨주세요.
28. @chanjin 모스버그: 우선 아이패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아이북스토어)가 중요하다.
27. @chanjin 모스버그: 손에 착 감기고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아이폰과는 다른 성격의 기기다. 아이폰에서 안되는 오피스 프로그램들이 가능하다.
26. @chanjin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폰이 이미 존재한 상태에서 출시됐지만,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 한다.
25. @chanjin 애링턴: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라는데 동감. 어디서든 인터넷과 미디어 접속이 편하므로 사람들이 좋아할거다.
24. @chanjin 카: 역시 소프트웨어를 강조. 미디어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관심을 보일것.
23. @chanjin 카: 두 가지 킬러 앱 - 게임과 이북리더 -을 언급. 아마존 킨들도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아이패드의 컨텐츠와는 경쟁이 힘들다.
22. @chanjin 모스버그: $499 충격적인 가격이다. $799 정도를 예상했다. 경쟁자들을 힘들게 하는 가격이다.
21. @chanjin 애링턴: pc에 비해서 저렴한 칩을 쓰지만 터치스크린 패널등의 단가가 높기 때문에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울듯. 넷북이나 아이폰의 수요를 감안하면 첫해에 1백만대 이상을 판매가 기대됨 about 1 hour ago from Echofon
20. @chanjin 애링턴: 불만점 - 플래쉬가 안된다. 그래서, Hulu, 플래쉬 영화 게임을 볼수없다.
19. @chanjin 카: $499 최저가격은 fake다. 사람들은 더 높은 사양을 원할것. 멀티태스킹 안된다. 소파에 앉아서 트윗을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볼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18. @chanjin 모스버그: 웹캠이 없다. 플래쉬가 없는 건 애플 (모질라 등도)이 html5를 선호하기 때문. 애플은 html5이 장기적으로 플래쉬의 역할을 해줄거라고 생각하는듯.
17. @chanjin 애링턴: hulu도 아마 플래쉬없이 가능해질것. 모스버그: 유튜브는 벌써 html5로 가능.소비자는 동영상이 잘돌아가면 포맷에는 관심이 없다.
16. @chanjin 카: 충분한 컬러 스크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아이패드용 앱과 컨텐츠 개발에 뛰어들거다 about 1 hour ago from Echofon
15. @chanjin 카: 아마존과 킨들에겐 최악의 날이다.컬러 사진과 동영상이 첨부된 컨텐츠는 멋질것이다.
14. @chanjin 모스버그: 아마존도 컬러 단말기를 만들거다.아마존은 이북기능과 긴 배터리시간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애플은 하루정도밖엔 못가는 배터리지만 다양하고 화려한 기능에 도박을 걸었다.
13. @chanjin 모스버그: 사실 벌써 아이폰용 킨들에서 얼마든지 컬러로 볼수 있다.
12. @chanjin 애링턴: 애플이 아이패드용으로 AT&T의 무선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계약한 것은 실망스럽다.구글 넥서스원처럼 언락폰과 같은 것을 원했다.
11. @chanjin 모스버그: 애플도 소비자들이 AT&T의 서비스를 싫어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무도 왜 애플이 다른 통신회사로 옮기지 않는지 모른다.애플과 AT&T사이의 구체적인 계약은 대외비인데 무슨 강제규정 때문이 아닐까 추측.
10. @chanjin 모스버그: 향후의 가격은 첫 가격대와 비슷할 수도 내려갈수도 있다.아이폰의 경우 처음엔 599달러에서 60일후에 399달러로 내렸다.그때도 판매가 안되서가 아니라 좀더 빨리 대중화시키려해서였다.비슷한 것이 아이패드도 가능.
9. @chanjin 애링턴: 애플은 아이패드 단말기 이외에도 search bar (구글툴바 같은 것을 말하는듯)와 앱스토어에서 상당한 수익을 얻을듯 28 minutes ago from Echofon
8. @chanjin 모스버그: 스티브잡스는 소비자에게 무엇을 개선할까요 물어보는 market research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다.
7. @chanjin 모스버그: 스티브잡스는 "What people don't know they want yet"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조차 못하고 있는것을 찾아서 그것을 멋지게 구현해준다.
6. @chanjin 모스버그: 빌게이츠조차도 오랜동안 윈도우태블릿을 강조했지만 실패했다.스티브잡스는 각종 IT기술(소프트+하드웨어)을 통합해서 사람들에게 왜 이게 여러분의 생활에 필요한지 설득력있게 보여준다.그게 스티브 스타일이다.
5. @chanjin 카: 스티브잡스도 항상 성공한건 아니다.애플 TV의 예를 드네요.만약 아이패드도 초기모델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수도 있다.
4. @chanjin 수정-방금전 건 애링턴의 발언이었습니다.- 애링턴: 스티브잡스도 항상 성공한건 아니다.애플 TV의 예를 드네요.만약 아이패드도 초기모델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수도 있다.
3. @chanjin 애링턴: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전까지는 카메라 기능이 포함될 거로 예상된다.
2. @chanjin 카: 스티브잡스는 애플의 전략과 비전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의 건강문제에도 불구하고 줄곧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 @chanjin 제 허접한 동영상 번역은 여기까지입니다. 원본은 찰리로즈쇼 iPad에 관한 대담. 마이클앨링턴(Techcrunch) , 월트모스버그(WSJ), 데이빗카(NYT) 출연. 23분. http://tcrn.ch/drYiTv
월급 삭감과 대학의 경쟁력
어저께 대학 행정부총장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A Message from the Vice-President (Administration) and Secretary," 본문에 아무런 내용도 없고 첨부파일만 두 개 덜렁 있었다. 하나는 html 파일이고, 나머지 하나는 pdf파일. 혹시 바이러스가 아닌가 해서 백신으로 확인한 다음 열어본 내용은 대학내 대부분의 교직원의 월급을 일괄적으로 3월달부터 5.38% 삭감한다는 내용이었다. 월급이 일정 금액 이하 거나 작년 가을 이후에 임용된 사람들은 이번 삭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몇 달전부터 그런 조짐이 이미 있었다. 작년에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홍콩 정부 공무원들의 월급을 5.38% 삭감한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더니 작년말에 홍콩 내 몇몇 학교에서 같은 비율로 교직원 월급을 줄인다는 논의가 있더니 하나 둘씩 급여 삭감을 확정지어 갔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지난 달에 비슷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이번에 확정된 것이다.
이번 급여 삭감의 근본 원인은 역시 신용위기에 따른 경기불황이 있다. 불황으로 인해 세수는 줄고 경기진작을 위해 세출이 늘어나서 홍콩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홍콩내 신문에서 다룰 정도로 대학의 재정적자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홍콩 대학들은 공립대학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적자로 인해 지원액을 삭감하면서 자연히 경비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우기 여러 대학들이 자체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신용위기로 인해 막대한 금액의 투자손실을 보았다. 즉 정부의 지원은 줄고 자체 수익마저 말라버린 것이다.
우리 학교 내에서 급여 삭감에 대한 논의는 채 1달 정도밖엔 안되었지만, 다른 학교에선 벌써 3-4개월 전부터 비슷한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다. 경비 절감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월급 깎이는 것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우선, 각 대학들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만 공식적으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급여 시스템도 대외적으로는 정부 공무원 급여와 독립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 상당히 비슷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대학에 대한 지원 금액을 조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교직원 급여를 통제할 수 있는데 있다. 또한 대학 자체적으로 조달한 기부금은 교직원 급여에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독립적인 운영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말로만 독립채산제라고 하면 무슨 소용인가?
둘째, 의사결정과정이나 업무처리 과정은 상당히 불만스럽다. 의사결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교직원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월급 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고용시에 계약서에 급여액을 명시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조만간 삭감 동의를 받는다고 한다. 고용계약서와 상충되는 법적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대외적으로 모양새를 좋게 만드려는 것 같은데 솔직히 월급삭감에 진심으로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이번 급여 삭감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홍콩 정부는 신용위기 직전인 2008-2009년에 걸쳐 재정흑자를 국민에게 돌려준답시며 적지 않은 소득세를 환급 또는 감면해 주었다. 심지어 돈이 남아 도는지 전기요금까지 인하해 주었다. 그때는 다들 좋아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바로 한 두 해 뒤를 예측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행정이었다. 경기변동의 완화시키기는 커녕 경기변동을 부추긴 결과가 되었다. 또한, 학교 운영기금을 비효율적으로 관리해서 막대한 손실을 입힌 학교 행정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급여 삭감에 앞장섰다.
셋째, 어찌 보면 가장 큰 문제는 홍콩 대학 교수들의 평균 월급이 거의 1997년 아시아권을 강타한 경제위기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IMF의 지원을 받았던 시기에 홍콩도 경기 침체를 겪었다. 더우기 2003년 홍콩에 사스(SARS)가 번지면서 경기가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 앉았다. 경기침체는 재정지원 축소로 이어졌고, 급여체계 전반을 바꾸게 되었다. 그 결과 1990년대까지 홍콩 대학에 임용된 교수님들에 비해 2000년대에 임용된 교수님들은 기본 급여체계는 물론 연금 혜택 및 각종 수당 면에서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예전 임금체계의 적용을 받는 분들은 연금 수령이 실제 납부액에 기준하는 것이 아니라 근속년수와 최종월급에 기초한 목표액에 따라 지급을 받았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이 이자를 감안해도 실제 불입액보다 훨씬 많았다. 게다가 자녀 2명까지 국제학교에 보내도 될 정도의 교육수당과 소소한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실제 납부액에 따른 연금을 받기 때문에 과거 연금체계에 비해서는 거의 20-30% 수준이고, 자녀교육수당은 없으며 주택수당도 예전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권에서는 최상위권이었으며 미국의 대학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았던 홍콩 대학의 급여가 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싱가포르 대학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말에 다소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소득면에서 최근에야 겨우 1997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따라서, 이번 급여 삭감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체된 급여 수준은 기존 교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우수한 교수를 채용하기 힘들게 하며, 심하게는 뛰어난 교수들을 다른 나라에 뺏기는 빌미가 된다. 이미 교수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상당히 국제화된 인적자원 시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시장에서 정체된 급여는 홍콩 대학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받는 전공인 회계와 재무 교수들에게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한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최근 5-6년간 홍콩내 대학 중에 회계쪽에서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의 교수를 부교수나 정교수급으로 채용해 온 경우는 전무하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북미 대학에서 졸업해서 오는 조교수는 간혹 있어도 부교수급 이상의 경력있는 교수님들은 전부 2000년 이전에 홍콩에 오신 분들로 예전 급여체계를 적용받고 계시다. 오히려 연구실적이 좋은 교수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경우는 종종 본다.
홍콩대학의 급여수준이 아직 우리나라 대학보다는 상당히 높지만, 장기적으로 정체된 급여는 국제적인 대학간의 인적자원 경쟁에서 뒤처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나도 논문이 잘되면 다른 나라로 떠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몇 달전부터 그런 조짐이 이미 있었다. 작년에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홍콩 정부 공무원들의 월급을 5.38% 삭감한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더니 작년말에 홍콩 내 몇몇 학교에서 같은 비율로 교직원 월급을 줄인다는 논의가 있더니 하나 둘씩 급여 삭감을 확정지어 갔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지난 달에 비슷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이번에 확정된 것이다.
이번 급여 삭감의 근본 원인은 역시 신용위기에 따른 경기불황이 있다. 불황으로 인해 세수는 줄고 경기진작을 위해 세출이 늘어나서 홍콩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홍콩내 신문에서 다룰 정도로 대학의 재정적자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홍콩 대학들은 공립대학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적자로 인해 지원액을 삭감하면서 자연히 경비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우기 여러 대학들이 자체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신용위기로 인해 막대한 금액의 투자손실을 보았다. 즉 정부의 지원은 줄고 자체 수익마저 말라버린 것이다.
우리 학교 내에서 급여 삭감에 대한 논의는 채 1달 정도밖엔 안되었지만, 다른 학교에선 벌써 3-4개월 전부터 비슷한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다. 경비 절감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월급 깎이는 것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우선, 각 대학들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만 공식적으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급여 시스템도 대외적으로는 정부 공무원 급여와 독립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 상당히 비슷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대학에 대한 지원 금액을 조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교직원 급여를 통제할 수 있는데 있다. 또한 대학 자체적으로 조달한 기부금은 교직원 급여에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독립적인 운영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말로만 독립채산제라고 하면 무슨 소용인가?
둘째, 의사결정과정이나 업무처리 과정은 상당히 불만스럽다. 의사결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교직원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월급 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고용시에 계약서에 급여액을 명시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조만간 삭감 동의를 받는다고 한다. 고용계약서와 상충되는 법적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대외적으로 모양새를 좋게 만드려는 것 같은데 솔직히 월급삭감에 진심으로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이번 급여 삭감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홍콩 정부는 신용위기 직전인 2008-2009년에 걸쳐 재정흑자를 국민에게 돌려준답시며 적지 않은 소득세를 환급 또는 감면해 주었다. 심지어 돈이 남아 도는지 전기요금까지 인하해 주었다. 그때는 다들 좋아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바로 한 두 해 뒤를 예측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행정이었다. 경기변동의 완화시키기는 커녕 경기변동을 부추긴 결과가 되었다. 또한, 학교 운영기금을 비효율적으로 관리해서 막대한 손실을 입힌 학교 행정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급여 삭감에 앞장섰다.
셋째, 어찌 보면 가장 큰 문제는 홍콩 대학 교수들의 평균 월급이 거의 1997년 아시아권을 강타한 경제위기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IMF의 지원을 받았던 시기에 홍콩도 경기 침체를 겪었다. 더우기 2003년 홍콩에 사스(SARS)가 번지면서 경기가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 앉았다. 경기침체는 재정지원 축소로 이어졌고, 급여체계 전반을 바꾸게 되었다. 그 결과 1990년대까지 홍콩 대학에 임용된 교수님들에 비해 2000년대에 임용된 교수님들은 기본 급여체계는 물론 연금 혜택 및 각종 수당 면에서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예전 임금체계의 적용을 받는 분들은 연금 수령이 실제 납부액에 기준하는 것이 아니라 근속년수와 최종월급에 기초한 목표액에 따라 지급을 받았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이 이자를 감안해도 실제 불입액보다 훨씬 많았다. 게다가 자녀 2명까지 국제학교에 보내도 될 정도의 교육수당과 소소한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실제 납부액에 따른 연금을 받기 때문에 과거 연금체계에 비해서는 거의 20-30% 수준이고, 자녀교육수당은 없으며 주택수당도 예전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권에서는 최상위권이었으며 미국의 대학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았던 홍콩 대학의 급여가 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싱가포르 대학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말에 다소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소득면에서 최근에야 겨우 1997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따라서, 이번 급여 삭감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체된 급여 수준은 기존 교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우수한 교수를 채용하기 힘들게 하며, 심하게는 뛰어난 교수들을 다른 나라에 뺏기는 빌미가 된다. 이미 교수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상당히 국제화된 인적자원 시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시장에서 정체된 급여는 홍콩 대학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받는 전공인 회계와 재무 교수들에게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한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최근 5-6년간 홍콩내 대학 중에 회계쪽에서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의 교수를 부교수나 정교수급으로 채용해 온 경우는 전무하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북미 대학에서 졸업해서 오는 조교수는 간혹 있어도 부교수급 이상의 경력있는 교수님들은 전부 2000년 이전에 홍콩에 오신 분들로 예전 급여체계를 적용받고 계시다. 오히려 연구실적이 좋은 교수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경우는 종종 본다.
홍콩대학의 급여수준이 아직 우리나라 대학보다는 상당히 높지만, 장기적으로 정체된 급여는 국제적인 대학간의 인적자원 경쟁에서 뒤처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나도 논문이 잘되면 다른 나라로 떠날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0년 2월 5일 금요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유사점 7가지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이하 MS)와 비슷하다고? 미친 거 아냐?
예, 제목만 보면 그런 소릴 들을 만도 하지요. 경쟁의 차원을 넘어선 두 기업의 오랜 투쟁의 역사는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맥킨토시의 전설적인 광고에서부터 Mac vs. PC 광고에 이르기 까지 두 기업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점을 살펴 보려고 합니다. 애플의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MS가 취해온 전략과 유사한 점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거기에 애플이 한 술 더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1. OS를 장악한다.
컴퓨터 세상에서는 OS를 장악하는 자가 절대반지의 소유자처럼 세상을 지배합니다. 요즘은 아이폰 OS가 스마트폰 쪽에서는 PC에서 윈도우 OS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OS에 맞는 개발툴의 보급에 적극적이지요. 멍석만 깔아놓은 다음, 재주부릴 곰을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애플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습니다.
2. 폐쇄적 시스템을 선호한다.
MS는 철저히 윈도우 OS를 폐쇄적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그래서, 오픈소스 계열의 리눅스 지지자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습니다. 애플 쪽을 보면 이건 더 폐쇄적인 시스템을 선호합니다. 맥 OS와 아이폰 OS는 물론이고, 앱스토어까지 철저히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일관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MS 쪽이 덜 폐쇄적으로 보일 정도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3. 독점적 권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MS가 윈도우 OS 때문에 이런 저런 독점관련 기소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끼워팔기 문제였지요. 애플도 소송만 안 당했지 결코 만만챦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 시작이 기술적인 혁신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일단 독점적 지위를 갖추게 되면 그 부정적인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경제학에서도 독점의 원인은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엄청나게 높은 마진율과 폐쇄적인 시스템은 결국 소비자들의 후생을 희생시키게 됩니다.
4. 경쟁을 싫어한다.
일단 독점적 위치에 오르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쓰는 게 기업의 생리입니다. MS가 MS-오피스 시리즈로 워드퍼펙트나 로터스를 시장에서 밀어냈듯이 애플도 경쟁자들의 시장진입을 싫어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대놓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아이폰을 죽이려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튠스에서 앱 설명에 안드로이드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라고 애플측이 요구했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구글의 모토 "Don't be evil"을 "It's a load of crap"라 했겠습니까?
5. 전략적 우위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서 주변 시장으로 진출한다.
MS는 윈도우 OS에 대해 다른 어느 회사보다 자세한 사항을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윈도우 OS 자체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MS 오피스만큼은 시장에 나와 있는 어느 오피스 프로그램보다 윈도우에서 잘 맞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윈도우 OS 출시에 맞추어 새 오피스 프로그램도 개발해 왔습니다. 이런 전략은 경쟁업체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MS만의 강점입니다. 애플은 오랜 기간동안 맥OS를 통해 GUI기반의 OS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애플 맥 OS의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UI는 MS 윈도우가 모방했다는 것이 정설일 정도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강점을 아이폰에서도 유감없이 활용했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히트작품인 앱스토어를 아이북스토어란 전자책 판매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6.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대신 적당히 새로운 시장에 들어간다.
MS 오피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사무용 프로그램들이 공존했습니다. 그러다가 MS오피스가 천하를 통일해 버렸지요. 웹브라우저의 시작은 넷스케이프였지만, 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면서 전세는 역전되고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도 이미 MP3 플레이어와 PDA폰은 존재했습니다.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아이패드도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E북 리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러면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놔서 다르다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 두 기업이 비슷합니다. 게다가 아이패드 자체는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아이패드를 통해 팔려고 하는 컨텐츠 판매방식도 이미 앱스토어를 통해 검증된 폐쇄적 유통방식입니다.
7. 첫번째 버전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해도 밀어 붙인다.
MS는 버전 3 부터 제대로 돌아간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윈도우 OS에서 두드러지는데 아무래도 적당히 새로운 시장 (다시 말해서 적당히 성장한 시장)에 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의 제품에 비해 처음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버전 2, 3로 갈수록 뛰어난 인적자원의 활용으로 그럴듯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애플의 아이폰도 첫 버전은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패드도 벌써 첫 버전이 아닌 다음 버전을 기다리는 분이 있습니다. 심지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원하는 소비자도 많지만 전략적인 의도에서 일부 기능을 제외하거나 다음 버전으로 미룬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애플빠도 아니고 애플까도 아닙니다. 오히려 경영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애플은 성공하는 IT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애플의 경영전략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 특히 소비자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 제목만 보면 그런 소릴 들을 만도 하지요. 경쟁의 차원을 넘어선 두 기업의 오랜 투쟁의 역사는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맥킨토시의 전설적인 광고에서부터 Mac vs. PC 광고에 이르기 까지 두 기업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점을 살펴 보려고 합니다. 애플의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MS가 취해온 전략과 유사한 점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거기에 애플이 한 술 더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1. OS를 장악한다.
컴퓨터 세상에서는 OS를 장악하는 자가 절대반지의 소유자처럼 세상을 지배합니다. 요즘은 아이폰 OS가 스마트폰 쪽에서는 PC에서 윈도우 OS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OS에 맞는 개발툴의 보급에 적극적이지요. 멍석만 깔아놓은 다음, 재주부릴 곰을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애플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습니다.
2. 폐쇄적 시스템을 선호한다.
MS는 철저히 윈도우 OS를 폐쇄적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그래서, 오픈소스 계열의 리눅스 지지자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습니다. 애플 쪽을 보면 이건 더 폐쇄적인 시스템을 선호합니다. 맥 OS와 아이폰 OS는 물론이고, 앱스토어까지 철저히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일관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MS 쪽이 덜 폐쇄적으로 보일 정도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3. 독점적 권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MS가 윈도우 OS 때문에 이런 저런 독점관련 기소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끼워팔기 문제였지요. 애플도 소송만 안 당했지 결코 만만챦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 시작이 기술적인 혁신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일단 독점적 지위를 갖추게 되면 그 부정적인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경제학에서도 독점의 원인은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엄청나게 높은 마진율과 폐쇄적인 시스템은 결국 소비자들의 후생을 희생시키게 됩니다.
4. 경쟁을 싫어한다.
일단 독점적 위치에 오르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쓰는 게 기업의 생리입니다. MS가 MS-오피스 시리즈로 워드퍼펙트나 로터스를 시장에서 밀어냈듯이 애플도 경쟁자들의 시장진입을 싫어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대놓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아이폰을 죽이려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튠스에서 앱 설명에 안드로이드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라고 애플측이 요구했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구글의 모토 "Don't be evil"을 "It's a load of crap"라 했겠습니까?
5. 전략적 우위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서 주변 시장으로 진출한다.
MS는 윈도우 OS에 대해 다른 어느 회사보다 자세한 사항을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윈도우 OS 자체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MS 오피스만큼은 시장에 나와 있는 어느 오피스 프로그램보다 윈도우에서 잘 맞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윈도우 OS 출시에 맞추어 새 오피스 프로그램도 개발해 왔습니다. 이런 전략은 경쟁업체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MS만의 강점입니다. 애플은 오랜 기간동안 맥OS를 통해 GUI기반의 OS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애플 맥 OS의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UI는 MS 윈도우가 모방했다는 것이 정설일 정도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강점을 아이폰에서도 유감없이 활용했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히트작품인 앱스토어를 아이북스토어란 전자책 판매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6.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대신 적당히 새로운 시장에 들어간다.
MS 오피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사무용 프로그램들이 공존했습니다. 그러다가 MS오피스가 천하를 통일해 버렸지요. 웹브라우저의 시작은 넷스케이프였지만, 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면서 전세는 역전되고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도 이미 MP3 플레이어와 PDA폰은 존재했습니다.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아이패드도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E북 리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러면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놔서 다르다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 두 기업이 비슷합니다. 게다가 아이패드 자체는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아이패드를 통해 팔려고 하는 컨텐츠 판매방식도 이미 앱스토어를 통해 검증된 폐쇄적 유통방식입니다.
7. 첫번째 버전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해도 밀어 붙인다.
MS는 버전 3 부터 제대로 돌아간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윈도우 OS에서 두드러지는데 아무래도 적당히 새로운 시장 (다시 말해서 적당히 성장한 시장)에 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의 제품에 비해 처음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버전 2, 3로 갈수록 뛰어난 인적자원의 활용으로 그럴듯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애플의 아이폰도 첫 버전은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패드도 벌써 첫 버전이 아닌 다음 버전을 기다리는 분이 있습니다. 심지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원하는 소비자도 많지만 전략적인 의도에서 일부 기능을 제외하거나 다음 버전으로 미룬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애플빠도 아니고 애플까도 아닙니다. 오히려 경영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애플은 성공하는 IT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애플의 경영전략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 특히 소비자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2010년 2월 2일 화요일
아이패드가 나와도 아마존은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에 이북기능이 내장하고 아이북스토어를 통해 이북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자연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아마존의 킨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전자잉크를 쓰는 킨들이 눈부심이 없는 화면과 긴 배터리 시간 때문에 아이패드와 함께 공존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아이패드가 킨들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기업측면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이북 판매를 증대시킬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존이 컨텐츠 판매자이기 때문입니다. 킨들 기기 자체는 컨텐츠를 공급하는 매체일 뿐이고, 중요한 건 컨텐츠의 판매이지요. 따라서, 매체인 킨들 기기가 안 팔려도 다른 매체를 통해 이북을 팔 수 있다면 아마존은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전체 이북시장의 확대를 꾀할 수 있습니다.
그럼, 킨들 대신 어떤 매체가 있을까요? 바로 아이패드입니다. 현재도 아마존의 킨들용 이북은 킨들 전용기기 뿐만 아니라 PC는 물론 아이폰 앱을 설치하면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구입한 아마존에서 구입한 이북은 최대 6개의 기기에 설치가능하기 때문에 킨들 기기을 안 가지고 다녀도 아이폰으로도 쉽게 다운받아 볼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기본적으로 아이폰 OS를 쓰기때문에 아이패드용 앱도 쉽게 만들수 있을 겁니다. 만약 아마존이 아이북스토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이북을 판매한다면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어도 아마존에서 이북을 구입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이북의 숫자 면에서는 현재 아마존이 월등하고, 아마존이 종이책과 이북을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출판사 (특히 중소 출판사) 측에 가격인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북스토어에서 구입한 이북은 아마도 애플의 제품인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에서만 볼 수 있겠지만, 아마존에서 구입한 이북은 장차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읽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사장이라면 당장 아마존 이북을 아이패드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와 모바일 윈도우에서도 읽을 수 있게 만들겁니다. 안드로이드 앱는 장차 휴대폰이외의 각종 모바일기기에도 장착되어 이북리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실제 사용해 본 경험상 이북 구입시 편의성은 아마존이 아이튠스를 통한 앱스토어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북을 판매하는 아마존이 우세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윈도우 OS가 성능면에서는 뒤지지만 결국 수적 우위로 시장을 장악한 일이 이북시장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추가] 2월 3일 현재 아마존에서 매킨토시용과 블랙베리용 리더프로그램이 Coming Soon이라고 나와 있네요. 조만간 지원될 예정인가 봅니다. 저는 안드로이드용도 나오면 구글의 넥서스원을 사고 싶습니다.
[추가] 3월 23일 현재 아마존에서 아이패드용 킨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간단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인 반즈앤노블도 아이패드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있는 아이북스토어와 경쟁 이북 프로그램들간의 격전장이 될 것이 확실시 됩니다.
저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아이패드가 킨들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기업측면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이북 판매를 증대시킬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존이 컨텐츠 판매자이기 때문입니다. 킨들 기기 자체는 컨텐츠를 공급하는 매체일 뿐이고, 중요한 건 컨텐츠의 판매이지요. 따라서, 매체인 킨들 기기가 안 팔려도 다른 매체를 통해 이북을 팔 수 있다면 아마존은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전체 이북시장의 확대를 꾀할 수 있습니다.
그럼, 킨들 대신 어떤 매체가 있을까요? 바로 아이패드입니다. 현재도 아마존의 킨들용 이북은 킨들 전용기기 뿐만 아니라 PC는 물론 아이폰 앱을 설치하면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구입한 아마존에서 구입한 이북은 최대 6개의 기기에 설치가능하기 때문에 킨들 기기을 안 가지고 다녀도 아이폰으로도 쉽게 다운받아 볼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기본적으로 아이폰 OS를 쓰기때문에 아이패드용 앱도 쉽게 만들수 있을 겁니다. 만약 아마존이 아이북스토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이북을 판매한다면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어도 아마존에서 이북을 구입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이북의 숫자 면에서는 현재 아마존이 월등하고, 아마존이 종이책과 이북을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출판사 (특히 중소 출판사) 측에 가격인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북스토어에서 구입한 이북은 아마도 애플의 제품인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에서만 볼 수 있겠지만, 아마존에서 구입한 이북은 장차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읽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사장이라면 당장 아마존 이북을 아이패드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와 모바일 윈도우에서도 읽을 수 있게 만들겁니다. 안드로이드 앱는 장차 휴대폰이외의 각종 모바일기기에도 장착되어 이북리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실제 사용해 본 경험상 이북 구입시 편의성은 아마존이 아이튠스를 통한 앱스토어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북을 판매하는 아마존이 우세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윈도우 OS가 성능면에서는 뒤지지만 결국 수적 우위로 시장을 장악한 일이 이북시장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추가] 2월 3일 현재 아마존에서 매킨토시용과 블랙베리용 리더프로그램이 Coming Soon이라고 나와 있네요. 조만간 지원될 예정인가 봅니다. 저는 안드로이드용도 나오면 구글의 넥서스원을 사고 싶습니다.
[추가] 3월 23일 현재 아마존에서 아이패드용 킨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간단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인 반즈앤노블도 아이패드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있는 아이북스토어와 경쟁 이북 프로그램들간의 격전장이 될 것이 확실시 됩니다.
2010년 2월 1일 월요일
임원 전용 비행기가 기업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최근 몇 년간 읽은 논문 중에 학술적인 측면을 떠나 순수하게 제일 재미있었던 논문은 Yermack (2006)이다. 핵심은 임원 전용 항공기가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주식 수익률이 4%나 낮다는 것이다. 4%라면 항공기 운영경비를 감안해도 주가가 많이 낮은 편이다. 이런 낮은 주가는 경영자가 누리는 급여 외 부대 혜택 (예, 고급 사무실, 전용 차량, 골프장 이용권)와 관련되어 있었다. 즉, 전용 항공기와 같이 경영자가 누리는 각종 부대 혜택이 경영자의 대리인 비용 (agency cost)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이 논문이 다시금 내 뇌리에 박히게 된 계기는 2008년 11월에 미국의 소위 Big 3 자동차 업체 (GM, Ford and Chrysler)의 CEO들이 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가면서 전용 비행기를 타고 간 사건이었다. 세금으로 도와달라고 가는 사람들이 유유하게 전용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게 당연했다 (당시의 동영상). 논문의 결론처럼 전용 비행기가 대리인 비용으로 인한 비효율의 상징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Yermack, D., 2006. Flights of fancy: Corporate jets, CEO perquisites, and inferior shareholder return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80, 211-242.
이 논문이 다시금 내 뇌리에 박히게 된 계기는 2008년 11월에 미국의 소위 Big 3 자동차 업체 (GM, Ford and Chrysler)의 CEO들이 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가면서 전용 비행기를 타고 간 사건이었다. 세금으로 도와달라고 가는 사람들이 유유하게 전용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게 당연했다 (당시의 동영상). 논문의 결론처럼 전용 비행기가 대리인 비용으로 인한 비효율의 상징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Yermack, D., 2006. Flights of fancy: Corporate jets, CEO perquisites, and inferior shareholder return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80, 211-242.
홍콩에서 휴대폰 쓰면서 느낀 점 몇 가지
홍콩에서 2년 반 정도 살면서 휴대폰을 쓰면서 느낀 몇 가지를 써 봅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때와 차이점이 두드러집니다.
1. 저렴한 요금
우선 요금이 상당히 저렴합니다. 홍콩에는 이동통신사만 6개가 있어서 경쟁이 심한 것도 있고 지역이 좁아서 설비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요금도 낮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홍콩의 GSM 방식이 우리나라의 CDMA와 다르다는 정도만 듣고, 아는 게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2G폰을 쓰면서 3G폰을 지원하고 안쓰는 각종 서비스가 덕지덕지 붙은 2년계약을 맺어서 매달 150 홍콩달러 (지금 환율로 대략 2만 2천원)을 냈습니다. 나중에 보니 2G 계약은 무료통화시간이 적으면 한달에 50홍콩달러 이하도 있더군요. 아는 게 힘이 아니라 돈이더군요.
그러다 재작년 말에 삼성의 풀터치폰 (한국의 햅틱폰과 비슷한듯)을 사면서 3G폰으로 바꾸었고, 몇 달 전부터는 한달에 110 홍콩달러 (대략 1만 6천원)를 내고 있습니다. 무료 통화시간도 충분하고 한달에 100MB까지 데이타 사용이 무료라서 이메일이나 간단한 인터넷은 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 데이타 사용 없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요금을 냈었기 때문에 현재 요금에 대해서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2. 언락폰(Unlock phone)
홍콩에서 휴대폰 사려면 우리나라처럼 통신사 대리점에서 보조금끼고 살 수도 있지만,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폰이나 사서 아무 통신사 심카드라도 끼우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바로 전자제품 매장의 모든 휴대폰이 언락폰이기 때문이지요. 저도 최근에야 언락폰이 특이한 경우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홍콩은 외국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에서 나온 구글 Nexus One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언락폰이 미국에서도 특이한 거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중국도 언락폰이 대부분이라네요.
3. 다양한 신제품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된 것은 고작 몇 달 전이지만, 여기 홍콩은 벌써 몇 년이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아이폰 쓰는 사람을 자주 봤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안드로이드폰을 포함한 각종 스마트폰도 미국에서 출시된지 얼마 안되서 바로 매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Nexus One은 전세계에서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4개국에 우선 출시될 정도니까요.
4. 선불 심카드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지만 홍콩에선 선불 심카드가 판매됩니다. 제가 처음에 홍콩 왔을 때 한국에서 저렴한 언락된 GSM폰을 구입해서 왔던 것도 선불 심카드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홍콩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에서 선불 심카드를 사서 전화를 개통했지요. 물론 선불이라서 요금의 분당 단가도 1, 2년짜리 계약에 의한 요금보다 훨씬 높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선불 심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게다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선불 심카드가 상당히 저렴하더군요. 미국 출장가서 AT&T 선불심카드를 써 본 적이 있는데 통화품질은 형편없는데 가격은 홍콩보다 몇 배는 높더군요.
위의 네 가지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동 통신사들이 꺼리는 거지요. 선불 심카드는 범죄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겠지만, 나머지는 결국 통신사 간의 경쟁이 부족해서라고 밖엔 설명이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심한 홍콩 이동통신시장이 좀더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역시 경쟁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1. 저렴한 요금
우선 요금이 상당히 저렴합니다. 홍콩에는 이동통신사만 6개가 있어서 경쟁이 심한 것도 있고 지역이 좁아서 설비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요금도 낮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홍콩의 GSM 방식이 우리나라의 CDMA와 다르다는 정도만 듣고, 아는 게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2G폰을 쓰면서 3G폰을 지원하고 안쓰는 각종 서비스가 덕지덕지 붙은 2년계약을 맺어서 매달 150 홍콩달러 (지금 환율로 대략 2만 2천원)을 냈습니다. 나중에 보니 2G 계약은 무료통화시간이 적으면 한달에 50홍콩달러 이하도 있더군요. 아는 게 힘이 아니라 돈이더군요.
그러다 재작년 말에 삼성의 풀터치폰 (한국의 햅틱폰과 비슷한듯)을 사면서 3G폰으로 바꾸었고, 몇 달 전부터는 한달에 110 홍콩달러 (대략 1만 6천원)를 내고 있습니다. 무료 통화시간도 충분하고 한달에 100MB까지 데이타 사용이 무료라서 이메일이나 간단한 인터넷은 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 데이타 사용 없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요금을 냈었기 때문에 현재 요금에 대해서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2. 언락폰(Unlock phone)
홍콩에서 휴대폰 사려면 우리나라처럼 통신사 대리점에서 보조금끼고 살 수도 있지만,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폰이나 사서 아무 통신사 심카드라도 끼우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바로 전자제품 매장의 모든 휴대폰이 언락폰이기 때문이지요. 저도 최근에야 언락폰이 특이한 경우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홍콩은 외국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에서 나온 구글 Nexus One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언락폰이 미국에서도 특이한 거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중국도 언락폰이 대부분이라네요.
3. 다양한 신제품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된 것은 고작 몇 달 전이지만, 여기 홍콩은 벌써 몇 년이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아이폰 쓰는 사람을 자주 봤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안드로이드폰을 포함한 각종 스마트폰도 미국에서 출시된지 얼마 안되서 바로 매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Nexus One은 전세계에서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4개국에 우선 출시될 정도니까요.
4. 선불 심카드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지만 홍콩에선 선불 심카드가 판매됩니다. 제가 처음에 홍콩 왔을 때 한국에서 저렴한 언락된 GSM폰을 구입해서 왔던 것도 선불 심카드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홍콩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에서 선불 심카드를 사서 전화를 개통했지요. 물론 선불이라서 요금의 분당 단가도 1, 2년짜리 계약에 의한 요금보다 훨씬 높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선불 심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게다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선불 심카드가 상당히 저렴하더군요. 미국 출장가서 AT&T 선불심카드를 써 본 적이 있는데 통화품질은 형편없는데 가격은 홍콩보다 몇 배는 높더군요.
위의 네 가지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동 통신사들이 꺼리는 거지요. 선불 심카드는 범죄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겠지만, 나머지는 결국 통신사 간의 경쟁이 부족해서라고 밖엔 설명이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심한 홍콩 이동통신시장이 좀더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역시 경쟁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성공할 수 없을까?
몇 주 전에 "삼성이나 LG가 Palm을 인수하면 어떨까?" 하고 글을 올렸다. 멀티라이터님이 바로 며칠 뒤에 "삼성 소프트회사를 인수하는게 어떨까?"라고 하면서 Adobe를 인수대상으로 얘기했다. IT쪽 전문가분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 잘 남기지 않는 댓글도 남겼다.
Adobe가 기술적으로는 더 시너지 효과가 좋을지 모르지만 Palm은 인수 예상비용면에서 월등히 싸게 먹힌다. 30% 프리미엄을 예상하고 50% 주식을 인수할 경우 Adobe는 14조원이 소요되는 반면 Palm은 1조 4천억원 정도만 소요된다. 기본적으로 Adobe는 흑자 기업인 반면 Palm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서 주가 차이가 많이나고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댓글에서 삼성이나 LG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해도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을 못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상당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분들이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질려서 나오는 반응인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대기업의 기업문화로서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조차도 제조기업이 소프트웨어 회사와 합병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M&A가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벤처기업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하나같이 제조업이고 또는 간혹 서비스업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단기적으로는 합병보다는 주식 인수가 좋고, 인수나 합병에 앞서 주식교환 등으로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든다면 UI나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소프트웨어 회사와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HTC에 이어 심지어 모토롤라도 구글과 손잡고 구글폰을 개발하고 있다지 않는가?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가 독자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도 스스로 대기업에 준하는 규모를 갖출 수 있고 다른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dobe가 기술적으로는 더 시너지 효과가 좋을지 모르지만 Palm은 인수 예상비용면에서 월등히 싸게 먹힌다. 30% 프리미엄을 예상하고 50% 주식을 인수할 경우 Adobe는 14조원이 소요되는 반면 Palm은 1조 4천억원 정도만 소요된다. 기본적으로 Adobe는 흑자 기업인 반면 Palm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서 주가 차이가 많이나고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댓글에서 삼성이나 LG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해도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을 못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상당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분들이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질려서 나오는 반응인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대기업의 기업문화로서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조차도 제조기업이 소프트웨어 회사와 합병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M&A가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벤처기업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하나같이 제조업이고 또는 간혹 서비스업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단기적으로는 합병보다는 주식 인수가 좋고, 인수나 합병에 앞서 주식교환 등으로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든다면 UI나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소프트웨어 회사와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HTC에 이어 심지어 모토롤라도 구글과 손잡고 구글폰을 개발하고 있다지 않는가?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가 독자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도 스스로 대기업에 준하는 규모를 갖출 수 있고 다른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홍콩의 소득세 2
처음 오시는 분은 작년에 올린 홍콩의 소득세를 참조하세요.
어느덧 2010년도 첫 달이 지나갔다. 지난 달에는 세금 내느라 정말 힘들었다. 홍콩은 소득세 부담이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낮기 때문에 별 걱정 안하다가 이번에 크게 혼이 났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다.
홍콩 소득세제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것 중에 하나가 원천징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납세자가 알아서 세금낼 돈을 모아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세금내려고 저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각종 금융기관, 특히 카드회사에서 세금 납부를 위한 대출상품이 많다.
원천징수가 없는 건 홍콩 와서 금새 알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2년차에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홍콩은 과세년도가 매년 3월말까지이기 때문에 대략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홍콩에 처음 온 2007년 9월부터 그 다음해 2008년 3월까지의 소득에 대해 2008년 5월까지 소득 신고를 하고 9-10월 쯤에 확정된 소득세 고지서를 우편으로 받는다. 고지서는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2009년 1월에 80% 정도를 내고 4월에 나머지를 내도록 산정되어 있다.
두번째 과세년도인 2008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에 대해서도 2009년 5월에 소득 신고를 했다. 신고가 굉장히 간단하기 때문에 납부할 세액까지 계산했고, 그 때부터 2010년 1월에 낼 세금을 조금씩 모아두기 시작했다. 실제 세액은 1년 소득의 대략 8% 정도으니 한 달 월급에서 대략 10% 정도를 세금으로 따로 모았다.
문제는 10월쯤에 소득세 고지서를 받았을 때 터졌다. 납부할 세액이 예상했던 금액의 거의 두배가 되지 않는가! 그 때서야 예전에 홍콩의 다른 학교에 계신 한국 교수님의 말씀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두번째 과세년도분 소득세를 낼 때에는 실제 확정된 세금 (2008년 4월 - 2009년 3월)뿐만 아니라 다음 년도 소득세 추계액 (2009년 4월 - 2010년 3월)이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실제 소득세를 내는 시기 (2010년 1월과 4월에 분할납부)에 다음 년도 과세년도가 끝나기 때문이란다.
소득세 확정신고하면서 계산한 세금만 준비했던 나로서는 갑자기 거의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할 형편이 된 것이다. 물론 다음 년도 추계액이란게 나중에 확정신고하면 납부할 세액에서 감액하기 때문에 실제로 2중과세는 아니다. 그리고, 매년 같은 일이 되풀이 되기 때문에 3년차부터는 거의 1년치 세금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거의 2년치 세금을 몰아서 내야하는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0월부터 저축이란 거의 한푼도 못하고 세금을 모아야 했다.
홍콩 법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회계학 하는 사람으로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는지를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세운 가설이 다음과 같다. 홍콩은 외국 사람들이 많이 일하기 때문에 귀국하는 마지막 해에 세금 안 내고 출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홍콩 정부에서 이로 인한 손해가 과거 5년간 1억 4천만 홍콩달러 (우리돈 21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소득세 추계액을 납부하면 마지막 해에 해외로 튀어도 그 손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왜 원천징수를 하지 않을까? 원천징수를 하면 납세자가 해외로 출국하더라도 고용한 회사쪽에서 세금을 월급에서 미리 떼 놓으므로 그런 문제가 없다. 더구나 납세자가 2년차에 세금 폭탄을 맞는 위험도 없다. 내가 세운 가설은 바로 고용주의 비용부담을 줄이자는 거다. 홍콩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헤리티지 재단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0년 전세계 글로벌 경제자유지수'에서 1위를 할 정도로 기업의 각종 부담이 적은 곳이다. 원천징수는 대기업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 특히 영세한 소기업에는 적지 않은 관리부담이다. 더구나 홍콩은 1인 기업이나 Paper company도 적지 않기 때문에 원천징수의무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영세기업에게는 원천징수 예외규정이 있지만 홍콩 정부 입장에선 그 자체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결국 내 생각엔 고용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근로자의 납세 편의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동료 교수들 중에는 세금을 자신이 알아서 준비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천징수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이번 세금을 내면서 역시 원천징수 쪽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덧 2010년도 첫 달이 지나갔다. 지난 달에는 세금 내느라 정말 힘들었다. 홍콩은 소득세 부담이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낮기 때문에 별 걱정 안하다가 이번에 크게 혼이 났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다.
홍콩 소득세제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것 중에 하나가 원천징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납세자가 알아서 세금낼 돈을 모아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세금내려고 저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각종 금융기관, 특히 카드회사에서 세금 납부를 위한 대출상품이 많다.
원천징수가 없는 건 홍콩 와서 금새 알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2년차에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홍콩은 과세년도가 매년 3월말까지이기 때문에 대략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홍콩에 처음 온 2007년 9월부터 그 다음해 2008년 3월까지의 소득에 대해 2008년 5월까지 소득 신고를 하고 9-10월 쯤에 확정된 소득세 고지서를 우편으로 받는다. 고지서는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2009년 1월에 80% 정도를 내고 4월에 나머지를 내도록 산정되어 있다.
두번째 과세년도인 2008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에 대해서도 2009년 5월에 소득 신고를 했다. 신고가 굉장히 간단하기 때문에 납부할 세액까지 계산했고, 그 때부터 2010년 1월에 낼 세금을 조금씩 모아두기 시작했다. 실제 세액은 1년 소득의 대략 8% 정도으니 한 달 월급에서 대략 10% 정도를 세금으로 따로 모았다.
문제는 10월쯤에 소득세 고지서를 받았을 때 터졌다. 납부할 세액이 예상했던 금액의 거의 두배가 되지 않는가! 그 때서야 예전에 홍콩의 다른 학교에 계신 한국 교수님의 말씀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두번째 과세년도분 소득세를 낼 때에는 실제 확정된 세금 (2008년 4월 - 2009년 3월)뿐만 아니라 다음 년도 소득세 추계액 (2009년 4월 - 2010년 3월)이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실제 소득세를 내는 시기 (2010년 1월과 4월에 분할납부)에 다음 년도 과세년도가 끝나기 때문이란다.
소득세 확정신고하면서 계산한 세금만 준비했던 나로서는 갑자기 거의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할 형편이 된 것이다. 물론 다음 년도 추계액이란게 나중에 확정신고하면 납부할 세액에서 감액하기 때문에 실제로 2중과세는 아니다. 그리고, 매년 같은 일이 되풀이 되기 때문에 3년차부터는 거의 1년치 세금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거의 2년치 세금을 몰아서 내야하는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0월부터 저축이란 거의 한푼도 못하고 세금을 모아야 했다.
홍콩 법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회계학 하는 사람으로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는지를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세운 가설이 다음과 같다. 홍콩은 외국 사람들이 많이 일하기 때문에 귀국하는 마지막 해에 세금 안 내고 출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홍콩 정부에서 이로 인한 손해가 과거 5년간 1억 4천만 홍콩달러 (우리돈 21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소득세 추계액을 납부하면 마지막 해에 해외로 튀어도 그 손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왜 원천징수를 하지 않을까? 원천징수를 하면 납세자가 해외로 출국하더라도 고용한 회사쪽에서 세금을 월급에서 미리 떼 놓으므로 그런 문제가 없다. 더구나 납세자가 2년차에 세금 폭탄을 맞는 위험도 없다. 내가 세운 가설은 바로 고용주의 비용부담을 줄이자는 거다. 홍콩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헤리티지 재단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0년 전세계 글로벌 경제자유지수'에서 1위를 할 정도로 기업의 각종 부담이 적은 곳이다. 원천징수는 대기업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 특히 영세한 소기업에는 적지 않은 관리부담이다. 더구나 홍콩은 1인 기업이나 Paper company도 적지 않기 때문에 원천징수의무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영세기업에게는 원천징수 예외규정이 있지만 홍콩 정부 입장에선 그 자체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결국 내 생각엔 고용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근로자의 납세 편의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동료 교수들 중에는 세금을 자신이 알아서 준비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천징수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이번 세금을 내면서 역시 원천징수 쪽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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